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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타치는 권작가 Apr 25. 2020

책 출간한 지 1년이 지난 지금, 무엇이 달라졌을까

내 안에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다

오늘이 생일이다. 내 생일이 아니다. 주인공은 바로 내 책이다. 내 이름으로 된 책을 출간한 지도 벌써 1년이 지났다. 딱 1년 전인 2019년 4월 25일에 나의 첫 책인 "당신의 도전은 언제 멈췄습니까"가 세상에 나왔다. 제목과 부제만 보면 대단한 사람의 화려한 도전 이야기가 있을 것 같지만 오히려 반대이다. 평범한 보통 사람인 내가 지금까지 겪어왔던 소소한 도전기를 썼다. 


세상이 정해놓은 길을 따라가기보다는 내가 원하는 길을 가고자 했다. 하고 싶은 것은 해보고 가보고 싶은 곳은 빚을 내서라도 떠났다. 마술사를 꿈꿨던 아이, 스타가 되겠다며 참가한 네 번의 슈퍼스타K 오디션, 과감하게 대학교 자퇴를 하고 일찍이 시작한 사회생활, 과일장사부터 배달, 생산직, 보험, 가구시공, 백화점, 막노동까지 삶의 길을 찾기 위한 외로운 싸움, 과감하게 퇴사를 하고 떠났던 국토대장정과 나혼자 유럽여행, 내 삶을 바꾼 생존독서 등등 세상의 기준이 아닌 나만의 기준과 방식으로 살아온 유별난 이야기가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노력한다고 해서 다 이루어지는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전하고 시도하면 생각보다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녹여냈다. 


책을 쓴 작가라면 누구나 그렇듯 나 역시도 내가 책을 쓰게 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책을 쓰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과연 이게 책으로 만들어질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많았다. 하지만 뼈를 깎는 노력 끝에 결국은 해냈다. 상상할 수 없었던 기적 같은 일이 현실이 되었다. 내 인생에서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순간이었다. 


책을 출간한 지 1년이 지난 지금, 다시 한번 그날의 감격을 떠올렸고 출간 이후의 시간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책을 쓴 이후의 내 삶은 그 전과 얼마나 달라졌을까'


아마 책을 좋아하고 독서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누구나 궁금해 하는 내용일 것이다. 책 쓰기를 목표로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어떤 대답이 나올지 더더욱 궁금할 것이다. 대부분의 작가들은 책을 쓴 후 강연을 하게 되었다거나 강연을 통해 돈도 많이 벌고 방송에도 출연해 유명인이 되었다는 식의 이야기를 할 것이다. 출간 이후의 삶의 변화를 묻는 사람들의 질문 속에는 돈, 명성 따위와 관련된 성공의 의미를 많이 함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도 책을 써서 돈을 많이 벌었다거나 방송에도 출연했다는 식의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 좋으련만 아쉽게도 그렇지는 않다. 오히려 내가 책 출간을 통해 느끼고 변화한 것은 전혀 다른 데 있었다. 


내가 책을 출간한 이후 책을 쓰겠다는 목표를 세우며 글쓰기를 시작한 한 지인이 내게 그런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 


“책을 쓰고 난 뒤에 삶이 어떻게 바뀌었나요?”


나는 고개를 옆으로 살짝 기울이고 눈을 위아래로 굴리며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잠깐 생각하다가 이렇게 말했다.


“바뀐 거 없어요. 똑같아요.”


내 말을 들은 지인은 적잖이 당황한 듯했다. ‘다른 작가들은 다 삶이 많이 변했다고 말하는데 이 사람은 뭐지?’ 하는 그런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뭐라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있는 지인을 보며 나는 말을 이었다. 


“이제 겨우 한 권 써서 잘은 모르겠지만 책 한 권 썼다고 해서 완전히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는 건 아닌 거 같아요. 물론 책이 많이 팔려서 돈을 많이 버는 사람도 있고 책 출간이 강연과 방송출연으로 이어지는 사람들에게는 책 한 권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 있겠지만 적어도 제게는 일상을 송두리째 바꿔버릴 정도의 큰 변화는 없었어요.”


