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36살에 드디어 대졸자되었습니다

by 기타치는 권작가

올해 3월 대학교를 졸업했다. 20살 때 대학교를 자퇴한 이후 16년 만이다. 이제 고졸 딱지를 떼고 드디어 나도 대졸자가 되었다. 4년 전에 대학교 진학을 고민하던 때 지인들은 나보고 안정적인 직장을 얻었는데 대학을 왜 가느냐고 물었다. 맞다. 나에게 대학 졸업장이 필요한 건 아니었다. 내가 뒤늦게 대학교에 진학하게 된 이유는 단순했다. 남보기 쭈굴시러워서였다.


사회에서 사람들을 만나 대화하다 보면 학력에 대한 이야기가 종종 오간다. 어느 대학을 나왔냐고 직접적으로 묻는 경우는 잘 없지만 전공에 관한 이야기는 나오기 마련이다. 그럴 때마다 대학을 안 나왔다고 말하는 게 부끄러웠다. 그런 내 대답에 마치 해서는 안 될 질문을 했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사람들이 싫었다. 다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망설이는, 정적이 흐르는 그 분위기가 짜증났다. 그래서 경영회계를 전공했다고 말하며 둘러대기도 했다. 1학년 1학기만 하고 자퇴를 하긴 했지만 어쨌든 경영회계학부였으니까. 하지만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그마저도 싫었다.


원하는 것이 있을 때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고 생각한다. 노력해서 이루거나 또는 포기를 함으로써 그에 대한 감점을 감수하거나. 나는 전자를 택했고 결국 2019년 3월에 방송통신대학교 생활과학부에 입학했다. 이 결정은 사실 자의보다는 타의에 의한 영향이 더 컸다. 언젠간 대학졸업장이 필요한 날이 올 수도 있으니 늦게라도 대학에 가는 게 좋지 않겠냐고 권유한 지인 덕분에 대학교 진학을 결정지을 수 있었다.


대학교 졸업식
20230304_110932.jpg

지난 3월 4일 토요일에 방송통신대학교 부산지역대학에서 열리는 졸업식에 참석했다. 방통대가 일반 4년제 대학과는 특성이 조금 다르다 보니 졸업식에 큰 기대를 안 하고 갔는데 교문 앞에서 꽃다발을 팔고 있는 사람들을 보니 제법 졸업식 분위기가 났다. 교내에서 학사모를 쓰고 사진을 찍고 있는 졸업생들을 보니 이제 진짜 졸업이라는 실감이 났다.


1677897015003.jpg

학사복과 학사모를 대여한 후 학위전수식이 열리는 강당으로 갔다. 졸업생들 머리 위에 얹어져 있는 수많은 학사모를 보고 있자니 드디어 나도 학사모를 써보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학사모를 써본 적이 없었기에 대학교 졸업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학사모가 나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막상 학사모를 써보니 별 것 아니구나 싶은 생각은 들었지만 그래도 남들 해보는 거 나도 해봤다는 생각에 조금은 흡족했다.


1677932347110.jpg
1677932347177.jpg

빨간 하의를 입고 갔다. 그것도 바지가 아닌 츄리닝을! 나를 본 급우들이 경악을 했다. 졸업식 날에 빨간 츄리닝이 웬말이냐고. 졸업식이라 생각지 않고 그냥 놀러간다고 생각했던 터라 아무 생각 없이 평소 스타일대로 입고 간 거였다. 지금 생각해보니 내가 봐도 어이가 없긴 하다.


20230417_120832.jpg

4년동안 동고동락하며 함께 공부했던 급우이다. 우린 삼총사였다. 과제물을 할 때도 시험을 칠 때도 항상 정보를 교류하고 서로 공부를 잘하고 있는지 안부를 묻곤 했다. 혼자였으면 힘들었을 뻔한 시간을 두 명의 급우 덕분에 잘 이겨낼 수 있었다. 그래서 영양사 면허증 시험에 합격한 것이 아주 기쁘다. 혼자가 아닌 우리 삼총사 모두가 함께 합격해서 더욱 값지다. 지난 시간이, 그간의 노력이.


20230311_091752.jpg


졸업식 날에 받은 대학 졸업장이다. 졸업장을 받으면 감격스러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감흥이 없었다.


'이거 받으려고 그 고생을 했다니, 이깟 졸업장이 뭐라고. 에휴..'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이뤄냈다는 기쁨과 이제 진짜 다 끝났다는 안도가 뒤섞인 한숨이었으리라.




4년 전에 나에게 대학교 진학을 독려한 지인이 한 말이 있다.


"네가 지금 대학을 가도 4년은 가고 안 가도 4년은 간다."


벌써 4년이 지났다. 만약 그때 대학을 가지 않았다면 '그때 그냥 대학 갈걸' 하는 후회를 지금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가길 잘했다. 시작하길 잘했다. 그동안 고생한 나에게 박수를 보낸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30대 중반 직장인, 복싱을 배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