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타치는 권작가 Oct 07. 2019

책을 부담없이 읽는 5가지 방법

독서를 시작한 지 7년차가 되었다. 다독가는 아니다. 한 달에 3~4권 정도 읽는다. 책을 읽는다고 하기엔 부끄러운 성적일 수 있으나 대한민국 평균 독서량이 한 달에 1권이 안 된다고 하니 평균치는 뛰어넘고도 남는 성적이라 한 편으론 뿌듯하다. 7년이란 시간 동안 읽은 날보다 읽지 않은 날이 더 많았지만 괜찮다. 중요한 건 멈추지 않고 지금도 꾸준히 책을 읽고 있다는 사실이니까 말이다.


일 년에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않던 내가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은 26살때부터였다. 성공하기 위해, 삶에 길을 찾기 위해 책을 집어들었다. 아무 것도 모르고 무작정 읽었다. 독서법 같은 게 있는 줄도 모르고 계속해서 책을 읽어내려갔다.


독서 초창기에만 해도 책에 대한 강박때문에 적잖이 스트레스를 받았다. 재미가 없는데도 책을 덮지 못하고 억지로 읽었고 무조건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읽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나고 보니 그런 식으로 하는 독서는 남는 게 그리 많지 않았다. 좋아하는 책을 감명깊게 읽어도 금방 잊어버리기 마련인데 재미 없거나 관심이 없는 분야의 책을 읽을 때면 더 기억에 남지 않았다.


편한 사람일수록 다가가기가 쉬운 법이다. 언제봐도 편하고 부담없는 사람이어야 연락하기 쉽다. 책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책 읽는 데 있어 필요한 것은 '책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기'이다. 부담이 없어야 언제든 책을 집어들 수 있고 읽을 수 있다.


사람들이 책에 좀 더 쉽고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얘기해보고자 한다. 특별한 기술은 아니다. 여느 독서법 책에서 볼 수 있는 내용들이다. 그 중에서도 내가 경험해보고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만 써보려 한다.



책을 부담없이 읽는 5가지 방법


1. 읽고 싶은 부분부터 골라서 읽기

사람들은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책을 집어들면 저자프로필부터 들어가는 글, 목차 그다음엔 1장, 2장 순으로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으려 한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전혀 없다. 책은 꼭 처음부터 읽지 않아도 된다. 읽고 싶은 부분부터 골라서 읽어도 무방하다.


나는 주로 피부 또는 건강과 관련된 책을 읽을 때 부분읽기를 한다. 궁금하거나 알고 싶었던 정보에 대해서만 읽는다. 다양한 배경지식을 쌓고 싶다면 모르겠으나 굳이 관심없는 내용을 억지로 읽지는 않는다. 책을 읽는 것은 내가 모르는 것을 알고자 하기 위함이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 내용을 읽고 이해하고 실천하면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읽고 싶은 부분만 읽고 덮어도 저자의 생각과 핵심 메시지를 파악했다면 그 책은 다 읽은 것이라 할 수 있다.



2. 책을 읽다가 재미없으면 중간에 덮기

처음엔 책은 끝까지 읽어야 한다는 강박때문에 읽기 싫은 책도 억지로 다 읽었다. 짜증이 나는데도 끝까지 읽었다. 억지로라도 읽으면 도움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읽고나면 스트레스만 남을 뿐 책 내용은 생각나지 않았다.


아무리 좋은 책도 나에게 맞지 않는 책은 좋은 책이 아니다. 내가 감명깊게 읽어야 훌륭한 책이다. 그러니 재미없는 책, 읽기 싫은 책은 과감하게 덮어버리자.


옷을 살 때는 예쁜데 막상 하루 입고 나가보면 마음에 안 드는 경우가 있다. 그때는 마음에 안 드는 옷을 억지로 입을 바에는 차라리 다른 새옷을 입고 즐기는 게 더 낫다. 책도 읽기 싫은 책을 억지로 읽는 것보다는 책꽂이에 꽂아버리고 다른 책을 읽으며 새로운 세계를 향유하는 게 낫다. 책값이 아까워서라도 끝까지 읽겠다는 사람을 말릴 생각은 없다. 하지만 그럴 시간에 내가 관심가는 분야의 다른 책을 읽고 실천하는 것이 책값보다 더 큰 가치가 있다.