지인에게 책을 쓰는 데 용기를 북돋아줄 수 있는 얘기를 해주고 싶기도 했지만 사실 내가 너무 아무렇지 않게 변한 거 없이 똑같다고 말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책 쓰는 사람이 1%밖에 안 되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책을 쓴다는 것은 분명 대단한 일임에 틀림없지만 그렇다고 책 한 권 썼다고 해서 인생이 180도 바뀔 수 있다는 과한 환상은 가지질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책 한 권을 써서 돈도 많이 벌고 거기에다 사회적으로 유명한 사람이 되겠다는 과한 욕심은 가지지 않았으면 했다. 그런 식의 좀 더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다. 겉으로 보이는 것이 아닌 내적 성장에 대해 말해주고 싶었던 나는 다소 실망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지인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런데 그런 건 있어요. 책을 쓰고 난 이전과 이후의 제 마음가짐이 많이 달라졌어요. 책을 출간함으로써 스스로에 대한 가치가 많이 올라갔다는 느낌이 들어요. 뭐든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많이 생겼구요. 자존감도 많이 올라갔어요. 제 책이 당장은 그렇게 많이 팔리지 않았지만 앞으로 더 큰 성장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발판이 된 거란 생각이 들어요.” 


나는 부족한 게 많은 사람이었다. 매사에 자신감이 없었고 콤플렉스도 많았다. 나 스스로가 하나부터 열까지 다 마음에 들지 않았고 당연히 자존감은 밑바닥까지 떨어졌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새로운 내가 되고 싶었고 남들 앞에서 뭐라도 내세울 게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이렇게 나가떨어질 내가 아니라고, "나 이런 사람이야."라며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그때부터 나의 본격적인 도전은 시작되었고 내 삶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다 준 도전의 결과 중 하나가 바로 책 출간이었다.


내적으로 많이 성장했다는 것보다 더 큰 변화는, 나 자신에게서 미래의 성장가능성을 보게 됐다는 점이다. 책을 출간한 이후 그동안 몰랐던 세상에 대해 알게 되었다. 책을 쓴 많은 작가님들과도 만날 수 있었고 그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앞으로 나도 더 많이 읽고 써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나의 첫 책이 이번이 끝이 아닌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계속해서 글을 쓰겠노라 마음 먹었고 그렇게 해서 네이버 밴드, 블로그, 인스타그램, 오마이뉴스, 브런치 등에서 그동안 담아두었던 나의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여러 글쓰기 플랫폼 중에서도 내 마음 속 1순위는 당연히 브런치이다. 그 전에도 브런치에 대해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내가 브런치에서 글을 쓴다는 건 생각지 못했는데 책을 출간한 이후에는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니, 꼭 해야만 할 것 같았다. 


글에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내 책을 읽고 메일을 보내주신 독자님들과 내 글을 읽고 공감해주시는 많은 브런치 독자님들을 보면서 내 글이 누군가에게 잔잔한 위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내 안에 숨겨놓은 나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은은한 향을 가진 따뜻한 커피가 되고 때로는 잠을 깨워주는 시원한 물 한 잔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진정한 성공은 자신이 가진 것을 타인과 나누며 더불어 살아간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 매달 해외결연아동 후원을 하고 있고 헌혈도 하고 있지만 이렇게 글을 통해서 사람들과 나누고 공유할 수 있다는 것 역시도 나에게는 큰 기쁨이다. 그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다. 


첫 책을 출간한 후 이제는 두 번째, 세 번째 책도 쓸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이 생겼다. 그리 대단할 건 없지만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나의 이야기를 책으로 엮어낼 날이 올 거란 가능성을 보고 있다. 첫 번째 책은 출간하는 데 의의를 두고 썼다. 두 번째 책은 많이 읽히는 책이 되었으면 한다. 언젠가는 브런치에서 두 번째 책을 출간했다는 소식을 전하는 날이 오길 바란다. 내 이야기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느끼고 공유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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