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고 괴로울지라도 견디는 것 자체가 승리입니다

by 기타치는 권작가

살다보면 누구에게나 힘든 순간이 찾아온다. 예상치 못한 풍파를 만났을 때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고난을 이겨내려 한다. 사소한 일은 생각이나 행동을 바꿈으로써 극복할 수 있다. 하지만 도저히 이겨낼 수 없는 일이나 상황도 있다.


누구에게는 꽃다운 나이인 20대 시절이 나에게는 고난의 시기였다. 한 달에 한 번도 제대로 못 쉬며 매일 15시간씩 컨베이어 벨트 앞에 서서 기계처럼 일했던 공돌이 시절에는 힘들다는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심신이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그럼에도 참고 출근을 했다. 과일가게에서 일할 때는 일은 더럽게 배워야 하는 거라며 나를 쥐 잡듯이 잡는 사장님 때문에 매일같이 눈물을 쏙 빼야만 했다. 공사판에서 막노동을 할 때는 온종일 성난 얼굴을 하며 떠나가라 호통치는 사람 때문에 긴장감과 두려움을 안고 벌렁거리는 심장을 부여잡으며 일을 해야 했다.


그때는 그런 고난과 괴로움을 이겨낼 수 있는 거라 생각했다. 분명 방법이 있는데 소심하고 대범하지 못한 내 성격 때문에 극복하지 못하는 거라 여겼다. 그렇게 스스로를 자책했다. 하지만 이제와서 보니 방법이 따로 있는 게 아니었다. 묵묵히 견디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었던 것이다.


저자 원영의 책 <인생아, 웃어라>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나온다.



그때는 비록 힘들고 괴로울지라도
견디는 것 자체가 바로 승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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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을 극복해내는 것만이 성공일까? 꼭 그런 건 아니다. 때로는 버티는 것만으로도 잘하고 있는 거라 말할 수 있는 순간도 있다. 도망쳐도 괜찮다. 언제든 있던 자리로 다시 돌아오면 된다. 주저앉아도 괜찮다. 넘어진 그 자리에서 다시 일어서면 된다. 그렇게 어떻게든 버티기만 해도 잘한 거다. 물러서지 않고 우직하게 버틴다는 것은 적어도 후퇴하진 않는다는 것이니까.



2021년, 잘 버텨냈다...!

2021년 한 해도 잘 버텼다. 21년 5월에 AZ 백신 접종 후 시작된 부작용으로 인해 미칠 만큼 아팠지만 잘 버텨냈다. 난생 처음 겪는 이상증세로 인해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몸과 마음이 망가졌지만 어쨌거나 잘 견뎌냈다. '아프지 않았다면 더 많은 걸 경험하고 이뤄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 때면 속상하기도 하지만 아픈 그 상황 속에서도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며 살아온 내가 조금은 대견하다.


오늘로서 백신 부작용을 겪은 지 228일째이다. 8개월 가까이 아팠으면 나을 법도 한데 말도 안 되게 아직까지도 아프다. 가슴이 막힌 듯 답답하다. 다리가 저리고 아파서 오래 앉아있지도 못한다. 두통과 어지러움이 간헐적으로 찾아오고 체력도 급격하게 떨어졌다. 언제까지 이 고통이 지속될지 걱정이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살려면 버텨야지. 그땐 소중한 줄 몰랐던 평범한 일상을 다시 즐기려면 어떻게든 견뎌내야지.



나에게 힘이 되었던 직장 선배의 한 마디

언젠가 한번은 내가 직장 업무 때문에 힘이 들어 투덜거린 적이 있었는데 그때 한 선배가 나를 다독이듯 이렇게 말했다.


지금은 힘들어도 있다보면 또 좋은 날 온다.^^


그땐 그냥 하는 흔한 말처럼 들렸다. 그러다 이후 다른 어려움에 맞닥뜨렸을 때마다 선배의 그 말이 머릿속에 떠오르곤 했다. 하얀 도화지에 형형색색의 물감을 빽빽하게 채워 넣은 그림보다 단순하게 찍은 점 하나가 더욱 강렬하게 다가올 때가 있듯 내게는 선배의 한 마디가 그랬다. 별 거 아닌 것 같은 그 단순한 말이 지금까지도 머릿속에서 잊히지가 않는다. 힘든 순간순간마다 선배의 말을 떠올리며 나를 위로한다.

'그래, 당장은 힘들지만 시간이 지나다 보면 또 좋은 날 오겠지.

그때 진짜 힘들었는데 하며 웃으면서 오늘을 추억할 날이 오겠지.'



2022년 임인년 새해가 밝았다. 지난 한 해를 돌이켜보며 누군가는 많은 걸 이룬 보람된 해로 기억할 것이고 다른 누군가는 계획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 아쉬움이 많이 남는 해로 생각할 수도 있다. 이룬 것은 이룬 대로 축하할 일이지만 반대로 만족할 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해서 실패는 아니다. 숱한 고난 속에서도 물러서지 않고 버텨낸 것만으로도 잘한 것이라고,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잘했든 못했든 다 지난 일이다. 과거를 두고 자책하기보다는 고생했다고 스스로를 조금만 더 다독여주면 좋겠다. 아쉽더라도 이제부터 잘 하면 된다. 지난날에 대한 무지와 게으름을 반면교사 삼아 올해 더 힘차게 전진하면 된다. 많은 분들의 건승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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