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사람들로부터 수없이 들어온 말들이다. 그렇다. 나는 멸치다. 평생을 그렇게 살아왔다. 살이 안 찌는 체질이다. 아무리 먹어도 안 찐다. 살이 잘 찌는 사람들은 내게 몸이 마른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거라며 많이 먹는다고 해봤자 얼마 안 먹지 않냐고 말을 하지만 그렇지 않다. 배가 찢어지게도 먹어봤고 숨이 넘어갈 정도로도 먹어봤다. 그래도 안 찐다. "왜 먹는데 살이 안 찔 수가 있어?"라고 하겠지만 그건 나도 의문이다. 일단 위장이 약해 먹는 만큼 흡수가 안 된다. 기초대사량도 보통 사람들보다 높아 에너지 소모량이 많다. 성격이 예민한 것도 한몫한다. 결정적으로 가장 큰 문제는 체질이다. 살이 안 찌는 체질은 어떻게 해도 안 찐다.
마른 것에 대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된 건 성인이 되고 난 이후부터였다. 학생 때는 항상 보던 친구들만 보니 괜찮았지만 성인이 된 이후부터는 다양한 환경을 접하는 만큼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고 그때마다 마른 내 몸은 평가의 대상이 되곤 했다. 보는 사람들마다 왜 이렇게 말랐냐며 비아냥거렸다.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아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두려울 정도였다. 외모 지적이 너무나 듣기 싫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평생 멸치로 살아야 하는 것이 내 숙명이라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날이었다. 21년 5월쯤에 몸이 좀 아팠다. 증상 완화를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했지만 몸은 낫지 않았다. 약도 그 어떤 치료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1년이 넘도록 고생을 했음으로 증상은 그대로였다. 몸이 아파 제대로 챙겨먹질 못하니 가뜩이나 마른 몸은 더 야위어갔다. 평소 57, 58kg이던 몸무게가 55kg까지 빠졌다. 고작 2, 3kg이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1년 내내 몸무게 변화가 없는 내게는 매우 큰 수치였다. 55kg이라니, 그래도 남자인데. 자존심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운동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어떻게 해도 안 낫는 몸, 운동으로 다 찢어버리자 마음 먹고 헬스장에 갔다. 근력운동을 시작했다. PT는 받지 않고 스스로 운동했다. 가슴, 등, 하체와 같이 큰 근육 위주의 운동만 했다. 일주일 정도 했더니 증상에 차도가 있었다. 3개월쯤 지나니 거의 완쾌가 되었다. 신기했다. 그동안 운동이 건강에 좋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어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티브이에서 운동을 시작한 이후부터 잔병치레를 안 한다는 사람의 이야기를 봐도, 암과 같은 큰 병을 고치고 헬스 트레이너로까지 전향을 했다는 사람의 스토리를 들어도 그저 운동이 좋긴 하지 하고 넘어갔는데 운동의 효과를 직접 맛보고 나니 운동 예찬론자들이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운동의 효과를 몸소 경험하고는 그때부터 운동에 푹 빠지게 되었다. 열심히 운동했다. 주 5, 6회는 헬스장에 갔다. 그리고 부지런히 먹었다. 하루 3끼는 기본이고 중간중간에 간식까지 잘 챙겨먹었다. 늦잠을 자는 바람에 직장에 지각을 할지언정 간식거리는 꼭 챙겨다녔고 일이 아무리 바쁠지언정 어떻게든 짬을 내서 음식을 섭취했다. 맨날 똑같은 음식을 먹다보니 구역질이 날 때도 있었지만 몸을 불리고야 말겠다는 일념으로 입 안으로 음식을 우겨넣었다.
날이 갈수록 근육이 붙으면서 몸무게가 점점 늘기 시작했다. 1차 목표는 몸무게 앞자리를 5에서 6으로 바꾸는 것이었다. 다음으로는 20대 때 한창 운동할 때 최고 몸무게였던 62kg을 타이기록하는 것. 여기까진 금방이었다. 다음으로는 65kg를 목표로 운동을 했고 여기까지 도달하고 나니 이번엔 앞자리를 7로 바꿔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매일 땀흘리며 운동했다.
그렇게 운동한 지 1년 만에 무려 15kg을 증량하게 되었고 결국 목표로 한 70kg을 찍게 되었다. 멸치 시절에는 65kg만 되면 소원이 없겠다고 했는데 70kg이라니. 체중계에 7이라는 숫자가 나타났을 때 얼마나 놀랍고 황홀했는지 모른다. 나에게도 이런 날이 올 줄이야. 역사적인 날이다.
최종목표는 100kg이다. 뚱뚱한 사람, 소위 돼지가 되어보는 게 내 소원이다. 주위에서는 지금이 딱 보기 좋으니 더 이상 찌우지 말라고 말하지만 나에겐 보기 좋냐 아니냐가 문제가 아니다. 평생을 멸치로 살아왔으니 이젠 돼지가 돼보는 게 내 바람이다. 후덕해져서 멸치로 살아온 지난 날의 설움을 말끔히 씻어내고 싶다.
최고의 성형은 다이어트, 즉 몸매를 만드는 것이라 했다. 운동을 하고 나니 제법 듬직한 느낌이 난다. 옷태도 더 난다. 키도 작고 몸도 말랐으며 얼굴도 평범한 나 자신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아 마흔 살쯤 되면 그때는 멋이 좀 나지 않을까 하고 막연하게 생각한 적 있었는데 몸을 키우고 나니 상상 이상으로 멋진 마흔 살을 맞이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이 든다. 물론 아직 4년이나 더 남았지만 말이다.
앞으로도 계속 몸을 잘 가꾸어야겠다. 그리고 몸만큼이나 예쁜 마음씨를 가진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