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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타치는 권작가 Mar 26. 2020

브런치 8개월 차 성적표

내가 브런치를 하는 이유

지난 2019년 7월 16일에 올린 첫글을 시작으로 브런치에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브런치를 시작한 지 벌써 8개월이 지났다. 현재까지 100개의 글을 올렸다. 2 ~ 3일에 한 편씩 글을 발행한 셈이다. 구독자는 현재 600명이다. 나보다 글을 적게 쓰고도 훨씬 많은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작가님들이 많지만, 그래서 질투도 나지만, 그래도 이런 나의 글을 읽어주시고 구독해주시는 브런치 독자분들이 있어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총 조회수는 510,000건이다. 브런치 팀에서 브런치 앱과 다음 메인에 자주 노출을 해준 덕분에 내가 쓴 글이 많은 분들에게 읽힐 수 있었다. 이 자리를 빌려 브런치 팀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현재 1개의 브런치북과 3개의 매거진이 있다. 브런치북 <혼자 노는 게 뭐가 어때서>는 카페, 동호회, 캠핑, 여행 등등 나 혼자서 놀고 즐기는 이야기를 쓴 에세이다. 브런치북은 지난 19년 제7회 브런치 공모전에 응모하기 위해 만든 것인데 공모전 결과는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떨어졌다. 매거진으로는 가족 이야기를 쓴 <가족의 의미>, 내가 해왔던 작은 도전들에 대한 이야기를 쓴 <작은 도전 큰 인생>, 마지막으로 일상 속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나만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쓴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만>이 있다. 내가 글을 쓰는 매거진은 주로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만>이다.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현대 사회에서 나의 의견을 표출하는 게 조심스러웠고 그래서 "저는 이렇게 생각하는데요."라는 느낌으로 조심스럽게 글을 쓰기 시작한 매거진이 바로 이 매거진이다. 

 


내가 브런치를 좋아하는 이유

브런치는 나에게 있어 소중한 공간이다. 브런치에서 글을 씀으로써 복잡한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고 묵은 감정을 해소할 수 있었다. 특히나 좋았던 것은 내 마음 속에 담아두었던 글을 새하얀 백지 속에 쏟아낼 때마다 카타르시스를 느낀다는 점이었다. 카타르시스는 정화, 배설을 뜻하는 그리스어로 마음속에 억압된 감정의 응어리를 언어나 행동을 통해 외부로 표출함으로써 정신적 안정을 찾는 일을 뜻한다. 쉽게 설명하면 펑펑 눈물을 쏟고 난 이후에 느껴지는 시원함, 개운함 같은 것이 바로 카타르시스인 것이다. 그러한 카타르시스를 나는 글을 쓸 때 느끼는데 사실 다 쓰고 난 후 다시 읽어볼 때 더 많이 느끼곤 한다. 지난 글을 다시 한번 찬찬히 읽어볼 때면 나와 생각이 똑같은 친구와 맞장구치면서 신나게 대화를 나누는 기분이 든다. 타인에게 위로를 받으면 감정이 나아지듯 나는 종종 내가 쓴 글을 읽으며 부정적인 감정을 떨쳐내곤 한다.


글을 쓸 수 있는 곳은 SNS를 비롯해서 여러 온라인 공간이 있지만 브런치가 특별한 데는 이유가 있다. 브런치를 알기 전에 네이버 블로그에 나의 일상과 생각글을 올린 적이 있었다. 하지만 내 글을 읽어주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네이버 블로그 자체가 이미 포화 상태인 데다가 생각이나 고민과 같은 감성적인 글보다는 전문성이 있는 정보성 글을 더 선호하기 때문에 나처럼 글쓰는 능력도 그저그렇고 콘텐츠도 특별할 것 없는 블로거는 검색이 되지도 노출이 되지도 않았다. 그나마 이웃들이 읽어주긴 했지만 제대로 읽지도 않고 그저 자신의 블로그에 와서 조회수를 좀 올려달라는 목적으로 형식적인 댓글만 달았을 뿐이었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과 같은 SNS도 해봤지만 글보다는 요즘 SNS는 글보다는 사진 위주였고 콘텐츠를 공유하는 호흡도 너무 빨라 내가 쓰고자 하는 글과 콘텐츠와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브런치는 달랐다. 내가 쓴 글을 다음 메인 등에 노출을 잘해줘서 자연스레 내 글을 읽어주는 사람이 많아졌고 덕분에 글 쓰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브런치 독자 역시 다른 SNS 독자들과는 달랐다. 순수하게 글을 읽기 위한 사람들이라 양질의 구독자가 많았다. 댓글과 라이킷을 달아주시는 한분한분이 감사했고 또 소중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다. 세상에 외치고 싶은 나의 생각도 많았다. 그것을 나는 브런치에 털어놓을 수 있었고 나의 이야기에 내가 공감을 하고 스스로 치유를 받기도 했다. 지난 8개월 동안 2 ~ 3일에 글을 한 편씩 발행하며 벌써 이만큼이나 썼나 싶지만 사실 글을 쓰면서 단 한 번도 술술 써지던 적이 없었다. 쓸 때마다 어떤 글을 어떻게 써야할지 머리를 싸매곤 했다. 물기를 짜낸 걸레를 마지막 힘을 다해 한 번 더 짜내듯 글감을 짜내기도 했고 가끔은 다 썼는데도 마음에 들지 않아 삭제해버리고 싶은 적도 더러 있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썼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글쓰기에서만큼은 꾸준함을 이길 그 어떤 무기도 없다는 말을 자주 실감하곤 했다. 


