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 대학교를 졸업했다. 20살 때 대학교를 자퇴한 이후 16년 만이다. 이제 고졸 딱지를 떼고 드디어 나도 대졸자가 되었다. 4년 전에 대학교 진학을 고민하던 때 지인들은 나보고 안정적인 직장을 얻었는데 대학을 왜 가느냐고 물었다. 맞다. 나에게 대학 졸업장이 필요한 건 아니었다. 내가 뒤늦게 대학교에 진학하게 된 이유는 단순했다. 남보기 쭈굴시러워서였다.
사회에서 사람들을 만나 대화하다 보면 학력에 대한 이야기가 종종 오간다. 어느 대학을 나왔냐고 직접적으로 묻는 경우는 잘 없지만 전공에 관한 이야기는 나오기 마련이다. 그럴 때마다 대학을 안 나왔다고 말하는 게 부끄러웠다. 그런 내 대답에 마치 해서는 안 될 질문을 했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사람들이 싫었다. 다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망설이는, 정적이 흐르는 그 분위기가 짜증났다. 그래서 경영회계를 전공했다고 말하며 둘러대기도 했다. 1학년 1학기만 하고 자퇴를 하긴 했지만 어쨌든 경영회계학부였으니까. 하지만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그마저도 싫었다.
원하는 것이 있을 때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고 생각한다. 노력해서 이루거나 또는 포기를 함으로써 그에 대한 감점을 감수하거나. 나는 전자를 택했고 결국 2019년 3월에 방송통신대학교 생활과학부에 입학했다. 이 결정은 사실 자의보다는 타의에 의한 영향이 더 컸다. 언젠간 대학졸업장이 필요한 날이 올 수도 있으니 늦게라도 대학에 가는 게 좋지 않겠냐고 권유한 지인 덕분에 대학교 진학을 결정지을 수 있었다.
대학교 졸업식
지난 3월 4일 토요일에 방송통신대학교 부산지역대학에서 열리는 졸업식에 참석했다. 방통대가 일반 4년제 대학과는 특성이 조금 다르다 보니 졸업식에 큰 기대를 안 하고 갔는데 교문 앞에서 꽃다발을 팔고 있는 사람들을 보니 제법 졸업식 분위기가 났다. 교내에서 학사모를 쓰고 사진을 찍고 있는 졸업생들을 보니 이제 진짜 졸업이라는 실감이 났다.
학사복과 학사모를 대여한 후 학위전수식이 열리는 강당으로 갔다. 졸업생들 머리 위에 얹어져 있는 수많은 학사모를 보고 있자니 드디어 나도 학사모를 써보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학사모를 써본 적이 없었기에 대학교 졸업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학사모가 나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막상 학사모를 써보니 별 것 아니구나 싶은 생각은 들었지만 그래도 남들 해보는 거 나도 해봤다는 생각에 조금은 흡족했다.
빨간 하의를 입고 갔다. 그것도 바지가 아닌 츄리닝을! 나를 본 급우들이 경악을 했다. 졸업식 날에 빨간 츄리닝이 웬말이냐고. 졸업식이라 생각지 않고 그냥 놀러간다고 생각했던 터라 아무 생각 없이 평소 스타일대로 입고 간 거였다. 지금 생각해보니 내가 봐도 어이가 없긴 하다.
4년동안 동고동락하며 함께 공부했던 급우이다. 우린 삼총사였다. 과제물을 할 때도 시험을 칠 때도 항상 정보를 교류하고 서로 공부를 잘하고 있는지 안부를 묻곤 했다. 혼자였으면 힘들었을 뻔한 시간을 두 명의 급우 덕분에 잘 이겨낼 수 있었다. 그래서 영양사 면허증 시험에 합격한 것이 아주 기쁘다. 혼자가 아닌 우리 삼총사 모두가 함께 합격해서 더욱 값지다. 지난 시간이, 그간의 노력이.
졸업식 날에 받은 대학 졸업장이다. 졸업장을 받으면 감격스러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감흥이 없었다.
'이거 받으려고 그 고생을 했다니, 이깟 졸업장이 뭐라고. 에휴..'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이뤄냈다는 기쁨과 이제 진짜 다 끝났다는 안도가 뒤섞인 한숨이었으리라.
4년 전에 나에게 대학교 진학을 독려한 지인이 한 말이 있다.
"네가 지금 대학을 가도 4년은 가고 안 가도 4년은 간다."
벌써 4년이 지났다. 만약 그때 대학을 가지 않았다면 '그때 그냥 대학 갈걸' 하는 후회를 지금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가길 잘했다. 시작하길 잘했다. 그동안 고생한 나에게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