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타치는 권작가 Nov 27. 2020

태클거는 사람에게 웃으면서 대처하는 법

브런치 외에 블로그도 하나 운영하고 있다. 얼마 전 블로그 이웃이 하소연하는 글을 읽게 되었다. 내용을 읽어보니 자신의 생각을 쓴 글에다가 누군가 와서 가르치려들며 지적을 하는 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내용이었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 그런 소리 듣고 싶지 않다고, 자신의 글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블로그에 오지 말라고 말하며 댓글달기를 그만 것을 경고했다.


이렇게 남의 공간에 와서 아무렇지 않게 말을 막하는 사람들, 생각보다 많다.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한 지인도 비슷한 경험을 하고는 내게 하소연다. 블로그에 지하철 여성전용칸에 대한 정보글을 썼는데 그 글에다가 어떤 모르는 사람이 와서는 왜 여자전용칸만 있는 거냐는둥, 남자가 여자한테 양보를 왜 해야하냐는둥 시비조로 댓글을 달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나보고 글 쓸 때 조심하라고 당부했다.


타인의 댓글 때문에 기분이 상한 블로그 이웃과 지인의 심정을 나도 잘 안다. 나 역시도 그런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블로그나 브런치에 글을 쓰면 비판적인 댓글을 쓰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을 볼 때마다 나도 마음이 안 좋다. 건설적인 비판은 좋게 받아들이지만 비판이 아닌 비난을 하는 사람을 보면 나도 기분이 확 상한다.


상대방의 펀치를 가볍게 흘려버리

내가 쓴 글을 지적하고 내 생각에 태클을 거는 사람에게 웃으면서 대처하는 나만의 방법이 있다. 말 그대로 웃으면서 대처하는 것이다. 내 브런치에도 날선 비난을 하는 댓글들이 있었지만 웃으며 대처한 결과 나는 한 번도 실랑이를 벌인 적이 없었다. 실제 예시를 위해 내 브런치에 달렸던 조금은 무례한 내용의 댓글과 그 댓글에 대한 나의 답댓글을 캡처해봤다.

직장에서 상사의 거친 말을 나만의 방식으로 유머러스하게 웃어 넘긴 이야기에 대해 글을 썼는데 한 독자가 그게 무슨 유머냐며 반박하는 댓글을 달았다. 조금 불편한 생각도 들었지만 "듣고 보니 그럴 수도 있겠네요^^"말하며 가볍게 흘려넘겼다,


스타벅스 서머 레디 백에 대한 글에  한 독자가 "공구통처럼 생겼구만..." 하고 댓글을 달았다. '글의 요지가 이게 아닌데 왜 이런 식으로 댓글을 달까.' 하고 생각했지만 이 역시도 "공구통처럼 보이기도 하네용." 하고 인정해주었다. 저 사람에게는 그렇게 보일 수 있는 거니까 말이다.


글이 너무 치우친 거 같다, 독자를 세뇌시키려 하는 거 같다는 댓글도 있었다. 이 댓글에도 서운한 마음이 있었지만 저 사람이 보기엔 치우쳐 보일 수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다, 내가 조금 오버한 거 같다는 답댓글로 가볍게 마무리지었다.


여러 댓글 중에서도 위 댓글 내용이 가장 비판이 강했는데 비판을 넘어 비아냥거림까지 느껴져 살짝 불쾌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말투가 거슬리긴 했지만 확인해보니 독자의 말대로 내가 잘못된 정보를 올린 것도 사실이었다. 그래서 속으로 '니 말이 맞구나.' 싶어서 내가 몰라서 그랬다고 웃으며 댓글을 달았다. 독자가 부드럽게 얘기해줬으면 더 좋았겠지만 저 사람 말투가 그런 걸 어쩌겠는가. 그냥 그렇게 인정하고 받아들였던 것이다.

