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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타치는 권작가 Aug 07. 2019

대학은 꼭 가야할까?

대학 졸업장 없이 사회생활을 하며 느낀 것들


나는 고졸이다. 정확히 말하면 대학중퇴다. 대학교를 1학년 1학기까지는 다녔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최종학력은 고졸이다.


처음엔 대학졸업장 따위는 필요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세상은 이런 나의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나를 손가락질 했고 때로는 멸시하는 듯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대학을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동등하게 주어져야 할 기회를 박탈했다. 대학 졸업장은 구경도 못 해본 채 그렇게 13년 가까이 사회생활을 해왔다.


18년 째 이용하고 있는 미용실에 들러 머리를 다. 원장님이 머리를 하다말고 나에게 물었다.


"우리 아들이 진로에 대해 고민이 많은데
대학을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단다.
어떻게 생각해?"


뭐라고 딱 잘라 말할 수가 없었다. 한두 마디로 답할 수 있는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나름의 생각을 얘기했다. 미용실을 나온 후 대학에 대한 생각이 계속 들었다. 


과연 대학은 가야할까? 안 가도 될까?



대학은 갈 수 있으면 가는 게 좋다

사람들마다 대학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지만 내가 생각했을 때 대학은 갈 수 있으면 가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간혹 명문대를 졸업해도 취직하기 어려운 세상이라며 대학이 필요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극히 일부다. 이름 있는 대학을 졸업한 사람일수록 원하는 회사에 취직하거나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는 확률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직장의 만족도는 어떨지 몰라도 조건이 더 좋은 곳에서 일할 수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학벌보다 능력이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학이라는 간판을 결코 무시할 수는 없다.



'그깟 대학 졸업장'이라고 말하는 사람들

그깟 졸업장을 따자고 대학을 가는 건 시간 낭비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어느 정도 동의한다. 하지만 대학을 가는 이유는 ‘그깟 졸업장’을 따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학벌만능주의인 지금의 사회에서 ‘그깟 대학 졸업장’도 없으면 손해 볼 일이 생길 수 있다. 취직이나 승진에 제한이 될 수도 있고 할 수 있는 일의 종류나 개수가 줄어들 수도 있다. 나만 봐도 그렇다. 고졸이라는 이유로 입사지원서조차 넣지 못할 때도 있었고 심지어 아르바이트에도 제약을 받았다. 고졸을 채용하지 않는 아르바이트가 은근히 많았기 때문이다. 겨우 하루만 일하는 일일아르바이트인데도 고졸을 채용하지 않는 업체도 있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사람들을 만날 때도 위축이 될 수 있다. 대화를 나눌 때 대학얘기가 나오면 대화에 끼지를 못하니 자존감은 점점 떨어졌다.      


대학 가봐야 별 것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

대학에 가봐야 별 거 없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대학은 원래 별 게 없다. 여태껏 대학만 가면 끝이라는 생각으로 공부하다보니 대학이 특별한 곳으로 느껴졌을 뿐이다. 공부하는 학교에 뭐가 그렇게 대단한 게 있겠는가. 몸을 자르고 붙이는 신기한 마술도 해법을 알고 나면 별 볼 일 없듯 대학도 마찬가지다. 가기 전엔 설레지만 막상 가보면 별 것 없다. 그냥 학교다.


그렇다면 그런 별 것 없는 대학을 사람들은 왜 가려고 할까? 배우고 싶은 학문이 있어서 일수도 있고 원하는 직장에 취직하기 위해서 일수도 있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다른 사람들이 다 가니까.


쉽게 생각해보자. 의무교육이 중학교까지인데도 사람들이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들 가니까 가는 거다. 원하는 대학에 가기 위한 관문으로 생각하기도 하지만 고등학교 자체에 특별한 의미를 두지는 않는다.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쓰는 이유는 무엇인가? 다들 쓰니까 쓰는 거다. 끝까지 폴더 폰과 슬라이드 폰을 쓰겠다고 고집하다가도 다들 스마트폰이 편하고 좋다고 하니 나도 써보는 거다. 대학을 가는 이유도 이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요즘 대학까지는 기본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다 보니 결국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따라가는 것이다.



대학을 가는 데 대단한 이유가 있어야 할 것 같지만 졸업장을 따는 것만으로도 대학을 갈 이유는 충분하다. 남들이 다 가는 대학이라 큰 의미 없이 느껴질 수 있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다들 가는 대학을 나만 안 가면 개인 신상에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 


그렇다고 남들이 가는 대로 똑같이 따라 가야한다는 말은 아니다. 대학을 무조건 가야한다고 강조하는 것도 아니다. 대학을 가는 데 있어서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지 말라는 말일 뿐이다.