3. 한 번에 여러 권 읽기

한 권을 다 읽음 다음에야 다음 책으로 넘어가는 독서가들이 많다. 하지만 아무도 한 번에 한 권만 읽으라고 얘기하지 않았다. 한 번에 여러 권을 읽어도 된다.


등산할 땐 등산화를, 조깅할 땐 운동화를, 공식적인 석상에서는 구두를 신는다. 상황에 따라 신는 신발이 달라지는 것이다. 책도 마찬가지다. 그날 기분에 따라 읽고 싶은 책을 골라 읽으면 된다.


나 같은 경우는 한 번에 많이 읽을 땐 5권의 책을 같이 볼 때가 있다. 역사, 심리, 성공학, 일상에세이, 시간관리 등등 그날 기분에 따라 읽고 싶은 책을 골라 읽는다. 기분에 맞게 책을 읽으니 잘 읽힌다. 집중이 잘 되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다. 옷을 잘 입는 사람은 상황에 맞게 코디를 잘하는 사람이다. 책도 그날의 상황과 기분에 따라 골라 읽어보자. 옷 스타일리스트가 아닌 책 스타일리스트가 되어보자.



4. 책 편식하기

독서법에 대해 얘기하는 대부분의 책들은 책 편식을 하지 말라고 한다. 편식하고 말고 골고루 읽으라고 말한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어야 생각의 크기가 더 넓어진다고 말한다. 말는 말이다. 하지만 그건 책을 어느 정도 읽은 사람에게 해당되는 얘기라 생각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편식도 필요하다. 초보독서가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책을 이제 막 읽기 시작한 사람에게 역사, 철학, 인문, 과학 가리지 말고 다 읽으라고 말하면 아마 시작조차 못할 것이다. 아직 책 읽기가 습관이 안 된 사람에게는 골고루 읽기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장르의 책으로 먼저 시작해서 책과 친근함을 느끼는 게 우선이다. 무엇이든 시작이 쉬워야 꾸준히 할 수 있다. 보고 싶고 읽고 싶은 책만 읽다가 다른 분야의 책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그때 다른 책을 읽으면 된다. 독서습관이 잡힐 때까지는 책 편식이 유용한 방법이 될 수도 있다.



5. 책을 지저분하게 읽기

책은 지저분하게 읽을수록 좋다. 책은 애지중지 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 씹어먹어서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감명깊은 문장이 있으면 밑줄도 치고 귀도 접어보자. 자신의 생각을 책에 적어보기도 하고 포스트잇도 붙여보자. 그렇게 해야 책 내용을 온전히 내것으로 만들 수 있다.




어쩌면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이 모르는 방법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알면서도 실천이 잘 안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충분히 공감한다. 나도 그랬다. 처음부터 다 읽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읽기 싫은 책도 어떻게든 끝까지 읽어야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게 해보니 결코 좋은 독서습관이 잡히지 않았다. 책을 읽는다는 건 재밌어야 하고 책 속에서 배울 수 있어야 한다. 독서에 대한 여러 강박을 버렸을 때 독서라는 바다에서 즐겁게 헤엄칠 수 있었다.


위 다섯가지 방법을 토대로 책을 읽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역시나 특별한 방법이 없다. 읽으면 된다. 어떻게? 그냥 읽으면 된다. 저런 습관들을 계속 생각하면서 읽으면 된다. 읽다보면 고쳐진다. 물에 들어가지 않고 수영을 잘하는 방법은 없듯이 읽지도 않고 책을 친근하게 느낄 수는 없다. 최고의 독서법은 어쩌면 특별한 기술이나 방법이 아닌 그저 우직하게 읽는 건지도 모른다.



매거진의 이전글 일방적인 관계는 관계가 아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