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독서법
서점에 가보면 독서법과 관련된 다양한 책들이 있다. 책에 나와있는 대로 행동하면 책을 잘 읽을 수 있을까? 물론 여러 모로 도움이 될 것이다. 방법을 알고 시작하는 것과 아무 것도 모른 채 맨 땅에 헤딩하는 것과는 천지차이니 말이다. 독서법에는 속독, 정독, 다독 등의 기본적인 독서법부터 메모 독서법, 말하기 독서법, 자기혁명 독서법 등등 다양한 독서법이 있다. 책을 읽는 데 있어 길잡이가 되어주는 독서법임에는 분명하다. 허나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독서법은 따로 있다. 바로 우직하게 읽는 것이다.
정보홍수의 시대이다. 현대사회에서는 양질의 정보를 구별해내어 내 삶에 얼마나 잘 적용시키느냐가 관건이다. 허나 주위를 보면 알고 있는 정보를 잘 활용하려 하기보다는 정보를 모으는 데만 급급한 사람들이 있다. 방법론에만 목을 매다보면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칠 수 있다.
한 때 영어회화 공부를 한 적이 있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다는 마음으로 주어, 동사부터 하나씩 공부를 해나갔다. 공부를 하다보니 어떻게 하면 영어를 더 빨리 익힐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그때부터 영어공부법에 대한 책을 읽으며 단기간에 영어를 잘 할 수 있는 비법을 배우려 했다. 영어공부법 책을 읽어보니 이런 방법으로 영어를 공부하면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권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영어고수들의 비법이 담긴 여러 권의 책을 더 읽었다. 처음엔 방법을 알고 시작하면 영어를 잘하게 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알면 알수록 오히려 머리가 복잡해졌다. 나중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 영어를 공부하기보다는 영어잘하는 방법을 공부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이건 아니라고 느꼈다. 그때부터 영어공부법에 관한 책은 덮고 영어 자체를 배우고 익힐 수 있는 교재를 구매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그리 유창하진 않지만 짧은 문장을 느리게나마 구사할 수 있는 실력까지 올릴 수 있었다. 전에는 외국인만 보면 얼어붙었던 나였지만 이제는 파티에서 만난 외국인과 자신있게 대화를 나눌 수 있을 정도로 나의 영어회화 실력은 업그레이드 돼있었다. 영어회화를 잘하는 최고의 방법은 어떠한 '방법'에 있지 않았다. 그저 꾸준히 읽고 듣고 말하는 것이었다.
아버지가 내게 준 단순하면서도 뼈있는 교훈
20대 중반에 자주 이직을 하던 때가 있었다. 많은 경험을 쌓기 위해 여러 직종의 일을 경험해보기 위해서였지만 어쨌든 매번 새로운 곳에서 일을 시작하는 것은 나에게 부담일 수밖에 없었다. 그날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직장에 입사를 앞두고 있던 때였다. 가서 일은 잘할 수 있을지, 분위기에 어떻게 적응하면 될지 걱정이 많았다. 가서 일하면 어떻게든 잘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떻게 하면 직장 생활을 더 잘 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됐다. 그때 아버지에게 말했다.
"아버지, 저 내일부터 새로운 직장에서 일 시작하는데 걱정이 되네요.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요?"
아버지가 말했다.
"이것저것 생각하지 말고 그냥 시키는 대로 하면 된다."
단순하면서도 별 것 아닌 아버지의 이 말이 내 가슴 속을 파고들었다. 이말이 그저 시키는 일이나 잘하라는 수동적인 의미가 아니었다. 생각이 많으면 오히려 일을 그릇칠 수 있으니 그저 시키는 일부터 하나씩 잘해나가면 된다는 단순하면서도 깊이가 있는 말이었다. 아버지의 말이 맞았다. 뭔가를 하는 데 있어서 특별한 방법은 없었다. 그냥 하는 것이다. 남들보다 더 잘하는 방법, 더 뛰어난 방법은 어느 정도 숙달이 됐을 때 해당되는 이야기일 뿐 처음엔 서툴더라도 우직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
다이어트하는 방법이 넘쳐나고 있지만 결국 기본은 적게 먹고 운동을 많이 하는 것이다. 특별한 방법으로 살을 뺐다며 자신만의 비법을 얘기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제일 중요한 건 기본이다. 독서도 마찬가지다. 독서법에 대해 아무리 많이 안다고 해도 읽지 않으면 독서법은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최고의 독서법은 그저 읽는 것이다. 책을 잘 읽을 수 있는 좀 더 다양한 방법은 독서습관이 어느 정도 잡히고 나서 찾아봐도 늦지 않다. 독서습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일단은 그냥 읽어야 한다. 독서방법에만 급급해 할 그 시간에 한 페이지라도 더 읽는 게 낫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