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없는 것이 장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by 기타치는 권작가

20대 시절 참 많은 일을 해봤다. 고깃집, 호프집, 오토바이 배달, 호텔 연회식, 세차장, 백화점 구두 판매, 명품가방 판매, 전단지 배포, 컴퓨터 부품 검사, 소주 제조공장, 착즙기 조립, 인형 탈 쓰고 홍보하기 등등 10여 개가 넘는 아르바이트를 했고 세탁기 생산 및 조립 회사, 윤활유 납품, 달걀 배달, 보험영업, 가구시공, 과일판매, 공사장 막노동까지 직장생활도 다양한 곳에서 해봤다. 사람들은 내게 별의별 일을 다 해봤다며 놀라곤 한다. 내가 이렇게 다양한 직종에서 많은 일을 해볼 수 있었던 데는 이유가 있다. 바로 꿈이 없었기 때문이다. 꼭 어떤 일을 하겠다는 명확한 꿈이 없었기 때문에 아무 일이나 해볼 수 있었던 것이다.



한 때는 꿈이 있는 친구가 부러웠다

중학생 때부터 진로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또 무엇을 해서 먹고 살아야 할지에 대해 다른 친구들보다 걱정이 많았다. 딱히 하고 싶은 일이 없었던 나와 달리 주위에는 벌써부터 자신의 진로를 결정한 친구들이 제법 많았다. 미용을 하는 친구도 있었고 무용을 하는 친구도 있었고 운동을 하는 친구도 있었고 요리를 하는 친구도 있었다. 꿈은 다 달랐지만 그 친구들은 모두다 저마다의 꿈을 가지고 열심히 꿈을 향해 달렸다. 하지만 나는 꿈이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하고 싶은 일도, 되고 싶은 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좋은 대학만 가면 될 거라는 생각에 우선 공부에 집중하기로 했다. 하지만 막상 대학을 가봐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어떤 일을 하면 좋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렇게 많은 일 중에서 어떻게 하고 싶은 일이 하나 없을까 스스로가 답답했지만 푸념만 하고 있어봤자 달라지는 건 없을 것 같았다. 뭐든 해보기로 했다. 이일 저일 가리지 않고 하다보면 그중에 이거다 싶은 일이 보일 거라 생각했다. 무슨 과일을 파냐며 친구들이 놀려도 꿋꿋이 일 했고 어린 나이에 벌써부터 막노동을 하고 있어서 되겠냐는 주위의 걱정어린 시선에도 굴하지 않았다. 그렇게 하나하나 하다보니 지금과 같이 자잘하지만 가치있는 경력을 쌓을 수 있었던 것이다.


딱히 하겠다고 하는 일이 없었다. 그러니 아무 일이나 해도 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마음을 먹으니 이직하기도 쉬웠다. 사무직이면 사무직, 영업이면 영업과 같이 일을 한 분야로만 정해놓지 않다보니 이직할 때마다 어디든 갈 수 있었다. 위험하거나 건강을 해치는 일을 제외하고는 어떤 일이든 시작할 수 있었다. 취직이 안 된다는 친구들은 말을 나로서는 공감하기 어려웠다. 그때의 나에겐 널린 게 일이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어머니와 함께 대화를 나누는데 어머니께서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엄마 친구 아들 중에 코카콜라 회사에 들어가려고 하는 애가 있는데 그 애는 오로지 코카콜라 회사란다. 무조건 거기 가겠다고 하고 다른 데는 절대로 안 간단다. 근데 번번히 떨어지니까 지금 몇 년째 집에서 놀고만 있다네."


무조건 코카콜라 회사에 들어가겠다는 그 친구의 생각이 잘못됐다는 건 아니다. 어쩌면 뒤늦게라도 코카콜라에 취직해 만족스러운 직장생활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무엇보다도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만약 나도 엄마 친구 아들처럼 오로지 여기만 가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그 한 곳만 바라보고 있었다면 지금과 같은 다양한 경험을 해보지 못했을 것이다. 때문에 내가 꿈이 없었던 것이 나에게는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



'꿈을 가져야 한다'라는 멘토들의 말!말!말!

