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복만으로는 안 돼

by 기타치는 권작가

가수 장기하님의 노래 중 <새해 복>이라는 제목의 노래에는 다음과 같은 가사가 나옵니다.


이 사람 저 사람

잘난 사람 못난 사람

너도 나도 모두 다

새해 복만으로는 안 돼

니가 잘 해야지 (안 돼)

노력을 해야지 (안 돼)


어떤 의도의 가사인지 정확하게 알 순 없지만 표면적으로 봤을 땐 평소 제가 생각하던 바와 많이 맞닿아 있다고 느꼈습니다. 저 역시도 이 노래의 가사처럼 새해 복만으로는 안 된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입니다.


새해가 되고 설날이 되면 사람들은 서로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덕담을 나누곤 합니다. 그와 동시에 나 자신에게도 복스러운 일이 많이 생기길 바라곤 합니다. 타인에게 하는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덕담은 정이 담긴 따뜻한 말이기에 많이 할수록 좋습니다. 그와 반대로 스스로에게 복이 많이 찾아오길 바란다면 그때는 한번 곱씹어봐야 할 것이 있습니다. 지금껏 나는 복을 얼만큼 지었는가에 대한 자문입니다.


사람들을 보면 다들 바라는 건 많습니다. 올해는 좋은 일이 가득하길 바라며 막연한 기대를 품습니다. 원하는 바를 이루게 해달라며 교회, 성당, 절 등을 찾아가 정성스레 기도를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복은 그냥 찾아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복은 복을 지은 사람에게 찾아옵니다. 환경이 깨끗해지길 바란다면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말아야 합니다. 타인으로부터 칭찬을 받고 싶다면 내가 먼저 상대방에게 칭찬을 할 줄 알아야 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쓰레기는 아무데나 막 버리면서 환경이 왜 이렇게 오염됐냐며 불평합니다. 자신은 타인에게 말로 상처를 주면서 왜 사람들이 나에게 막말을 하냐며 짜증을 냅니다. 목돈을 탈려면 적금을 넣어야 하고 살을 빼려면 음식량을 조절해야 하며 건강하고 싶다면 운동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돈은 모으지 않으면서 목돈은 생기길 바랍니다. 음식을 먹고 싶은 대로 다 먹으면서 살이 빠지길 바랍니다. 운동은 하지 않으면서 건강해지기를 바라곤 합니다. 이처럼 다복하기를 바라기만 할 뿐 대다수가 복 받을 만한 행동을 생각하거나 실행하진 않습니다. 내가 원하는 것만 생각할 뿐 타인을 위한 이타적인 언행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느님께 기도하고 부처님께 절을 올리며 원하는 바가 이루어지길 정성스레 바라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늘이 감동할 정도로 기도하고 절하면 복이 올까요?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것은 거짓일 확률이 높습니다. 선행을 베풀지 않은 사람이 기도만 해서 복을 받는다면 그것은 선한 일을 하면 복을 받고 악한 일을 하면 벌을 받는다는 세상의 이치에 위배되기 때문입니다. 올해는 좋은 일이 가득할 거라는 기대 자체는 좋습니다. 하지만 선행 없는 막연한 기대와 바람은 그저 한낱 욕심에 지나지 않습니다.


복을 지으면 복이 온다는 말을 두고 혹자는 의문을 표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는 평소에 선행을 많이 하는데도 좋은 일이 안 생기던데요?"라고 말하면서요. 충분히 의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1개를 베풀었다고 해서 곧바로 1개를 얻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복이라는 것이 원하는 때에 원하는 모습으로 나타나지 않을 뿐 내가 지은 복은 어디 가지 않고 다 차곡차곡 쌓인다고 합니다. 그러니 베푼 만큼 당장 얻지 못한다고 해도 아쉬울 것이 없습니다. 결국은 다 나에게로 다시 돌아온다고 하니까 말이죠. 그런 의미에서 이제는 새해가 되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인사 대신 이렇게 말을 해야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지으세요~~^^"




마지막으로 이은정 작가의 책 <쓰는 사람, 이은정>에 나오는 이야기 한 편을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내가 물었다.

"팔자는 타고 날까요?"

타고 난단다.

"그럼 아무리 발버둥 쳐도 벗어날 수 없겠네요?"

그렇긴 한데, 방법이 딱 하나 있단다.

적선.

베풀라는 뜻이었다.

"어떻게요? 가진 게 없는데..."

말 한 마디, 웃음 한 줌도 적선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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