이렇게 꾸준히 글을 쓰면서 최근에 느낀 것이 있는데, 브런치에서 글은 단순한 글이 아닌 새로운 가능성이라는 점이다. 얼마 전 두 번째 책을 출간하기 위해 출판사에 투고를 했는데 내가 보낸 원고는 거절당하고 오히려 브런치에서 쓴 글을 모아 출간을 하는 게 어떻겠냐는 출간제의를 받은 적이 있었다. 나의 이야기를 쓰고 그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과 공감하고 소통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쓴 글이었는데 이렇게 출간제의를 받게 되니 내 글이 단순한 일기는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으로써 언젠간 꼭 책으로 만들자는 목표도 세우게 되었다.



과정도 중요하지만 저는 그만큼 결과도 중요합니다

'브런치 O개월의 기록', '브런치를 하고 난 이후의 변화' 등등과 같은 제목으로 브런치에 올라오는 글을 종종 보면서 나 역시도 언젠가는 브런치 중간 성적표를 써봐야겠다고 생각했었다. 시기적으로는 1년쯤 됐을 때, 구독자 수로는 1,000명쯤 됐을 때 써보려 했으나 얼마 전 브런치에 대해 글을 쓴 다른 작가님들에게 감응되어 당장 써보기로 마음을 바꿨다. 다른 작가님들과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른 나만의 솔직한 생각을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였다.


브런치 작가님들은 말한다.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글을 쓰기로 했어요."

"조회수나 구독자수에 얽매이지 않고 일기쓰듯 쓰고 있어요."


결과만을 바라보며 쓰면 꾸준히 글을 쓸 수 없다고, 그러니 결과보다 과정에 충실하겠다고 말했다. 또 누가 읽어주지 않아도 그저 나의 일기를 쓰는 공간이라 생각하고 묵묵히 써나가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동감한다. 모든 일이 마찬가지듯 브런치 역시 결과만 바라보면 오래 쓸 수 없다. 조회수나 구독자수도 중요하겠지만 내가 글을 쓰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고 써야 계속 써나갈 수 있다. 글쓰기는 매순간이 마라톤이다. 오직 쓰는 것에 의미를 두고 만족을 느껴야 흔들리지 않고 새하얀 백지위에 검은 글자를 수놓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상당히 동의하는 바이다. 


하지만 나는 좀더 솔직한 이야기를 써보려 한다. 과정이 중요한 것은 맞다. 하지만 나에게만큼은 결과도 중요하다. 글을 쓸 때마다 나의 생각을 글로 표출하는 데 의미를 두고 쓰지만 그만큼 독자들에게 얼마나 읽혔는지도 꼼꼼히 살핀다. 자신을 좋아해주는 팬 없이는 연예인의 삶을 이어가기 힘들 듯 아무도 읽어주지 않는 글은 빛을 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브런치를 하기 전 지금과 같은 생각이나 고민글을 블로그에서 써봤지만 읽어주는 사람은 하루에 고작 4 ~ 5명밖에 되지 않았다. 신경쓰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해야겠다고 계속해서 썼지만 아무도 읽어주지 않으니 재미가 없었다. 소통하고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없으니 계속 쓸 힘이 없었다. 관객없이 연극을 할 수 없듯 글도 마찬가지였다. 독자가 있어야 내 글이 존재할 수 있었다.


우리 사회는 재능보다는 노력을,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요시 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나도 인정한다. 하지만 가끔은 재능이 더 중요하다는 걸 알면서도 노력을 강조하고, 결과가 더 중요한 상황에서도 과정만을 중요시하는 사람들을 보곤 한다. 아마 세상은 공정하다는 틀을 깨지 않기 위해 하는 말이 아닐까 생각한다. 세상은 결코 공평하지 않은데도 말이다.(물론 상황에 따라 다 다르다.)


방송인 김구라를 좋아한다. 그를 좋아한다기보다는 그가 하는 말을 좋아한다. 라디오스타에서 보면 연예인에게 연기자로서의 꿈이나 포부보다는 출연료를 먼저 묻는 그런 말빨을 좋아한다. 누구나 생각하고 궁금하긴 하나 차마 물어볼 수 없는 것을 당당하게 질문하는 김구라의 그런 속물 근성을 좋아한다. 


김구라처럼 나도 나의 속물 근성을 당당하게 노출하기로 했다. 누군가는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하겠지만 나는 브런치에서의 글쓰기만큼은 결과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물론 브런치를 나의 이야기를 하는 생각과 감정의 해우소로서 의미와 가치를 두고 글을 쓰겠지만 얼마나 읽혔는지 또 얼마나 많은 라이킷과 댓글이 달렸는지도 유심히 볼 것이다. 사실 많은 분들이 그렇지 않은가. 말은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과정에 충실하며 글을 쓴다고 하겠지만 더 많이 노출이 되길 바라고 더 많은 구독자가 생기길 바라지 않은가. 나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그런 얘기를 하려는 거다. 속물 근성이라고 해도 좋다. 여기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솔직하게 할 수 있는 공간이니까. 결국 이 얘기가 하고 싶어서 이 글을 썼다. 속이 후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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