 

내가 말할 자유 그리고 네가 말할 자유

다소 거친 말투의 댓글이 달릴 때 만약 나도 같이 욱해서 맞받아치면 어떻게 될까? 결국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더 지나친 비난의 말들이 오갈 것이고 스트레스만 더 받게 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누가 나에게 지적을 할 때 왜 그런 식으로 말하냐며 다투지 않는다. 그냥 그 사람의 말에 동조해버린다. 네 말이 맞다며 인정해버린다. 그렇게 상대방의 잽을 가볍게 흘려버다.


단순히 좋게 생각하라거나 웃어 넘기라는 식의 이야기가 아니다. 사람들의 지적에도 가볍게 넘길 수 있으려면 필요한 것이 한 가지 있다. 바로 상대방의 자유를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내가 내 생각을 자유롭게 얘기하듯 상대방도 내 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말할 자유가 있다. 이왕이면 좀 더 완곡하게 표현해서 글을 써준다며 좋겠지만 뭐라고 표현하든 간에 그건 상대방의 일이지 내 일이 아니다. 상대방의 생각을 내 마음대로 조종하려는 건 어떻게 보면 독재다. 내가 나대로 말하듯 그 사람도 그 사람대로 말할 뿐이다.


자신의 글에 지적을 하는 사람을 만날 때 기분이 상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상대가 건설적인 비판이 아닌 비판을 위한 비판을 해서 그럴 수도 있고 글의 요지를 벗어나 쓸데없는 내용으로 트집을 잡아서 그럴 수도 있다. 기분이 나쁜 대표적인 이유는 자신이 옳다는 생각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옳다는 내 생각을 누군가 잘못됐다고 비판을 하니 기분이 나쁜 것이 아닐까 싶ㅏ. 그럴 때 내 생각이 짧을수도 있다고 인정하면, 내가 틀리고 상대방이 맞을수도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면 누가 나에게 지적을 해도 마음이 덜 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듣고 보니 당신 말도 일리가 있네요 하고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아무리 생각해도 웃으며 대처가 되지 않는다면 차라리 무시하는 게 낫다. 상대방을 이해시키기 위해 계속 말을 해봤자 싸움만 날 뿐이다. 여성전용칸에 대한 정보글을 올렸다가 지적하는 사람을 만났다던 그 지인도 자신의 생각을 정확히 얘기하기 위해 다시 정중하게 답댓글을 달았는데도 이름 모를 그 사람 오히려 더 노발대발하는 바람에 상당한 곤욕을 치렀다고 한다. 댓글을 지우니 다른 글에다가 댓글을 달며 계속 따져드는 바람에 적지않은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하니 말이 안 통할 것 같으면 애초에 무시해버리. 똥이 무서워서 피하는 사람 어디 있겠는가. 더러워서 피하지.


 인터넷상에서만의 문제는 아닌 듯싶다. 일상 속에서 사람을 만날 때도 우리는 같은 언행을 반복한다. 어떤 주제에 대해 나와 다르게 생각하고 말하는 사람을 보며 언성을 높인다. 그렇게 나와 다름을 인정하지 않아서, 나의 자유만 생각하지 타인의 자유는 고려하지 않음으로써 다양한 문제가 발생한다. 정치나 종교 이야기를 하지 말라는 것도 같은 이유가 아닐까 싶다. 여당을 좋아하든 야당을 좋아하든, 진보든 보수든, 교회를 믿든 불교를 믿든 그런 것 상관없이 좋아하는 것은 다 다른데도 사람들은 자신과 견해가 다르면 윽박지르며 싸운다. '나는 여당을 좋아하는데 너는 야당을 좋아하구나.', '나는 불교를 믿는데 너는 기독교를 믿구나.' 이렇게 상대방을 인정하는 가운데 자신의 의견을 조심스레 말한다면 사람관계도, 우리 사회도 좀 더 유연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싸우지 말 상대의 말할 자유를 인정해주자. 다름을 이해하고 가볍게 웃어넘겨보자.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너는 이렇게 생각하는구나 하고 넘어가면 그게 더 쉬울 수 있다. 그렇게 타인의 생각을 잘 경청하여 내 생각과 비교해서 사고할 때 오히려 우리는 더 성숙해지는 것 아닐까.


작가의 이전글 복길이를 보며,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법을 배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