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락 또 탈락!! 그래도 저는 노래할렵니다

전국노래자랑부터 슈퍼스타K까지

by 기타치는 권작가


내 삶에서 도전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노래에 대한 도전이다. 어릴 때부터 노래를 좋아했다. 노래만큼이나 무대를 좋아했던 나는 노래를 부를 수 있는 무대라면 어디든 찾아다녔다. 그동안 라디오 노래자랑, 각종 지역가요제, 전국노래자랑, 슈퍼스타K 등에 참가를 했는데 그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오디션 프로그램인 슈퍼스타K에는 한 번도 두 번도 아닌 무려 4번이나 참가를 했다.


처음 슈퍼스타K에 참가한 것은 2011년에 열린 슈퍼스타K3였다. 내가 예선을 치른 부산 벡스코에는 오디션 예선을 보기 위해 모인 참가자들로 북적거렸다. 벡스코 안에는 20여 개가 넘는 천막 부스들이 빽빽이 줄지어 서있었다. 참가번호가 적힌 번호판을 받아 배에 붙이고는 긴장된 마음으로 내 차례가 되기만을 기다렸다. 사람이 얼마나 많던지 7시간을 기다려서야 겨우 내 차례가 될 수 있었다. 심호흡을 크게 한 번 하고는 천막을 열어젖히고 안으로 들어갔다.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한 후 노래를 불렀다. 얼마나 긴장을 했던지 내가 노래를 어떻게 부르고 있는지도 몰랐고 5분이 5초처럼 느껴질 정도로 예선은 순식간에 끝이 났다. 이후 합격 소식을 전해줄 전화를 기다렸지만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예선 탈락이었다. 아쉬웠지만 재밌는 경험을 해봤다는 것으로 만족했다.


1년 뒤 두 번째 슈퍼스타K 예선에 참가했다. 이번에는 같은 회사를 다니고 있던 동생과 같이 듀엣으로 출전했다. 이번엔 제대로 한번 준비해보자는 마음으로 실용음악학원까지 다니면서 열심히 연습했다. 드디어 다가온 슈퍼스타K 예선 당일, 우리는 부푼 기대를 안고 부산 벡스코로 향했다. 학원을 다니면서까지 연습했으니 이번엔 뭔가 될 거란 자신감이 있었다.


예선에서 우리가 부른 노래는 Alicia Keys의 ‘If I Ain't Got You’라는 곡이었다. 노래를 듣고 난 방송관계자는 한국 노래로 한 곡 더 불러보라고 했고 우리는 부활의 ‘사랑할수록’이라는 노래를 불렀다. 노래가 끝난 후 방송관계자는 무미건조한 표정을 지으면서 잘하는 거 있으면 아무거나 해보라고 했다. 동생은 그 당시 유행하던 셔플댄스를 췄고 나는 마술을 보여줬다. 노래 오디션에서 마술을 보여주겠다고 카드며 지팡이며 이것저것 챙겨간 내가 지금 생각해도 참 우습지만 그땐 뭐라도 어필을 해야 할 것 같았다. 두 번째 예선은 그렇게 끝이 났다. 이후 결과를 기다렸지만 며칠이 지나도 연락이 없었다. 우리는 점점 초초해졌다. 마지막 날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지만 결국 연락은 오지 않았다. 두 번째 예선 탈락이었다. 첫 번째 예선에서 떨어졌을 때와는 다르게 충격이 컸다. 허탈하고 또 속상했다.


이대로 포기할 순 없었다. 알아보니 아직 예선을 시작하지 않은 지역이 있었고 그중 가장 가까운 지역이 대구였다. 서둘러 예선참가 신청을 하고 곧바로 대구 엑스코로 향했다. 세 번째 예선에서 내가 부른 노래는 신용재의 ‘평범한 사랑’이라는 곡이었는데 연습이 부족했던 탓인지 노래 도중에 그만 음 이탈이 나고 말았다. 실수를 만회하고자 뱅크의 ‘이젠 널 인정하려 해’라는 노래를 자청해서 불렀지만 전세를 역전시키기엔 부족한 듯했다. 예상대로 세 번째 예선도 탈락이었다.


그 다음 해인 2014년에 슈퍼스타K6가 열렸다. 이제 이만큼 했으면 그만할 법도 한데 벌써 네 번째 예선 신청을 하고 있는 나를 보고 있자니 대단하다고 해야 할지 미련하다고 해야 할지 아무튼 참 웃음이 나왔다.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다시 도전했다. 이전 예선과 달리 이번 예선에서는 방송관계자가 내 노래가 뭔가 조금 아쉬웠는지 노래를 계속 시켰다. 5곡을 내리 부르며 최선을 다해 목이 터져라 노래를 불렀다. 혹시나 하는 기대를 했지만 결과는 또 탈락이었다.


슈퍼스타K만큼이나 열정적으로 도전했던 것이 바로 지역에서 열리는 각종 노래자랑이었다. 김해 가요제, 김해 한가위 축제 가요제, 밀양가요제, 진례 도자기 축제 가요제, 진영 단감 축제 가요제, 대구포크페스티벌 가요제, 전국노래자랑까지 총 7개 가요제에 참가했다. 열정만큼은 대상이었지만 안타깝게도 모든 가요제에서 다 예선탈락을 하고 말았다.


밀양가요제에서는 딱 한 소절 부르고 초광속으로 떨어지기도 했고 전국노래자랑은 회사 연차까지 써가며 참가했는데 1차 예선조차 통과하지 못해 마음이 되게 허탈했다. 김해 한가위 축제 가요제에서 참가상으로 휴지를 받은 것이 그나마 가장 나은 성적이었다.


단 한 번의 예선통과도 입상도 없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오히려 실패 속에서 배울 수 있었다. 처음에 여러 무대에 오를 때만 해도 나 정도면 당연히 합격할 거라며 자만에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수차례 탈락을 거듭하면서 그것이 허울뿐인 긍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실력은 없으면서 욕심만 부린 것을 두고 스스로 반성했다. 실패를 통해 내 실력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되었고 그때부터 욕심을 버리고 한 단계씩 차근차근 밟고 올라가야겠다고 마음먹게 되었다. 어깨에 힘을 빼는 방법도 터득할 수 있었다. 당장엔 거듭되는 실패에 속이 쓰렸지만 오히려 그 실패를 통해 성장할 수 있었고 그 성장은 지금의 나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혼자 노래를 즐기고 있다. 차에서 운전하며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집에서 혼자 기타를 치기도 한다. 얼마 전에는 공원에서 버스킹을 하기도 했다.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를 때마다 사람들은 박수를 쳐주었다. 그곳에는 합격도 탈락도 없었다. 결과에 연연할 필요도 없이 내가 가진 능력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만 하면 될 뿐이었다. 뛰어난 실력은 아니지만 사람들에게 잔잔한 재미와 추억을 선물할 수 있어 행복한 시간이었다. 나는 앞으로도 그렇게 인생을 노래하며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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