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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타치는 권작가 Jun 17. 2020

나는 내가 글쓰기를 싫어하는 줄 알았다

20대 중반쯤에 블로그를 시작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글을 쓴다'라는 생각으로 글을 쓴 건 아니었다. 그저 나의 일상을 쓰는 일기장 정도로만 생각하며 소소한 이야기를 썼다. 그러다 책을 쓰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글쓰기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고 책 출간 이후에는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글쓰기의 매력에 푹 빠져들게 되었다. 


지금까지 꾸준히 글을 써왔다. 하지만 그동안 글이 생각처럼 술술 잘 써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쓸 때마다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온다. 몸은 아래로 축 처진다. 노트북 화면을 한참동안 바라보며 멍을 때린다. 깜빡이는 마우스 커서를 쳐다보고 있자니 최면에 걸릴 것만 같다. 어떻게 겨우 몇 글자 쓰더라도 마음에 들지 않아 이내 지워버리고 만다. 글을 쓰지 않을 때도 마찬가지다. 오늘은 어떤 주제의 글을 어떤 방식으로 쓸까 하는 고민을 하다보면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브런치에 글을 안 쓴 지 3일만 넘어가도 빨리 글을 발행해야 한다는 생각에 불안해진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고 하는데 글쓰기는 어떻게 해도 즐길 수가 없다. 나는 글을 쓰는 게 좋다고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어봐도 그때 뿐이다. 돌아서면 똑같다. 글쓰기가 힘들다. 글쓰기가 어렵다. 때론 무섭기까지 하다. 그래서 나는 내가 글쓰기를 정말로 싫어하는 줄 알았다. 나는 글쓰기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친한 지인과 카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지인이 내게 물었다.


"요즘 글 쓰는 거는 잘 돼가나?"


한숨을 푹쉬며 내가 말했다.

"브런치에 매일 글을 쓰고는 있는데, 아 진짜 쓸 때마다 너무 힘들다."


지인에게 나는 그동안 글을 쓸 때마다 느꼈던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내 얘기를 다 들은 지인은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내게 이렇게 말했다.


"왜, 너 글 쓰는 거 좋아하잖아."


지인이 그렇게 반응하는 건 당연했다. 내가 책을 출간한 것도 알고 있었고 또 주말마다 카페에서 글을 쓰며 종일 시간을 보내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지인에게 내가 말했다.


"나는 글 쓰는 거 안 좋아한다. 할 게 없으니 이거라도 하는 거지 뭐. 쓸 때마다 힘들고 머리가 아픈데 이런 내가 어떻게 글쓰기를 좋아한다고 할 수 있겠냐."


그랬더니 지인이 내게 물었다.

"어쨌든 글을 써서 브런치에 글을 발행하긴 하잖아?"


그렇다고 말하니 지인은 내 마음을 꿰뚫어보듯 내게 이렇게 말했다.

"힘들다고 말하면서도 매일 글을 쓴다는 건 어쨌거나 글쓰기를 좋아한다는 뜻이야."


지인의 그 말을 들은 후에 내가 글쓰기를 좋아하는 건지 싫어하는 건지 곰곰이 생각해보게 됐다. 사실 그 말을 듣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틀림없이 글쓰기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글쓰기가 얼마나 힘들었던지 글을 써서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거짓말쟁이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내가 글을 좋아서 쓰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으로는 힘들다고 말하지만 어쨌거나 꾸준히 글을 쓰고 있었다. 글쓰기기 싫다고 말하면서도 새하얀 노트북 화면에 새까만 글자를 하나씩 채워나가며 한 편의 글을 발행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글을 쓰지 않을 때에도 어떤 글을 쓸까 하고 고민을 하는데 그런 점으로 봐서는 스스로가 글쓰기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게 오히려 이상했다.


만약 내가 진짜 글쓰기를 싫어했다면 말만 그럴 게 아니라 정말로 글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어떤 주제로 글을 쓸지 고민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브런치에 이렇게 매번 글을 발행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직장생활은 싫어도 먹고살려면 억지로라도 해야 하지만 글쓰기는 꼭 해야 하는 일도 아니었다. 내가 글로 밥 벌어먹고 사는 것도 아닌데 꼭 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글쓰기를 계속해서 하고 있다는 걸 보면 나는 틀림없이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면 그랬다. 첫 문장을 쓰는 게 힘들었지, 몇 줄 정도만 쓰다보면 나머지도 어떻게든 써졌다. 글을 쓸 때마다 머리가 아프긴 해도 내 속에 있는 얘기를 털어내는 과정에서 속이 시원해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다 쓴 글을 다시 한번 찬찬히 읽을 때면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했다. 또 내 글을 구독해주고 읽어주는 독자들을 보면서 내가 쓴 글 속에서 소소한 가치를 발견하게 되고 공감해주는 댓글을 읽을 때면 내가 더 위로받고 힘을 내곤 했다.



글쓰기를 방해하는 부정적인 생각들

그동안 내가 글쓰기를 싫어한다고 생각했던 것은 어쩌면 나의 부정적인 생각에 그 원인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글을 쓰다보면 힘들고 어려운 것도 있지만 내 가슴을 충만하게 만드는 긍정적인 부분도 분명 있었다. 그런데도 나는 줄곧 글쓰기가 힘들다, 어렵다, 쓰기 싫다는 부정적인 생각만 했다. 생각을 통해 입으로 나온 그 말은 내 머릿속에 있는 또 다른 부정적인 생각을 입밖으로 나오게 만들었다. 짜증난다고 말하면 더 짜증나는 법이다. 저 사람이 싫다고 말하면 더 싫어지는 게 사람의 마음이다. 글쓰기도 다르지 않았다. 그런 사실을 알면서도 나는 계속 글쓰기가 싫다는 부정적인 말만 되풀이 했고 그런 말이 나를 '글쓰기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으로 못박았던 것 같다. 가장 큰 적은 내 안에 있었다.


이제는 마음을 바꿔보려고 한다. 부정의 생각 대신 긍정의 생각을 가져보려 한다. 머리가 아프다, 피곤하다는 말 대신 하고 싶은 말을 글로 쓸 수 있어 즐겁다고 끊임없이 스스로 되뇌보려 한다. 미운 사람도 좋다고 생각하고 바라보면 장점이 보이듯 글쓰기도 장점만을 바라보려 한다. 이런 긍정의 생각을 계속 떠올려도 글을 쓰는 게 너무 힘들다는 생각이 불쑥불쑥 튀어나오기는 하지만 그래도 도전해보려 한다. 그렇게 내 안에 숨어있는 '나'라는 적을 이겨내야겠다.


이 글을 쓸 때도 생각했다.

'어떤 내용으로 어디서부터 어떻게 쓰면 좋을까. 아 쓰기 귀찮네.'


그렇게 며칠 동안 계속 미뤘지만 몇 번의 퇴고를 거듭하여 결국 이렇게 글을 써냈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시작은 힘들었지만 쓰고 나니 '또 이렇게 글 한 편을 썼구나.'하는 기쁨과 보람을 느끼게 된다. 글을 끝까지 다 쓰고 발행한 후 나중에 다시 찬찬히 읽어보면 마음 속에 있는 묵은 때가 밀려나간 듯한 시원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독자들의 구독과 라이킷, 댓글을 보면서 글쓰기란 참으로 가치 있는 일이란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될 것이다. 글을 쓰길 잘했다고 생각하며 그렇게 또 다시 다음 글을 쓸 준비하고 있는 내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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