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타치는 권작가 Oct 05. 2019

일방적인 관계는 관계가 아니다

새벽 3시. 휴대폰 벨이 울렸다. 친하게 지내던 여자사람동생으로부터 온 전화였다. 친구랑 술 한 잔 하고 집에 들어가는 길에 전화한 거라 했다. 집 가는 길이 적적하기도 하고 또 심심하기도 해서 잡담이나 하려고 전화를 한 모양이었다. 적당히 얘기나누다 끊으면 될 것을, 그걸 못 참고 또 내가 하고 싶었던 속 얘기를 꺼내버렸다. 


"너는 내가 보자고 안 하면 안 보냐? 집안에 무슨 우환이 생겨야 그때 부조금 주러 오면서 얼굴 보겠네?"


마음이 잘 맞는 동생이었다. 누구보다도 대화가 잘 통하는 동생이었다. 나이는 어렸지만 내가 의지를 많이 하던 동생이었다. 하지만 매번 내가 먼저 만나자고 해야 하는 게 싫었다. 남녀관계에서의 밀당을 말하는 게 아니다. 관계를 유지하는 데 있어 필요한 기브 앤 테이크에 대해서 얘기하는 것이다. 사람은 어떤 경우에서든 계산이란 걸 하게 된다. 하나를 줬으면 그만큼을 받고 싶어하는 게 사람마음이다. 이러한 계산을 나는 많이 하는 편이다. 물질적인 계산보다는 마음적인 계산을 한다. 그 마음적 계산은 전화나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 빈도를 보고 파악한다. 내가 연락을 하는 만큼 상대방도 나에게 연락을 해줬으면 좋겠다. 한 번 연락하고 한 번 연락받고 싶어하는 게 아니다. 내가 한 서너번 했으면 상대방이 한 번은 나에게 연락을 해주길 바라곤 한다. 


현재 나는 연락하고 지내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러니 만나는 사람도 없다. 인연을 끊거나 정리하지 않았다. 어쩌다보니 이렇게 돼버렸다. 내가 연락을 안 하니 상대방도 나에게 연락을 안 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멀어지게 됐다. 처음엔 내가 먼저 연락을 했다. 인간관계가 좁은 사람의 특징 중 하나가 먼저 연락을 안 한다는 것인데 나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얘기일 정도로 나는 먼저 연락을 많이 했다. 하지만 먼저 연락을 해도 상대방이 나를 찾는 전화는 거의 없었다. 그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매번 이렇게 나만 먼저 연락해야 하나?'

'나만 먼저 보자고 해야 하나?'

'왜 상대방은 나에게 연락하지 않을까? 나를 찾지 않을까?'


내가 연락해야 연락이 되고 내가 만나자고 말해야 만날 수 있는 관계. 그런 관계는 더 이상 관계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연락을 먼저 하지 않는 지인들에게 서운함을 느끼기 시작했고 나도 연락을 안 하게 됐다. 긍정적으로 생각을 해보려고도 했다.


"그래. 내가 좋아서 연락하는 거야. 외롭고 심심한 나를 위해서 먼저 연락을 하는 거야. 계산하지 말자."


하지만 주기만 하는 관심 속에서 나는 금세 지쳐갔다. 물론 연락을 안 해서 서운하다는 말을 해본 적도 있다. 그럴 때마다 돌아오는 대답은 늘상 이런 식이다.


"나는 원래 먼저 연락 잘 안 한다."


이 말도 참 싫어한다. 어폐가 있는 말이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연락을 먼저 안 하는 사람들은 모두가 이렇게 말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반대로 말해서 자신이 연락을 먼저 잘 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결국엔 다 먼저 연락을 안 하는 사람들뿐이다. 


먼저 연락을 안 한다고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남자친구, 여자친구와도 연락을 안 할까? 그건 아닐 거다. 아무리 연락을 먼저 안 하는 스타일이라고 해도 애인하고는 하루도 빠짐없이 연락을 할 것이다. 그렇다. 먼저 연락을 안 한다는 것은 그만큼 관심이 없어서라는 말이 된다. 그것이 내가 내린 결론이다. 


손바닥도 맞아야 소리가 난다는 말이 있다. 한 손으로 아무리 노력해도 소리는 나지 않는다. 양손이 맞닿아야 한다. 사람관계도 마찬가지다. 서로가 노력해야 한다. 함께 기브 앤 테이크를 해야 한다. 일방적인 관계는 더 이상 관계가 아니다. 주는 만큼 받아야 관계가 유지된다. 사람의 마음을 가지고 계산하지 말라고 하지만 사람인지라 어쩔 수 없다.


무덤덤한 성격이라면 모를까 예민한 성격의 소유자인 나는 더더욱 계산을 안 할 수가 없다. 그냥 서로 잘 지내다가 오랜만에 연락하면서 안부묻고 그렇게 사는 거라고 생각도 해보지만 그게 잘 안 된다. 아마 내가 상대방을 생각하는 만큼 상대방도 나를 생각하는지를 확인하고 싶어하는 심리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누군가가 나에게 좋은 사람이 돼주길 바란다면 내가 먼저 그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되어주란 말이 있다. 나는 이미 준비가 되어있다. 얼마든지 좋은 사람이 되어줄 자신이 있다. 내 사람이라고 생각되는 사람에게는 언제든지 발벗고 나서서 도와줄 용의가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해주고 싶어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마음이 조금 씁쓸하다.


포기하지는 않는다.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 사람들 속에서 더불어 살아가야 하기에 지금도 좋은 관계맺기에 소홀히 하지 않는다. 일방적인 관계가 아닌 쌍방적인 관계를 찾기 위해 힘쓰고 있다.  




지금 시각 새벽 5시.

이 글에서 처음에 말했던 새벽 3시 전화는 2시간 전에 왔던 전화이다. 눈치없이 꺼낸 나의 말 한 마디 때문에 다들 잠들어 있는 그 새벽시간에 20분 동안 통화를 더 했다. 속 얘기를 털어놓고 나니 잠이 확 달아났다. 잠은 깼지만 괜시리 마음은 복잡해졌다. 바로 노트북을 켰다. 복잡한 나의 생각을 정리하고자 브런치에 이렇게 글을 썼다.


매거진의 이전글 자존감을 높이는 3가지 습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