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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타치는 권작가 Mar 24. 2020

브런치 글을 책으로 내자는 출간제의를 받았다.

얼마 전 한 출판사로부터 브런치 매거진인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만>의 글을 모아 책으로 내자는 출간제의를 받았다. 가만히 있는데 갑자기 연락이 온 건 아니었다.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지난 19년 4월 나의 첫 책 <당신의 도전은 언제 멈췄습니까?>를 출간한 후 그해 겨울 두 번째 책 집필에 들어갔다. 주제는 독서와 글쓰기였다. 초고를 완성한 후 출판사에 투고를 했다. 예상대로 결과는 대부분 거절이었다. 그런데 한 곳의 출판사에서 장문의 메일을 보내왔다. 보내준 원고를 검토해봤으나 출간으로 이어지기에는 부족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통보 메일이었다. 또 이렇게 거절이구나 생각하고 메일을 마저 읽어내려 가는데 예상치 못한 내용이 있었다.


작가님께서 출간기획서에 기재해두셨던 브런치의 글들도 함께 검토해봤습니다. 특히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만'의 경우 어느 정도 대중적이고 독자들의 관심을 충분히 받을 수 있는 에세이라고 판단을 했습니다.


그러곤 브런치 글을 모아 책으로 출간하자는 제의의 내용이 함께 담겨있었다. 내가 투고한 원고가 아닌 브런치 글을 보고 책으로 출간하자고 제의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처음엔 어리둥절하다가 이내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며 기분이 좋아졌다. 비록 내가 투고한 글은 거절당했지만 그동안 브런치에 썼던, 그리 대단할 것도 없는 글을 좋게 봐주신 것에 대해 출판사 담당자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당장이라도 계약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정중히 거절을 했다. 그 제안이 출판사에서 비용을 대고 책을 제작하는 기획출판이 아닌 작가가 일정 부분의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반기획출판이었기 때문이다. 현재 집안 내 여러 문제로 인해 금전적으로 여유가 없는 상황이라 섣불리 진행을 하기가 어려웠다. 놓치기 아쉬운 기회였지만 현재 나의 상황을 말씀드리며 거절의 의사를 메일로 보낼 수밖에 없었다.  




답신을 한 후 곰곰이 생각해봤다.

'브런치에 쓴 글이 출간제의를 받은 정도라면 글이 그렇게 별로라는 말인 아니라는 건데.'


그러곤 분명한 목표를 세웠다.

"그래, 언젠가는 브런치에 쓴 글을 모아 꼭 책으로 내자!"


물론 이런 생각을 전에도 안 한 건 아니었다. 꾸준히 글을 쓰면 언젠간 책으로 탄생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어렴풋이 한 적은 있었다. 하지만 막연하게 생각만 했을 뿐 이번처럼 이렇게 명확하게 목표를 세운 건 처음이었다. 어떤 시기에 어떤 주제로 투고를 할지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포부는 당차지만 아직 부족하다. 준비해야 할 게 많다. 현재 구독자는 600명이다. 요즘은 출판사에서 원고만큼이나 저자의 영향력 또는 마케팅력을 많이 본다고 하니 더 많은 구독자를 모을 수 있도록 힘 써야겠다. 글은 이제 고작 100개밖에 안썼다. 좀 더 많은 글을 써야 한다. 초고는 질보다 양이다. 책 한 권 분량을 채울 수 있는 이야기가 필요하다. 횟집 주방장이 그때그때 필요한 횟감을 골라 맛있는 모둠회를 만들 듯 나 역시 필요한 내용을 바로 골라쓸 수 있는 글감을 브런치라는 수족관 안에 차곡차곡 모아야 한다. 다행히도 아직까지는 할 얘기가 많다.


제일 중요한 건 주제와 콘셉트다. 아침마당 방송작가인 남희령 작가의 책 <내 인생이 흔들린다 느껴진다면>처럼 방송작가로 일하며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라던가, 신소영 작가의 책 <혼자 살면 어때요? 좋으면 그만이지>처럼 40대 싱글이 겪은 이야기와 같은 특정 주제가 필요하다. 그런데 나는 그게 없다. 나의 주요 글 발행 매거진인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만>은 내용이 너무 포괄적이다. '30대 직장인의 비애'와 같은 구체적인 콘셉트가 있어야 한다.


나만의 콘셉트,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 일단은 계속 써보려 한다. 책을 출간하겠다는 목표는 가지고 있되 우선은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평소 쓰던 대로 쓸 것이다. 쓰다보면 비슷한 결의 글이 생길 것이고 그러한 글을 하나로 묶으면 하나의 주제, 새로운 콘셉트가 만들어질 테니까 말이다.


이왕 이렇게 글 쓴 거 솔직한 내 생각을 한번 얘기해보려 한다. 먼저 김칫국부터 원샷하고 시작하겠다. 사실 나는 내가 출판사에 투고하기 전에 출판사에서 먼저 출간제의를 해주길 꿈꾸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먼저 제의를 받아 책을 출간한 브런치 작가님들이 제법 있다. 브런치에서 검색해보면 출간제의를 받아 책을 출간했다는 글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무진장 배가 아프다. 정말 부럽다.) 물론 상당히 어렵다는 것도 잘 안다. 아마 확률이 1%도 안 될 것이다. 하지만 확률이 0%는 아니니 나에게도 그런 기회가 오지 않을까 희망을 가지며 글을 쓸 뿐이다.


출판사 제의가 없다 하더라도 내가 투고했을 때 계약을 하자고 연락이 오는 것만으로도 사실 감사할 일인데, 여기서 좀 더 욕심을 부리자면 언젠가 브런치 글을 모아 투고를 했을 때 내가 출판사를 선택할 수 있는 행복한 고민을 해보고 싶다. 또한 계약을 맺어 함께 작업을 하게 된 출판사 담당자가 진심어린 조언과 함께 나의 글을 아껴주시는 분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 같다. 나는 누구보다도 내가 쓴 글을 아끼고 사랑하기 때문이다. 브런치에서 썼던 여러 글을 다시 한번씩 읽어볼 때가 있다. 그때마다 아직 돌도 안 된 조카를 보는 것마냥 예쁘고 사랑스러워 보인다. 내가 내 글을 이렇게 좋아하는데 나만큼이나 내 글을 좋아해주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싶다.


누군가 나에게 "글이나 제대로 쓰고 그런 소리하시지."라고 말한다면 솔직히 할말은 없다. 인정한다. 날고 기는 브런치 작가님들이 얼마나 많은데 왜 하필 나에게 출간제의가 들어오겠느냐 말이다. 글을 쓰고 보니 부끄러운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 글을 쓰면서도 '그냥 쓰지 말까.' 하고 지우려고도 생각했지만 괜찮다. 뭐 어떤가. 헛된 꿈이라 해도 꿈꾸는 것은 내 자유이니까. '로또 1등에 당첨됐으면' 하고 상상하는 것과 같은 느낌의 바람이니 독자들이 너그러이 이해해주시리라 믿는다.


먼 훗날 브런치 글을 모아 책으로 출간하는 날이 오길 바란다. 드디어 책으로 출간했다고 브런치에 글을 쓸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 그날을 꿈꾸며 나는 오늘도 브런치에서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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