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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타치는 권작가 Apr 29. 2020

나도 작가다 공모전, 설렘보다 두려움이 앞서는 이유

브런치에서 '나도 작가다' 공모전을 봤다. 올해까지 3회차로 나눠 진행될 이번 공모전에서 1회차에는 나의 시작, 나의 도전기라는 주제로 5월 10일까지 글을 응모할 수 있다고 했다. '나도작가다공모전'이란 키워드를 넣고 글을 발행한 작가님들 중 최종 20명을 선정하여 "나도 작가다"라는 제목으로 책도 출간하고 EBS방송에도 출연할 수 있다고 했다. 순간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번 공모전은 나뿐만이 아니라 글을 쓰는 많은 브런치 작가님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설렘도 잠시, 오히려 두려움이 앞섰다. 내가 응모한 글이 당선되지 않았을 때 느낄 좌절감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그 안에는 공모전에 당선된 다른 작가님들의 작품이 책으로 출간되고 방송에 소개되는 것을 볼 때 내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질투심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미 작년에도 그런 경험을 한 차례 겪은 바 있었다. 바로 2019년 브런치 공모전 때였다.


2019년 제7회 브런치 공모전에서 나는 그 동안 쓴 글 중에서 혼자 놀고 즐기는 이야기를 쓴 글을 모아 '혼자 노는 게 뭐가 어때서'라는 제목의 브런치북을 만들어 응모했다. 몇 날 며칠을 손꼽아 기다리던 발표일 당일 날, 오후쯤 공모전 당선작이 발표되었다. '설마 내가 당선될 리가 있겠나.'라고 생각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기대감을 감추지는 못 했다. 떨리는 마음으로 당선작을 조심스럽게 하나씩 훑어내려가며 확인했다. 내 이름이 보이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보물찾기하듯 내 이름을 찾아봤지만 끝끝내 찾을 수 없었다. 아쉬운 마음에 몇 초 간 멍하니 스마트폰 화면만 쳐다보고 있었다.


내가 당선될 거라고 생각했던 건 아니었다. 브런치에서 남다른 콘텐츠를 가진, 글 잘 쓰는 작가님들이 얼마나 많은데, 내가 쓴 글이 당선될 리 없다는 것은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다. 겸손이 아니라 진짜 그렇게 생각했지만 그렇다고 기대를 전혀 안 할 수는 없었다. 누구나 그렇듯이 안 될 걸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일말의 기대는 있었다. 로또 1등 당첨이 안 될 걸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로또를 구매하는 것처럼 나도 그런 정도의 기대는 하고 있었다는 말이다. 1인가구 시대라는 트렌드에 맞춰 나의 혼자 노는 일상을 담은 글이 나름 괜찮다고 생각한 것도 공모전 당선에 대한 기대에 한 몫했다. 하지만 예상을 벗어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브런치 공모전 당선작이 발표된 이후 한 동안 기분이 좋지 않았다. 솔직히 말해서 내가 떨어졌다는 사실보다는 공모전에 당선된 다른 작가님들에 대한 질투심 때문에 더 기분이 안 좋았다. 그래서 공모전에 당선되어 기쁘다거나 감사하다는 작가님들의 글은 쳐다보기도 싫었다.(그때 당선된 작품이 현재 책으로 출간되어 브런치에서 소개되고 있는데, 지금도 역시나 나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넘겨버린다. 나란 인간, 대인배가 될 깜냥은 못 된다.) 그러다가 브런치에서 공모전에 떨어졌다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쓴, 이묵돌 작가님의 글을 읽게 되었다. 글에서 읽었던 내용 중 상당히 공감이 가는 글귀가 있었다.


"실패로부터 우리가 겪을 수 있는 가장 큰 패배는 다음 도전에 대한 자신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이 문장이 내 가슴 속에 와 닿았던 이유는 그때의 내 심정을 정확히 표현해줬기 때문이다. 브런치 공모전에서 내가 당선되지 않은 것을 확인했을 때 당장의 아쉬움도 컸지만 다음 도전에 대한 자신감까지 꺾여버리고 말았다. '이번에도 안 됐는데 다음 번이라고 뭐가 다르겠어.'라는 생각이 들면서 새로운 도전에 대한 전의를 상실하고 말았던 것이다. 낙담하고 좌절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실력이 부족한 데다가 운까지 따르지 않은 내 능력 탓이었다. 그래도 이묵돌 작가님이 글 마지막에 "등신같은 출판사들, 사끄리 망하길 바란다. 1쇄가 다 팔리긴커녕 마케팅 비용도 회수 못할 만큼 처참하게 말아먹길 바란다."라고 쓴 글을 읽으며 통쾌함을 느낄 수 있었고 묵은 체중이 내려간 것 같은 시원함을 느낀 나는 곧바로 댓글을 달았다.

"다 망했으면 좋겠어요 ㅋㅋㅋ"



나도 작가다 공모전을 앞두고

이번 '나도 작가다' 공모전에서도 제7회 브런치 공모전 때와 같은 상황을 겪게 될까 두렵다. 떨어졌을 때의 아쉬움, 탈락으로 인한 다음 도전에 대한 자신감 상실, 당선 작가님들이 책을 출간하고 EBS방송에 출연한다는 소식이 나에게 들릴 때 내가 느낄 질투심 등등 그 모든 걸 다시 겪어야 생각하니 몸도 마음도 움츠러들게 된다. 시작부터 그렇게 자신감이 없어서야 되겠냐고 말할지도 모르겠지만 이건 자신감의 문제가 아니다. 어쩌면 첫 술에 배부르길 바라는, 천 리 길을 한 걸음에 가려는 욕심 많은 나 자신을 마주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인지도 모른다.


물론 나도 안다. 말은 이렇게 해도 공모전에 응모할 것이란 걸. 누구보다도 열심히 글을 써서 발행하고 또 발행할 것이란 걸. 내가 당선될 일은 없다고 말은 하면서도 발표일 날에 누구보다도 긴장하며 명단을 확인하게 될 거란 걸. 안 봐도 비디오다.


걱정이 앞서지만 방법이 없다. 일단 써보려 한다. 실패가 두려워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만큼 바보같은 짓은 없으니까 말이다. 도전하지 않으면 실패할 일은 없겠지만 어떠한 성취도 성장도 할 수 없다는 걸 알기에 다시 한 번 써보려 한다. 20대 시절 슈퍼스타K 오디션에 3번에 걸쳐 연달아 예선탈락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4번째 예선에 또 참가했던 그런 도전적인 사람이 바로 나이다. 때의 그 정신으로 도전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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