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지에 도달하는 여정이 가능한 한 긴 여행이 되기를
어쩌면 우리 모두가 과정은 생략한 채 결과만을 바라보며 살고 있는 건 아닐까.
나는 목표 지점이 가능한 한 가까이 있기를 바랐었다. 우회로가 아닌 직선길로 가기를 원했다. 얼른 목적지에 도착해야만 진정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목적지에 이르는 과정이 곧 나의 삶이라는 걸 깨닫지 못했다. 그래서 도중의 항구들은 즐겁지 않았고 목적지에만 매달렸다. 항구들이 숨기고 있는 신비의 도시들을 그냥 지나갔다. 태양이 초대하는 많은 여름날 아침을 무표정하게 맞이했다.
삶의 묘미는 과정에 있다는 것을 나는 여행을 통해 배웠다. 내가 정한 목적지들은 사실 그곳에 이르는 여정의 경험을 위한 설정에 불과했다. 내 여행기는 목적지로 가는 도중에 겪은 일들과 이야기들로 채워졌다. 모험과 도전을 피해 고속열차나 비행기를 타고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은 여정을 생략한 것이나 다름없다.
기도해야 한다. 목적지에 도달하는 우리의 여정이 가능한 한 긴 여행이 되기를. 신이 짜놓은 근사한 일정을 우리가 망치지 않기를. 그 여정에서 더 많은 모험과 시련과 근사한 일들을 겪게 되기를. 그래서 모퉁이를 돌 때마다 온갖 사건이 펼쳐져 이야깃거리가 많아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