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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라도 재밌게 놀아보기로 했습니다

by 기타치는 권작가

혼자인 사람들이 많다. 1인 가구의 증가와 개인주의적 가치관 그리고 기타 등등의 이유로 혼자가 된 사람들이 있다. 자의적으로 혼자를 선택한 사람도 있지만 타의적으로 혼자가 돼버린 사람들도 있다. 혼밥, 혼술, 혼영 등등 혼자하는 것은 이제 하나의 트렌드가 되었다.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듯 무엇이든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같이의 가치를 믿는다. 하지만 때로는 혼자서 할 수 있어야 한다. 살다보면 타인에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헤쳐나가야 하는 일도 많기 때문이다. 함께 하는 데만 익숙하다보면 갑자기 혼자서 뭔가를 할 때 잘해내지를 못한다. 혼자서 시도해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혼자서 잘해야 함께 하면 더 잘 할 수 있다. 일도 사랑도 사람 관계도 다.


건강한 연애를 할 수 있는 시기가 있다고 한다. 혼자여도 좋지만 함께하면 더 좋을 것 같을 때 그때 해야 건강한 연애를 할 수 있다고 한다. 혼자라는 외로움 때문에 연애를 하게 되면 상대방에게 과하게 의지를 하거나 또는 상대방을 구속하게 됨으로써 건설적인 연애가 어렵다고 한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외로워서 만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어쨌든 전혀 아닌 말은 아니라 생각한다.


연애뿐만 아니라 세상만사도 다 마찬가지다. 혼자가 싫어서 상대방을 찾고, 혼자 하지 못한다고 타인에게만 의존한다면 자기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이제는 혼자 하는 시간도 필요하다.


나는 혼자다. 외톨이는 아니다. 소중한 가족도 있고 함께 일하는 직장 선배 및 동료도 있다. 친구가 없을 뿐이다. 어느덧 내 나이 32살. 인생에서 절친한 친구 한 명만 있으면 성공한 인생이라고 하는데 이 나이 되도록 아직 절친한 친구 한 명이 없다. 심심할 때 연락할 친구도 없고 술 한 잔 하자고 부를 수 있는 친구도 없다. 이성을 만난다는 게 귀찮아 적극적으로 연애를 하는 것도 아니다. 이러니 심심하고 외로울 수밖에.


한 때는 인맥이 좀 있었다. 넓고 얕은 인맥이었다. 너무 얕다는 게 문제였다. 서로 연락을 안 하다가 자연스레 멀어졌고 연락을 안 하니 볼 일도 없다. 그렇게 나는 타의적으로 또는 자의적으로 혼자가 되었다. 이왕 이렇게 혼자가 된 거 제대로 된 혼자를 즐겨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격적으로 혼자서 하는 시간을 가지기 시작했다.


지난 몇 년 동안 '혼자서 참 이것저것 많이 했구나' 싶다. 그리 특별한 걸 하지는 않았지만 주위에서 나보고 참 희한한 사람이라고 말하는 걸로 봐서는 내가 조금은 특이한 사람인 것 같기도 하다. 혼밥, 혼술, 혼영, 카페, 서점, 도서관, 쇼핑, 동호회, 해외여행, 버스킹, 캠핑, 등산, 운동 등등 지금까지 내가 혼자 해보고 가보고 경험한 것들이다.


노트북을 가지고 카페에서 종일 시간을 보내는 게 일주일 중 가장 흔한 일상이다. 서점에 가서 책을 구경하고 마음에 드는 이 있으면 산다. 이따금씩 도서관에도 들른다. 혼자 밥 먹고 영화보는 건 기본 중에 기본이다. 혼자 백화점 쇼핑도 잘한다. 수영, 독서, 영어회화, 기타 등등의 동호회에도 혼자서 잘 찾아간다. 제주도와 일본을 혼자 다녀왔고 45일 유럽여행도 혼자서 여행했다. 집에서 기타를 하고 가끔은 밖에 나가 버스킹을 하기도 한다. 마음이 복잡할 때면 등산을 하고 매일 운동도 빠지지 않고 하고 있다. 최근엔 지인으로부터 백패킹에 관한 정보를 얻고는 무작정 텐트를 구입해 혼자 캠핑을 다니고 있다.


혼자 해보니 어떻냐고? 쓸쓸하다. 때로는 고독하다. 혼자하는 여행에 대해 낭만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상당히 심심하다. 그래도 혼자라 좋은 점이 많았다. 일단 편하다. 뭐든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어 좋다. 더 큰 장점은 혼자서라도 부딪칠 수 있는 용기가 생긴다는 점이다.


하고 싶은 게 있으면 한다. 가고 싶은 데가 있으면 간다. 배우고 싶은 게 있으면 어디든 찾아간다. 누군가는 혼자라 못하겠다고 망설이고 혼자라 가지 못하겠다며 주저할 때 나는 과감하게 시도한다. 기회는 언제나 낯선 곳에서 만나기 마련이다. 나는 항상 나 자신을 낯선 세상에 던졌고 그곳에서 기회를 거머쥐었다.


이런 용기 덕분에 20대의 나이에 여러 업종의 일을 해볼 수 있었고 혼자서도 40~50대 아저씨들 틈에 끼어서 막노동 현장을 몇 달 동안 전전하는 경험을 해볼 수도 있었다. 혼자라서 외롭고 심심하기는 해도 어디서 어떤 기회를 만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혼자라 못하겠다는 고민을 하지 않아서 좋다. 그럼으로써 다양한 기회를 잡아볼 수 있고 나를 성장시킬 수 있다는 게 무엇보다도 가장 기쁘다.


혼자인 시간이 많았던 덕분에 사색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았다. 나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진정한 나를 만날 수 있었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볼 수 있게 되었다. 상념에 빠져서는 지난 과거를 반성하기도 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잡아보기도 한다.


지금부터 매거진 '30대 남자가 혼자 노는 법'에서 내가 혼자 하며 보고 듣고 배웠던 것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혼자라 외로운 사람들이 나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덤으로 도전할 수 있는 용기까지 얻어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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