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과 부동산 투자, 안 하는 나만 바보인 건가
"앗싸, 올랐다!!"
같이 식사를 하던 직장선배가 휴대폰을 보며 기뻐했다. 뭔가 했더니 주식이었다. 오른 주식주가를 보며 므훗하게 웃고 있는 선배에게 내가 물었다.
"주식하시나봐요. 주식 어때요? 사람들이 많이 하는가요?"
선배는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어, 많이 하지. 내 주위에 주식 안 하는 사람 한 명도 없다."
의외였다. 사람들이 주식을 그렇게 많이 하는지 몰랐다. 의아한 마음에 주위를 좀 더 넓게 둘러보니 사실이었다. 다른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사람중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주식에 투자를 하고 있었다. 거짓말을 조금 보태면 나 빼고 다 하고 있었다. 각종 매체에서 투자하는 사람들에 대한 얘기는 많이 봤어도 이렇게 내 주위에 직접 목격을 하고 보니 신기하기도 하고 의아하기도 했다. 그동안 나는 주식은 무조건 나쁜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았다.
주식만큼 많이 하는 투자가 바로 부동산이다. 돈 좀 벌었다고 말하는 사람들 중 대다수는 부동산 투자를 한 사람들이었다. 지인 중에서도 숱하게 봐왔고 직장 내에서도 부동산으로 돈 벌었다는 사람들의 얘기가 심심찮게 들려왔다.
주식, 부동산 등에 투자해서 돈 많이 벌었다는 얘기가 투자에 관심이 없던 나와는 거리가 먼 얘기라 생각했다. 하지만 억 단위의 돈을 버는 사람들을 보면 볼수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다들 투자해서 돈을 그렇게 많이 번다는데, 나도 따라서 시작해야 하는 걸까?'
불안했다. 다들 투자를 하는데 나만 안 하고 있는 것이 왠지 남들에게 뒤처지는 것 같았다. 투자해서 억 소리나게 돈 버는 사람이 그렇게 많은데도 투자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내가 바보처럼 느껴졌다.
나만 그런 건 아닌 것 같았다. 최근 젊은층 사이에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이 거세다는 내용의 한 신문기사에서 '주변에서 주식으로 얼마 벌었다는 얘기를 들으면 나만 뒤처지는 것 같다', '주식을 안 하면 손해라는 생각이 들었다' 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보며 나의 불안감은 더욱 가중되었다.
'나도 돈공부를 해볼까.' 하고 생각한 적은 있지만 언제나 생각에 그칠 뿐이었다. 돈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주위에서 워낙에 '돈!돈!' 하는 얘기를 많이 하길래 재테크 책을 여러 권 읽으며 저축도 하고 가계부도 쓰며 알뜰살뜰하게 생활해보기도 했지만 돈이 있다고 한들 할 게 없었다. 나는 물욕이 없다. 더 정확히 말하면 딱히 지금 돈이 필요하지가 않다. 돈을 모아서 무얼 하겠다는 목표가 없으니 재테크에 노력을 쏟아부을 이유도 없었다. 그러니 돈에 관심이 없을 수밖에.
그럼에도 불안한 마음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았다. 어떻게 마음을 먹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그러던 찰나에 내 고민을 어느 정도 해소해주는 글을 하나 만나게 되었다. 즉문즉설을 통해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하는 법륜스님의 말씀이었다.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질문자에게 스님은 지금과 같이 투자에 목매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 원인과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이야기를 했는데 나의 불안한 마음을 잡아준 내용은 마지막에 있었다.
"그러니 수행자는 이런 세속적인 문제에 너무 염려하지 마세요. (중략) 그러니 여러분이 '적게 먹고, 적게 입고, 적게 쓴다' 이런 관점만 갖고 있으면 아무 걱정을 안 해도 됩니다. 밥만 먹고 살려면 다 정토회로 들어오면 돼요. 그러니 마음을 푸근하게 가지세요. 또 이 변화기에 부화뇌동해서 굳이 뭘 해보고 싶다면 한 번 해보세요. 단, 그것은 도박과 같은 것이니까 잃어도 결과를 감수하겠다는 각오가 있어야 합니다. 돈을 다 날리고 나서도 손을 탁탁 털면서 '재미있었다!' 이렇게 말할 수 있으면 해도 돼요. 그렇지 않다면 이런 건 쳐다보지 말고 일상적인 삶에 충실하는 게 좋습니다."
이 글을 읽고 보니 어느 정도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그것이 자기위안이나 합리화가 아니었다. 삶에 균형을 찾은 듯한 안정감이었다. 누군가는 '돈이 얼마나 중요한데 돈 공부를 안 하겠다고?'라고 말하며 어이없어 할지도 모르겠다. 물론 돈은 중요하다. 돈이 많으면 많을수록 행복해진다면 나도 어떻게든 꾸역꾸역 돈 공부를 하고 투자를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지 않다. 돈은 너무 없어도 문제지만 너무 많아도 문제다. 돈에 노예가 되어 사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나는 돈에 노예가 되어 너무 아등바등하며 살고 싶지 않다.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낫다는 말이 있다. 돼지보다는 소크라테스와 같은 지적인 인간으로 살고 싶다. 내것을 더 가지기 위해 다투기보다는 가진 것을 나누며 더불어 살아가고 싶다.
나는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산다. 끊임없이 배우기 위해 공부도 하고 있고 운동도 배우고 있다. 그렇게 나에게 투자하며 산다. 당장은 돈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밥이 생기는 것도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나를 위한, 행복을 위한 가장 현명한 투자라 생각한다.
물론 앞으로 또 어떻게 생각이 바뀔지는 모른다. 돈을 벌고 싶은 욕심에 투자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괜찮다. 스님의 말처럼 결과를 감수하겠다는 각오와 함께 돈을 다 날려도 손을 탁탁 털면서 '재미있었다!'라고 말하면 될 테니까.
누군가 돈에 관심없다고 말하는 나에게 '바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내 대답은 이거다.
"다들 돈 잘 버는 천재들인데 까짓 거 나 하나쯤은 바보 하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