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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타치는 권작가 Jun 23. 2020

월급쟁이지만 나름 경제적 자유를 누리고 있습니다

언젠가부터 경제적 자유라는 말이 화두가 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다방면으로 돈 공부를 하고 있다. 주식, 부동산, SNS 등 돈을 벌 수 있는 방법도 가지각색이다. 경제적 자유의 뜻은 말 그대로 돈이 많아서 경제적으로 자유로운 상태를 말한다. 허나 그것은 표면적인 뜻이다. 요즘 사람들이 말하는 경제적 자유에는 매달 자동적으로 돈이 들어오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 즉 일을 하지 않아도 자동적으로 돈이 굴러들어오는 시스템을 만들어서 돈의 구속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현대인들이 말하는 경제적 자유라는 말의 핵심이다. 


현재 나는 많은 사람들이 바라는 그 경제적 자유를 누리며 살고 있다. 이렇게 얘기하면 내가 월급을 많이 받을 거라 생각할지 모르겠다. 아쉽게도 월급은 얼마 안 된다. 쥐꼬리만 한 월급으로 한 달 벌어 한 달 먹고 산다. 그렇다면 부가수입이 많으냐고? 아니다. 매달 고정적으로 들어오는 수입도 없을뿐더러 간헐적으로 들어오는 수입도 없다. 파이프라인과는 거리가 먼 삶이다.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아니고 부가수입이 많은 것도 아닌데 내가 경제적 자유를 누린다고 말하는 이유는 뭘까.


나는 돈 욕심이 없다. 딱히 사고 싶은 것도 없고, 갖고 싶은 것도 없다. 특별히 가지고 싶은 게 없으니 돈을 많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물론 돈을 쓸 데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먹거리도 사야 하고 각종 생활용품도 구매해야 한다. 옷도 사야하고 가끔은 지인들과 함께 외식도 한다. 다달이 나가는 공과금, 보험료, 폰요금 등등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그 정도는 월급으로 충분히 누릴 수 있는 정도이기 때문에 상관이 없다. 몇백만 원이나 하는 값비싼 제품을 마음대로 살 수 있는 능력은 없지만 남들이 먹고 입고 즐기는 정도의 생활은 충분히 가능하다. 


요즘 돈 쓸 데가 없다는 말을 자주 한다. 아직 사고 싶은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을 나이인데도 나는 이상하게 딱히 돈을 쓸 데가 없다. 남자들은 보통 술과 담배에 들어가는 비용이 많은데 나는 술, 담배를 안 해서 돈 들 일이 없다. 사치를 하지도 않아서 쓸데없는 데 돈을 쓰지 않는다. 카페와 책을 좋아해서 책 사고 음료 마시는 돈 말고는 크게 쓰는 돈이 없다. 돈에 얽매이지 않는 나를 볼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든다. 


'돈이 많은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돈으로부터 자유롭네.'

  

비슷한 나이대의 사람들에 비해 월급이 적은 편이다. 하지만 돈 욕심이 없으니 월급이 얼마 안 되어도 크게 부족함을 느끼지 않고, 어쩌다 설날이나 명절 보너스가 들어오면 기분은 좋지만 막 그렇게 들뜨진 않는다. 마음이 이렇다 보니 돈에 쫓기지 않는다. 돈에 구속되지 않는다. 고로 경제적으로 자유로움을 느낀다. 


이쯤되면 이게 무슨 개소리(?)인가 하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월급쟁이가 경제적 자유를 누릴 수 있는 비법이 뭘까 하고 궁금한 마음에 들어왔는데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며 욕을 할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벌써 뒤로가기를 누르고 나간 사람도 있으리라. 그런 분들이 있다면 그 심정만큼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꼭 돈을 많이 가져야만 경제적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 자유라는 말을 들으면 돈을 많이 가진 사람이라고만 생각할 뿐, 돈은 없어도 돈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사는 사람이라는 것은 생각하지 못한다. 이처럼 다른 각도에서 경제적 자유를 조명해보자는 것이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이다. 


