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 기꺼이 손해를 봅니다

by 기타치는 권작가

직장에서 일을 하다보면 본 업무 외 추가적인 업무, 이를테면 무거운 짐을 나르거나 삽질과 같은 몸을 쓰는 작업을 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부가업무가 발생하여 부서별로 한두 명씩 인원을 차출해야 하는 상황이 됐을 때 누가 먼저 나서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많습니다. 누가 작업 나갈 거냐는 상사의 말에 다들 서로 눈치만 보고 있을 때 웬만하면 제가 자원해서 작업을 나가는 편입니다. 선순환의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작업을 맡아서 하기 싫은 건 저나 다른 동료들이나 다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제가 모른 척 하고 있으면 다른 동료들도 눈치만 보며 가만히 있을 것입니다. 서로 일을 떠넘기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그와 반대로 제가 먼저 나서서 작업을 나가면 다음 번에는 다른 동료가 나서서 작업을 나갈 것입니다. 돌아가면서 일을 처리하는 선순환이 반복됩니다.


물론 제 생각처럼 일을 해주는 동료도 있지만 매번 아무 말도 않고 회피하는 동료도 있습니다. 한두 번은 괜찮지만 계속해서 모른 척하는, 자기밖에 모르는 동료를 보면 얄밉기 짝이 없습니다. 가끔은 분노가 치밀어올라 욕을 한 바가지 퍼부어주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제가 합니다. 제가 조금만 손해보면 모두가 편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동료나 후배에게 이번에 너가 좀 해라고 얘기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저도 하기 싫은 일을 동료 및 후배라고 하고 싶을 리 없겠지요. 괜히 뒤에서 싫은 소리하면 제 기분만 상합니다. 저는 마음이 불편할 바에는 차라리 몸이 힘든 게 낫습니다. 서로 협의하여 순번을 정하는 등 나름의 방법을 제시하여 할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작업이 자주 있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어쩌다 한 번 하는 일을 가지고 너가 하니 내가 하니 하며 따지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니 그냥 제가 하는 것입니다.


누군가는 말합니다. 그렇게 자꾸 나만 손해만 보면 나만 바보되는 거라고요. 일리 있는 말입니다. 호의가 계속 되면 권리가 될 수 있듯 잘못하다간 호구 잡힐 지도 모르겠지요.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한 번은 제가 해야 하는 업무를 타 부서의 다른 선배가 대신 해준 적이 있었습니다. 죄송하다, 저 때문에 손해봐서 어쩌냐 하며 미안한 마음을 전했더니 선배가 제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손해 보고 그런 게 어딨노? 일을 하다보면 좀 더 할 때도 있고 덜 할 때도 있는 거지. 괜찮다."

이상하게 그 말이 그렇게 감동스러울 수가 없었습니다. 저를 위해 기꺼이 업무를 대신 해준 선배가 참 고마웠습니다. 선배의 말처럼 일을 하다보면 손해를 볼 때도 있고 이익을 볼 때도 있습니다. 무조건 이익만 보고 반드시 손해만 보는 사람은 없습니다. 주식에서 누군가가 돈을 따면 누군가는 돈을 잃어야 합니다. 일을 할 때도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내가 이익을 보면 누군가는 손해를 보고 내가 손해를 보면 다른 누군가는 이익을 봅니다. 제가 해야 할 일을 선배가 대신함으로써 나 대신 손해를 봤던 것처럼 때로는 나 또는 내가 속해있는 집단을 위해 기꺼이 손해를 감수하며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는 것입니다.

손해 보는 것이 당장은 못마땅하겠지만 때로는 더 큰 이익을 얻기 위한 발판이 되기도 합니다. 저의 첫인상을 안 좋게 본 한 직장 선배가 있었습니다. 그랬던 선배가 저를 좋아하게 된 계기가 있었습니다. 부서에서 추가업무가 생길 때마다 "제가 하겠습니다." 하고 먼저 나서서 하는 모습을 보며 저에 대한 마음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이후로 선배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그 선배의 도움을 받아 일을 처리할 수 있었습니다. 직장에서 내가 일을 하나라도 더 하면 상사가 좋게 볼 것이고 그럼으로써 인사고과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니 손해가 반드시 손해인 것만은 아닐 것입니다.



제가 하지 않더라도 누군가가 할 일이라면 저도 하지 않습니다. 애써 일을 사서 했다간 나만 힘들뿐더러 주변의 눈총을 받을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우리들 중 누군가가 해야 하는 일이라면 제가 합니다. 손해를 좀 봅니다. 다음에는 또 제가 이익을 볼 때가 있을 테니까요.


"직장에서 일할 때는 니 일 내 일 가리지 말고 해라. 그러면 된다."

작년에 퇴직을 한 아버지가 언젠가 제게 해준 말입니다. 직장생활 잘하는 방법을 논하기에는 제가 나이도 경력도 부족하지만 굳이 하나를 꼽으라면 솔선수범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기꺼이 맡아서 해주는 사람을 싫어할 사람은 없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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