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지인에게 전화를 했다. 지인이 '여보세요' 하고 전화를 받자마자 나는 인사도 없이 다짜고짜 이렇게 말했다.
"어, 니 살아있네? 오늘 안 죽고 살았네?"
지인이 어이없다는 듯 대답했다.
"갑자기 뭔 소리래?"
이때다 싶어 준비한 대사를 막 쏟아냈다.
"야, 하루에도 수십, 수백 명의 사람들이 죽는대. 아침에 눈도 못 뜨고 그대로 죽는 사람도 있다는데 니는 오늘 안 죽고 산 거잖냐. 진짜 다행 아니냐? 안 죽고 살아있는 건 진짜 행복한 거잖아. 그러니까 오늘 하루 행복하게 보내ㅋㅋㅋㅋㅋ"
이렇게 나 혼자 신나서 막 떠들어댄 거다. 지인이 반박을 할지언정 일단은 내 말에 동조를 해줄 거라 생각했지만 전혀 다른 반응이었다.
"아, 됐어. 나 그런 말 되게 짜증나거든? 직장 멀어서 출퇴근도 힘들고 맨날 늦게 퇴근해서 힘들어 죽겠는데 행복이고 뭐고 그런 거 모르겠어."
괜히 멋쩍어진 나는 대충 웃어넘겼다.
"어 그래 ㅋㅋㅋㅋㅋㅋㅋ"
또 다른 지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안 죽고 살아있어서 다행이라느니, 행복한 하루 보내라느니 혼자 행복전도사마냥 떠들어 댔다. 가만히 듣고 있던 지인이 피식 웃으며 이렇게 말한다.
"그래, 그 말이 맞네ㅋ"
이렇게 종종 나는 어디에선가 들은 좋은 이야기를 지인에게 얘기하곤 한다. 혹시나 지인의 마음에 조금이나마 위안이 될 수 있을까 해서, 잠시나마 자신을 돌아볼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말이다. 나의 인생 멘토가 말하기를, 진리는 나에게 적용하면 약이 되지만 남에게 적용하면 독이 된다고 했다. 어떠한 경우에도 남에게 진리를 적용해선 안 된다고 그렇게 말했거늘, 역시 나는 성인군자가 되긴 글렀다.
어쨌거나 나는 오늘도 살았다. 내일도 살아있을 것 같고 모레도 숨 쉬고 있을 것 같다. 하지만 100% 확신할 순 없다. 사람은 언제 어떻게 죽을지 아무도 모른다. 내일 아침에 반드시 눈을 뜰 거라는 보장도 없다. 그러니 죽지 않고 아침에 떠오르는 태양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어찌 감사하지 않을 수가 있으랴.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바라던 '내일'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누군가가 그렇게 바라던 내일을 우리는 누리고 있다. 어쩌면 살아있는 매순간이 기적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매일 아침 눈을 뜨고 새로운 하루를 시작한다면 이렇게 외쳐야하지 않을까?
"아이고, 오늘도 안 죽고 살았네^^ 새로운 하루가 주어졌으니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야지. 파이팅!"
행복이 별 건가. 작은 것에 감동하고 감사할 줄 알면 그게 행복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