나는 돈으로부터 구속되지 않는 상태를 경제적 자유로 정의한다. 경제적으로 자유를 누린다는 것의 전제가 꼭 돈을 많이 가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돈이 없더라도 욕심이 없고 돈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면 그 또한 경제적 자유를 누린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니까 돈이 많고 적음과 상관없이 돈으로부터 구속되지 않는 상태라면 경제적으로 자유를 누리고 있는 것이라는 말이다. 결국 지나친 욕심만 버린다면 경제적 자유를 누릴 수 있다. 아무리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이라도 욕심이 많은 사람은 경제적으로 자유를 느끼기 어렵다. 


돈이 많으면 좋겠지만 어쩌면 우리는 부족한 듯이 살기 때문에 큰 마음먹고 지른 물건에 소소한 재미를 느끼며 사는 건지도 모른다. 돈이 많아서 뭐든 쉽게 사는 것보다 부족한 상황에서 하나씩 장만하는 것이 더 가치 있게 느껴지는 법이니까 말이다. 100만 원짜리 노트북이 있다. 월 1,000만 원을 버는 사람보다 200만 원 버는 사람이 큰 마음 먹고 노트북을 살 때가 더 기쁘지 않을까. 뭐든 차고 넘치면 감사한 줄 모른다. 돈도 마찬가지다. 


물론 나의 상황을 다수의 다른 사람들에게 똑같이 적용할 수는 없다. 나는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다. 그러니 집 장만을 위한 돈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가전을 사야할 돈이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아이가 없으니 돈이 들어갈 일도 없다. 보통 집이나 차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는 오래된 5층짜리 옛날아파트지만 혼자서 지내기 딱 좋은 공간의 전셋집도 있고 연식이 10년도 더 지났지만 새차마냥 깨끗한 차도 있다 보니 큰 돈 들여 해야 할 게 별로 없다. 이렇다 보니 나의 기준이 정답인 것마냥 상대방에게 억지로 끼워 맞출 수는 없는 것이다. 


돈을 꼭 많이 가지는 것만이 아닌, 돈 욕심을 버리는 것으로도 경제적 자유를 누릴 수 있다고 말하는 것도 사실 스스로가 조금 불편하다. 지금 돈을 더 벌어도 모자랄 판에 욕심이니 무소유니 하며 시대에 뒤떨어진 고리타분한 말을 하는 것 같아서이다. 다른 글에 비해 유독 퇴고를 많이 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현대인들이 공감하지 못할 내용이라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이미 풍족하게 사는데도 불구하고 더 많이 가지려고 욕심을 부리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목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과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먹고살기 급급했지만 지금은 어떤 일을 해도 밥은 먹고 산다. 값비싼 집이나 차, 명품 등을 원하는 만큼 사기는 어려울지 몰라도 웬만큼 먹고 입고 즐기는 것은 쥐꼬리만 한 월급으로도 그렇게 모자람이 누릴 수 있는 세상이다. 하지만 요즘 사람들은 끊임없이 남과 비교하며 눈에 불을 켜고 더 많은 돈을 가지려고 한다. 돈 자체를 목적으로 한 채 돈의 노예가 되어 사는 사람들이 많다. 경제적 자유라는 단어도 그렇다. 다들 경제적으로 크게 어려운 것도 아닌데 남들이 경제적 자유를 외치며 돈이 들어오는 파이프라인을 하나씩 가지고 있으니 자신도 그렇게 돈을 더 벌어야 한다며 스스로를 자꾸 옭아매는 게 아닐까 싶다. 


돈이 있으면 좋다.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낫다. 돈을 많이 가지고 싶다는 것이 결코 나쁜 건 아니다. 원하는 게 있으면 열심히 돈을 벌어서 사면 된다. 하지만 내가 가진 돈이 아닌 남이 가진 돈만 바라보며 자책하고 자신의 삶까지도 비난하는 그런 일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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