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 정리를 하다가 종이 뭉치가 겹겹이 들어있는 파일을 발견했다. 한 때 내가 꿈꿨던 목표를 손으로 메모하고 사진으로 프린터해서 가지고 있던 종이들이었다. 문득 지난 시간들이 생각났다. 그때의 추억을 다시 회상해보고 싶었다. 책장 정리를 뒤로 하고 파일 안에 들어있는 것들을 하나씩 꺼냈다.
한창 목표를 가지고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해 살아갈 때인 20대 중후반에 만들었던 꿈의 기록이었다.
인생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한 건 26살 때부터였다. 그 전까지는 사는 대로 생각했다. 아니 아무런 생각조차도 없었다. 그냥 일하고 놀러다니고 그렇게 살았다. 물론 장래에 대한 걱정은 중학생 때부터 해왔지만 막연한 고민이었을 뿐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은 고민을 했던 건 아니었다. 26살에 삶에 대한 위기감을 처음으로 느꼈던 것이다.
어떤 길을 가야 할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길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책 속에 길이 있다'라는 말이 떠올랐고 그때부터 책을 읽기 시작했다. 속는 셈치고 무작정 읽었다. 자기계발서 위주로 읽었다. 꿈꾸는 대로 이루어진다고 해서 매일 목표를 상상했고 말하는 대로 된다고 해서 매일 나의 꿈을 소리내어 읽었다. 쓰는 것이 곧 현실이 된다고 해서 내가 목표로 한 것을 적기도 했다.
여러 동호회를 다니며 사람들을 만났고 봉사활동을 하기도 했다. 독서모임에 참가해 사람들과 서로의 목표에 대해 얘기를 나눴고 꿈명함이라는 것을 만들어보기도 했다. 나만의 보물지도를 만든 것도 이때였다.
일본 작가 모치즈키 도시타카가 쓴 "보물지도"라는 책이 있었다. 저자가 30년 동안 세계적인 부자들과 성공한 사람들을 연구한 후 평범한 사람도 목표를 이룰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 책이다. 자신만의 보물지도, 즉 자신이 꿈꾸는 목표를 모아 꿈의 설계도를 만드는 것이 바로 그 방법이었다. 책을 읽은 후 나도 한번 나만의 보물지도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내가 간절히 바라는 꿈을 사진으로 프린트한 후 하드보드지에 붙였다.
그 당시 내 방 벽에 붙여놓았던 나의 보물지도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항상 보물지도를 보며 목표를 이룬 나의 모습을 상상했다. 긍정의 말을 소리내어 읽었다.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났고 나의 목표에 한 걸음이라도 더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했다. 내 생애 가장 부지런하고 활기넘치는 시간이었다.
당시 보물지도에 붙여놨던 꿈들 중 몇 가지를 골라 사진으로 찍어봤다. 돈을 많이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던 터라 돈, 집, 차와 같은 물질적인 것들이 많이 보인다. 그외 노래, 무대, 몸짱, 여행, 영어, 독서, 인맥, 연애, 긍정 등등 그 당시 내가 무엇을 꿈꾸고 바랐는지 잘 나타나있다.
이건 자기암시를 위해 내가 쓴 글귀이다. 꿈을 이루겠다는 포부도 당찼지만 무엇보다도 스스로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할 수 있다고,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다고 말이다. 결과적으로 긍정적으로 바뀌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나를 사랑한다는 것은 어쩌면 이런 게 아닐까 싶다. 무작정 나 자신을 사랑하자고만 할 게 아니라 나 자신을 위로해주고 용기를 북돋아주는 것.
컴퓨터로 프린트했는데 깨끗하게 정리하려고 하니 자꾸 뭔가 손을 대기 더 어려워져 나중에는 손으로 대충 썼다. 뭐든 너무 잘하려고 하면 진행이 더디다. 쉽고 간편해야 효율적인 법이다.
그 당시 나의 하루 일과였다. 이중에서 '항상 웃기. 거울보고 웃고! 길을 걷다가도 웃고!'라는 글귀는 지금 봐도 너무나 좋은 말인 것 같다. 지금도 많이 웃으려 한다. 소리내어 웃기보다는 그냥 표정으로 웃는다. 표정만 미소를 짓는 게 아니라 정말 기분 좋은 일이 있는 것처럼 싱글벙글 웃는다. 그렇게 웃으면 희한하게도 즐거운 기분이 들면서 마음 속에 긍정의 기운이 가득 차는 것만 같다.
