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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타치는 권작가 Sep 11. 2019

처음은 누구나 어렵다

동네에 있는 작은 카페에 갔다. 카페에는 굉장히 앳된 얼굴의 직원이 주문을 받고 있었다. 수줍은 소녀같은 직원의 모습은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처럼 보였다. 표정이 한껏 긴장 돼 있는 걸 보니 일을 시작한 지 며칠 되지 않은 것 같았다. 사회생활 자체가 처음인 듯했다. 


주문을 받는 카운터 바로 앞 테이블에는 카페 사장님으로 보이는 듯한 사람이 앉아있었다. 노트북으로 뭔가를 하고 있었던 사장님은 노트북 화면에 집중하다가도 직원이 일을 잘하고 있는지 틈틈이 지켜봤다. 


나는 커피를 주문한 후 카페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향이 고소한 커피를 마시며 앉아있었는데 일을 하고 있는 직원에게 자꾸만 눈이 갔다. 뭘 해야 할지 몰라 안절부절못하는 모습 때문이었다. 직원은 손님에게 주문을 받을 때마다 사장님에게 지적을 받았고 손님이 없을 때는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숙지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가만히 있을 수도 없고 뭘 하긴 해야겠는데 뭘 해야 할지 몰라 눈치를 살피는 모습에 괜히 내가 더 긴장이 될 정도였다. 


그런 직원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고놈 참 긴장 많이 되겠네.’하는 생각이 들면서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새로운 시작을 할 때마다 걱정하고 긴장하던 지난날의 내 모습이 겹쳐 보여 안쓰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새내기 직원의 모습을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 처음은 누구나 어려운 법이지.'


 시내버스를 탔다. 빈자리가 없어 버스기사 바로 뒤쪽에 서서 가고 있는데 출입문 바로 앞좌석에 앉아 있는 한 중년의 남자가 혼자서 뭐라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밤늦은 시간이라 술 취한 사람이 잠꼬대를 하는 줄 알고 돌아봤는데 그 남자는 버스기사에게 뭐라고 말을 하고 있었다. 얘기를 자세히 들어보니 운전하고 있는 버스기사님에게 버스운전 업무에 대해 알려주는 듯했다. 버스운전 일이 처음인 듯한 운전기사님이 출입문 앞좌석에 앉아있는 베테랑 기사에게 일을 배우고 있던 것이었다. 버스 노선은 어떻게 되는지 앞차와 뒤차와의 간격은 어느 정도로 유지해야 하는지 등등 기사님은 운전하랴 설명들으랴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버스기사님의 눈과 귀가 얼마나 정신없이 움직이는지 그 모습을 보는 내가 더 가슴을 졸일 정도였다.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기사님은 은퇴를 한 후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건지 어떤 건지 사연은 알 수 없었지만, 세상 경험이 많아 웬만한 힘든 일은 다 해낼 것처럼 보이던 그 기사님의 긴장된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연륜이 있고 삶의 경험이 많은 사람에게도 처음은 어려운 법이구나.'     

해보지 않은 일을 한다는 것은 굉장히 떨리고 때론 두렵기도 하다. 열정과 에너지가 넘치는 젊은 20대 카페 직원도, 인생 경험이 많아 무엇이든 다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40대 버스 기사님도 처음이라는 것은 어려울 수밖에 없었나보다. 


성공한 사람이라고 해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방송인 유재석 씨는 처음 데뷔했을 때 카메라 앞에만 서면 속이 울렁거려 말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고 아무리 연습을 해도 나아지지 않아 꽤나 고생을 했다고 한다. 지금은 국민MC로 불리며 예능인으로서 정상의 자리에 있지만 그런 그에게도 처음이라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고 한다.


계속해서 새로운 것에 도전해온 나도 처음이 쉬웠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나름 사회생활을 많이 경험해봤을 쯤에도 새로운 일에 도전할 때 만나게 되는 그 처음은 매번 나를 힘들게 했다. 그렇게 여러 번의 처음을 경험하면서 처음이라는 것은 누구에게나 어렵다는 말을 직접 몸으로 느껴왔다. 


처음은 누구나 어렵다. 처음이 서툴고 힘든 건 다 마찬가지다.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 시작이 두렵다하더라도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 시작은 누구나 힘들고 어려운 거라 생각하며 도전하면 시작이 그렇게 어렵지만은 않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다 그렇다고 생각하면 처음이 그렇게 두렵지만은 않다. 


하다가 너무 힘들면 그때 그만두면 된다. 중간에 포기하더라도 언제든 다시 시도하면 된다. 그렇게 가볍게 생각해야 시작 또한 가벼울 수 있다. 


나중 일은 나중에 생각하자. 결과부터 미리 생각하면 아무 것도 못한다. 시작만 잘하고 끝맺음을 못한다고 해서 자책할 필요는 없다. 시작도 잘하고 어떠한 성공적인 결과물도 잘 만든다면 금상첨화겠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을 바에는 일단 시도라도 해보는 게 훨씬 낫다. 한 우물을 잘 파는 게 중요하지만,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여러 우물이라도 파는 게 더 낫다. 결과는 잠깐 접어두고 일단 시작해보자. 일단 저지르고 나면 나머지는 어떻게든 알아서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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