이 시대의 많은 성공한 사람들과 인생멘토들은 말한다.

"꿈을 가져라."

"불가능한 목표에 도전하라."


좋은 말이다. 하루하루가 버거운 이 시대의 청년들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하지만 멘토들의 의도와 달리 그 말들이 오히려 사람들을 병들게 만들었다. 자꾸만 모두다 꿈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니 꿈이 없는 자신이 문제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것이다. 꿈이 없으니 갈수록 불안해지고 꿈을 어디서 어떻게 찾아야 할지 몰라 계속 방황하게 되는 것이다.



꿈이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생각해보자. 학창시절부터 지금까지 주위 사람들을 봤을 때 일찍이 꿈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나는 커서 무엇이 되겠다는 명확한 직업관이나 어떤 일을 하겠다는 목표를 가진 사람이 얼마나 되는 걸까. 솔직히 손에 꼽을 정도라 생각한다. 뭘 하겠다는 꿈이 분명한 사람이 특별한 사람이지, 대다수의 사람들은 구체적인 꿈이 없다. 그게 일반적이면서 평범한 것이다. 그런데도 꿈을 가지고 불가능에 도전해서 성공을 이룬 소수의 사람들의 경우를 평범한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적용을 시키니 맞지가 않는 것이다.


꿈이 없어도 된다는 말이 아니다. 꿈이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확실히 좋다고 생각한다. 꿈이 있어야 목표를 향해 달려가게 되고 하루를 살아도 좀 더 건설적으로 살 수 있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대부분의 사람들 역시 원대한 꿈과 목표가 있었기에 자신의 삶을 극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었다. 때문에 그들의 말은 충분히 새겨들을 만하다.


허나 여기서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꿈이 있으면 좋지만 없다고 해서 그게 잘못된 건 아니라는 점이다. 좋은 대학에 가야한다고 말하지만 명문 대학에 나오지 않더라도 다들 잘 살아간다. 심지어 대학을 나오지 않더라도 그냥저냥 잘 살아간다. 돈 많이 주는 직장에 들어가야만 한다고 말하지만, 또 안정적인 직업이 최고라고 말하지만 돈을 적게 주거나 안정적이지 않은 직장을 다니면서도 즐겁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결혼은 꼭 해야하는 거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결혼을 하지 않고도 혼자서 재밌게 사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물론 이왕이면 명문대학을 나오고, 돈을 많이 주거나 안정적인 직장에 들어가고, 적령기에 맞춰 결혼을 하는 것이 좋기는 하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서 실패한 인생은 아니다. 꿈도 마찬가지다. 있으면 좋지만 없다고 해서 실패한 것은 아니다. 있으면 있는 대로 그 꿈을 쫓으면 되고 없으면 없는 대로 그냥 주어진 하루를 잘 살아내면 된다. 어떻게 사냐고? 그냥 살면 된다. 출근하고 퇴근하고 밥 먹고 잠자고 똥싸고 그냥 그렇게 살면 된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사는 삶이 무의미하게 느껴진다고 하지만 원래 인생은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살아가는 거다. 다들 그렇게 반복된 하루를 보내며 산다. 삶이라는 게 뭐 그렇게 고상한 줄 아는가. 다들 그렇게 살아간다.


꿈과 목표가 있으면 좋다. 현재 아무런 꿈이 없다면 고민해보길 바란다. 어떻게 살아갈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탐구해보길 바란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도 없으면 그냥 두길 바란다. 고민해도 없으면 그땐 없는 대로 그냥 살자. 그러다가 꿈이 생기고 목표가 생기면 그때 하나씩 해보면 된다. 해보고 아니다 싶으면 그만두면 되고 다시 또 하고 싶은 게 생기면 또 해보면 된다. 그러다 관심가는 일이 생기면 그쪽으로 가면 된다. 이렇게 좀 가볍게 생각하면 좋겠다. 시간이 쏜살같다며 세상을 한탄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매 순간에 깨어있는 사람에게 뭔가를 시작할 수 있는 시간은 생각보다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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