다른 사람이 다 간다고 해도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이 분명하다면 안 가도 된다. 내 인생에서 대학 졸업장이 필요 없다고 생각되면 굳이 갈 필요는 없다.


하지만 만약 대학을 가지 않겠다고 결심했다면 나만의 새로운 무기를 만들어야 한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취직, 승진, 월급 등 여러 면에서 고졸과 대졸에 차이를 두고 있다. 학벌로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되겠지만 이러한 차이 자체를 없애기는 지금의 상황에서 너무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둘 중 하나는 있어야 한다. 대학 졸업장을 따거나 아니면 대학 졸업장을 극복할 수 있을 만한 자신만의 실력을 키워야 한다. 


지인인 Y는 부산에서 헤어숍을 운영하고 있다. 미용을 전공했을 거라는 내 예상과 달리 그는 대학을 나오지 않았다. 내가 놀랐던 것은 그의 최종학력이 고졸도 아닌 중졸이었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해서 중졸인 Y가 가볍게 보이지는 않았다. 자신의 미용 기술을 바탕으로 남부럽지 않은 연봉을 벌며 지금의 삶에 만족하며 살았기 때문이다. 그런 Y에게 대학 졸업장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직장 상사가 아무리 성격이 불같다고 하더라도 업무 능력이 탁월하면 함부로 무시할 수 없다. 식당이 허름한데다가 주인까지 불친절하다해도 음식만 맛있으면 손님은 계속해서 찾아간다. 간판도 중요하지만 실력이 더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택과 책임만이 있을 뿐

사람마다 처해진 환경도 다르고 추구하는 가치도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대학에 무조건 가야한다고 할 수도 없고 대학은 갈 필요 없는 거라고 말할 수도 없다.


결국엔 자신이 어떤 길을 갈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남들보다 일찍 사회에 나가서 하고 싶은 게 있다면 대학에 가지 않아도 된다. 자신의 목표가 분명하다면 그 길로 가면 된다. 하지만 특별히 하고 싶은 일도 없고 뚜렷한 꿈도 없다면 우선은 대학은 나오는 게 좋다고 본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를 땐 우선 남들이 다 가는 대학이라도 나오는 게 나중에 직업을 찾아가는 데 있어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선택은 자신의 몫이다. 대학을 나오면 취직이나 승진에는 유리하겠지만 졸업하기까지 돈과 시간 그리고 노력이 든다는 건 감내해야 한다. 반대로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해 돈을 모으고 경력을 쌓을 수는 있겠지만 사람들의 무시와 세상의 차별은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한다.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질 각오가 되어 있다면 어떤 선택을 해도 괜찮다.



32살에 다시 대학을 가다

올해 2019년 3월

32살의 나이에 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 입학했다. 대학졸업장을 따기 위해서였다.


안정적인 직장을 얻었는데 굳이 대학을 갈 필요가 있겠냐며 지인들은 말하지만 고민 끝에 결국 대학을 가는 걸로 결정했다. 무시받지 않기 위해서였다. 사람들의 불편한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서였다.


물론 그런 이유가 전부인 것만은 아니다. 남들에게 좀 더 떳떳하고 싶은 마음이 큰 것은 사실이나 나를 지금보다 더 발전시키고자 하는 마음이 강해서이기도 하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을 좋아한다. 도전을 통한 성취에서 행복을 느낀다. 나를 계발하고 또 개발해나가며 더 나은 내가 되는 것을 지향한다. 그런 점에서 대학졸업은 나의 여러 목표 중 하나이다. 


고졸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이 싫어서,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 대학을 선택했지만 내가 대학을 다닌다고 해서 그런 편견을 가진 사람들의 대열에 합류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이후에 내가 대학을 졸업하게 되더라도 '대학을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그 사람의 삶까지 무시하고 부정해서는 안 된다.'  라는 지금의 이 생각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고등학생 때 과외선생님이 내게 했던 말

고등학교 때 수학 과외를 했었다. 그 당시 과외선생님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요즘 대학 나와도 취직을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이런 상황에서
대학까지 안 나오면 진짜 답 없다.
알겠니?"


그때는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

지금은?

더더욱 이해하지 못하겠다. 왜냐고?

나는 대학을 안 나오고도 지금 충분히 행복하게 잘 살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을 나왔느냐 안 나왔느냐도 중요하겠지만 어떤 결심과 행동을 하며 살아가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한다면,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가 아닌 지금 실천가능한 작은 목표들을 세우고 하나씩 실천해 나간다면 분명 우리는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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