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 4일 부산 사상구 덕포동에 부산시 최초 직영 도서관인 부산도서관이 개관했다. 지난 5월에 완공을 마친 후 9월에 개관하려고 했으나 코로나 때문에 개관이 연기됐다가 이번 11월에 드디어 문을 열었다고 한다. 전부터 부산도서관이 설립된다는 소식을 들었던 터라 하루 빨리 완공 되기만을 기다렸는데 벌써 이렇게 시간이 새로운 도서관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부산도서관에 가보지 않을 수 없었던 나는 설레는 마음을 안고 한 걸음에 달려갔다.
여기가 바로 사상구 덕포동에 위치한 부산도서관이다. 지하철로는 덕포역 2번 출구와 가깝다. 지하 2층, 지상 4층의 규모라고 하는데 559억이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을 들여 건설했다고 한다. 외관이 깨끗한 것이, 새것 느낌을 물씬 풍긴다.
도서관 1층 중앙홀이다. 세련되고 감각적인 소파와 테이블이 돋보인다. 벽 전체가 통유리로 되어 있어 바깥풍경을 감상하기 좋아보인다. 비 올 때 이곳에서 커피 한 잔 하며 앉아 있으면 꽤나 분위기가 날 듯하다.
여긴 종합자료실 격인 2층 책마루의 모습이다. 내부전경은 3층 책누리터 역시 2층과 비슷하다.
책장 안쪽에 램프가 달려있어 은은한 불빛을 내는데 개인적으로 되게 마음에 들었다.
책을 읽을 수 있는 좌석이 상당히 많다. 구석구석에 공간활용을 참 잘한 듯했다.
다양한 좌석이 있어 편안하게 독서를 즐길 수 있다.
보통의 도서관은 공부할 수 있는 열람실이 따로 마련되어 있는데 부산도서관은 열람실이 따로 있지 않다. 자료실 내에 있는 좌석 어디든 공부하기에 손색이 없다. 곳곳에 테이블이 배치되어 있는데 특히 위 사진에 나와있는 창가쪽 자리가 집중하기에 딱 좋다. 열람실이 따로 없어 의아해 할 사람도 있겠지만 공부하러 온 사람도 자연스레 책 주위를 맴돌고 책을 더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는 효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부산도서관은 독서하기에 좋은 자리가 따로 없다. 앉는 곳마다 명당이다.
여긴 뭔가 외국에 있는 도서관에서 볼 법한 공간이다.
다양한 형태의 세련된 좌석이 독서 요구를 자극한다.
편안한 의자에 앉아 바깥 풍경을 즐기며 책을 읽는 이 순간이 최고의 휴식 아닐까.
아이들을 위한 공간인 꿈뜨락 어린이실 내부모습이다.
부산도서관 개관이 반가운 이유
요즘에는 공터만 있으면 아파트, 쇼핑몰, 상점 등과 같이 돈벌이를 위한 건물들이 우후죽순 들어서는 걸 쉽게 목격할 수 있다. 빈 자리는 물론이고, 멀쩡한 건물까지도 허물고 더 멋지고 세련된 건물로 탈바꿈하곤 한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어떤 건물이 들어서는 걸까' 하고 흥미롭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돈벌이를 위한 건물의 탄생이 사람들을 더욱 비교하게 만들고 욕심부리게 만드는 게 아닐까 하는 우려의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산을 깎고 숲을 허무는 등 자연을 훼손하고 그 자리에 딱딱한 콘크리트 건물들이 들어서는 걸 보면서 가뜩이나 침침한 도시를 회색빛으로 더욱 짙게 만드는 것 같아 씁쓸했다. 높은 건물이 줄지어 서있는 도로에서 매캐한 매연을 뿜으며 요란한 경적을 울리는 자동차들을 보고 있노라면 종종 어지럽기까지 하다.
그래서 이번 부산도서관 개관이 더욱 반가웠다. 더 많은 걸 가져야 한다며 소비를 부추기는 다른 건물과 달리 여유를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이 생겼다는 점에서 더없이 기뻤다. 마치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사막 속에서 맑은 오아시시를 발견한 기분이 들었다. 돈이 아닌 지식과 지혜를 얻고 공유할 수 있어 절로 웃음이 났다.
도로가에 심어놓은 나무가 길거리의 공기를 정화하듯 도서관에 담겨있는 에너지가 그 주위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정화시켜 줄 것 같았다. 앞만 보고 미친듯이 달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뒤를 돌아볼 수 있게 하고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볼 수 있게 하는 여유를 선물해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갈수록 먹고살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살아내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안타까운 건 자라나는 아이들이다. 뭐가 뭔지도 모른 채 어른들이 정해놓은 레이스에서 죽기살기로 뛰고 있는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공부는 중요하다.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아이들이, 학생들이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직장에 취직하기 위한 무한경쟁에서 조금만 벗어나 책을 읽으며 공부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세상에는 많다는 사실을 배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독서를 통해 다양한 것을 느끼고 경험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더 유익한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도서관을 꼭 독서를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지 않아도 좋다. 고속도로에서 휴게소에 들러 잠깐 쉬어가듯 도서관 역시 지나가는 길에 잠깐 들러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그런 공간으로 활용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팍팍한 현실을 속에서 조금이나마 여유를 찾고 누린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