이 글귀는 특히나 내 가슴을 뛰게 만들었던 글귀였다. 성공하기 위해 오늘 하루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매일 아침 생각했고 그때마다 더 나은 내가 되고 있다는 기분에 설레었던 것 같다.
종이 뭉치 중에서 특히나 재밌었던 건 나의 꿈을 기록한 이 메모지였다. 이룬 것은 형광펜으로 줄을 그어서 하나씩 지워나가려 했는데 언젠가부터 흐지부지되었다.
63가지 꿈 중 1번이 내 이름으로 된 책 출간하기다. 2019년 4월에 내 이름으로 된 책을 출간함으로써 저 꿈을 이루긴 했지만 저 당시에만 해도 단지 소망에 불과했다. 끊임없이 도전한 덕분이기도 하지만 어찌보면 누구나 책을 쓸 수 있는 지금의 시대를 잘 만난 덕도 큰 것 같다. 16번에 베스트셀러 작가되기란 꿈도 있는데 저 꿈은 지금부터 내가 만들어가야 할 꿈이다. 첫 책은 출간하는 데 의의를 두고 썼다면 앞으로는 많이 팔릴 수 있는 책이 되었으면 좋겠다. 돈의 문제가 아니다. 더 많이 읽히길 바라는 마음이다.
이루지 못한 다른 꿈은 다 괜찮은데 9번과 10번에 선생님 찾아뵙기는 아직까지도 마음 속에 걸린다. 실천하지 못하고 그저 생각만 하고 있다. 시간이 많이 흘러서 그런지 용기가 잘 안 난다. 나중이란 건 없는 건데, 언제쯤 실천으로 옮길 수 있을지 모르겠다.
33번도 마찬가지다. 지금이라도 만나봐야지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아니지만 대학교 1학년 시절을 함께 보냈던 친구들이기에 왠지 그립다. 지금은 연락처도 모르고 들리는 소식도 없지만 각자의 위치에서 다들 잘 살아가고 있겠지.
가요제 참가에 대한 목표가 유독 많다. 지금은 노래하겠다는 큰 꿈은 없지만 그땐 간절했다. 노래가 좋았던 건지 무대가 좋았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때 적었던 63가지의 나의 꿈들을 보고 있으면 '참 욕심도 많았네.' 싶으면서도 참 열심히 살았다는 생각에 뿌듯하면서도 시도조차 하지 못한 꿈을 보고 있으면 그만큼 아쉬움 마음도 크다. 그래도 괜찮다. 지금 시작해도 늦지 않으니까.
20대 때 적었던 꿈들, 지금은 크게 바라는 꿈은 아니다. 돈에 대한 욕심도 없고 가요제에 대한 열망도 내려놨다. 영어회화를 그만 둔지도 꽤 됐고 그 외 기타등등의 것들도 한 때의 추억에 불과한 꿈이 되었다.
하지만 포기했다는 말은 아니다. 누군가는 내게 허황된 꿈이라 말할 수도 있고 그렇게 열심히 살아도 바뀌는 게 없다며 비아냥 거릴 수도 있지만 내게는 상당히 의미있는 꿈이었다.억대 연봉자가 된 것도 아니고 가요제에서 입상을 한 것도 아니지만 시도해봤다는 점에서 굉장히 의의가 있었다. 그때 성공하겠다는 일념으로 멋모르고 덤벼들었던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 건지도 모른다. 참으로 가치 있는 시간이 아닐 수 없다.
어느새 30대 중반을 향해 가고 있는 지금, 또 다른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우선 당장 떠오르는 꿈은 산업기사, 기사 자격증 취득하기, 복싱 배우기, 몸무게 65kg 만들기, 두 번째 책 출간하기, 버스킹하기 등이 있다. 작고 소소한 꿈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대 때처럼 억대 연봉자와 같은 큰 꿈을 가지지 않는 이유가 현실의 벽에 좌절해서가 아니다. 큰 꿈도 작은 꿈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제는 작은 것에 대한 감사하고 지금에 만족할 줄 아는 삶이 얼마나 훌륭한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나의 꿈을 노트에 하나씩 적어봐야겠다. 그러고 나서 먼 훗날에 어떤 꿈을 이뤘는지 지금처럼 펼쳐봐야겠다. 그때 가서 이룬 꿈들은 형광펜으로 다 줄 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오늘을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