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햇빛이 뜨겁게 내리쬐는한여름에 부산 송정 바닷가에서 서핑을 배운 적이 있었다. 백사장에서 기본동작을 배운 후 본격적으로 서핑을 하기 위해 바닷물에 입수했다. 서핑은 기본적으로 파도를 잘 타는 게 중요하다. 아무 파도를 타는 게 아니라 보드를 타고 제대로 나아갈 만한 힘 있는 파도를 잘 잡는 게 중요하다.
가슴팍까지 오는 깊이까지 들어가서 저 멀리서 오는 파도를 바라보며 서있었다. 파도가 오면 보드에 엎드린 채 열심히 팔을 젓다가 속력이 붙으면 곧바로 일어선 다음 착지를 하여 백사장까지 보드를 타고 나아갔다. 처음 해본 서핑에 마냥 즐거웠다.
하지만 파도가 너무 잠잠했던 터라 그렇게 스릴이 넘칠 정도로 재밌진 않았다. 보드를 타고 빠르게 나아갈 수 있을 정도로 강한 파도가 필요했다. 물 속에서 큰 파도가 치기만을 기다렸다. 저 멀리 보이는 수평선을 바라보며 더욱더 강한 파도가 일어나길 기다리고 있는데 문득 그 상황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그 전에는 한 번도 바다에서 파도가 치기를 바라고 기다린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해마다 지인들과 해수욕장에 놀러갈 때면 파도가 치지 않길 바랐었다. 파도가 일어나면 물놀이를 제대로 즐기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예전엔 가뜩이나 수영도 못 하던 때라 파도가 치면 물을 먹곤 했다. 파도에 휩쓸려 발이 닿지 않는 곳까지 들어가는 바람에 섬뜻했던 적도 몇 번 있었다. 바다에서 만나는 파도가 나에게는 불청객이었다.
그렇게 항상 잔잔한 바다이길 바랐던 내가 서핑을 하고 있는 그때는 파도가 강하게 일어나길 바라고 있었다. 물놀이를 할 때마다 파도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던 내가 이번에는 큰 파도가 일어나길 바라는 그 상황이 왠지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같은 파도인데도 예전엔 싫어했고 지금은 좋아하는 이유는 뭘까?’
그러다 내가 잡고 있는 서핑보드가 눈에 들어왔다. 보드를 보며 생각했다.
'그렇지. 파도를 탈 수 있는 보드가 있기 때문이구나.'
그러고는 이런 생각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역경이라는 파도를 겁내지 않을 수 있는 건 보드라는 무기가 있기 때문이듯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살다보면 많은 역경에 부딪히곤 한다. 좋은 일만 가득하길 바라지만 좋은 일만큼 궂은 일도 자주 만나기 마련이다. 꽃길만 걷길 바라지만 흙탕길 걷기도 하고 때로는 뜨거운 아스팔트길을 걷기도 한다. 그렇게 우리는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며 매일을 살아간다.
기쁜 일은 그냥 즐기면 되니 따로 준비가 필요 없다. 궂은 일은 다르다.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다. 자칫하다간 좌절을 할 수도 있고 새로운 도전에 대한 의지가 꺾일 수도 있다. 삶에대한 희망을 잃을 수도 있다.
어떤 고난에도 굴복하지 않으려면 나만의 무기가 필요하다. 최신식 무기로 무장한 군인이 전쟁에서 승리할 확률이 높듯 우리의 인생에서도 자신만의 무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만이삶을 더욱 거뜬하게 잘 살아갈 확률이 높다.
누구에게나 사는 건 쉽지 않은 문제이다. 세상이 내 뜻대로 된다면 좋겠지만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기보단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더 많은 게 우리의 현실이다. 경제도 어렵고 사회분위기도 많이 침체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자신만의 무기를 개발하기 위한 노력은 하지 않으면서 불만, 불평만 하고 있는 건 아닌지는 한번 생각해볼 일이다.
물론 현재의 상황이나 환경이 짜증나고 괴로울 수는 있다. 하지만 그렇게 주저앉아 있는다고해서 변하는 건 없다. 지금 필요한 건 어떤 어려운 상황도 극복할 수 있는 힘이다. 그 힘은결국 내가 얼마나 많은 무기를 가지고 있느냐로부터 나온다. 다양한 무기를 적재적소에 활용한다면 역경을 이겨내기는 더욱 쉬워진다.
더 잘 살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하루를 살아내는 당신, 과연 여러분이 가지고 있는 자신만의무기는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