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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타치는 권작가 Oct 08. 2019

나혼자캠핑, 혼자서도 잘해요

지인에게서 '백패킹'이라는 것에 대해 처음 들었다. 백패킹이란 야영생활에 필요한 장비를 갖추고 1박 이상의 여행을 떠나는 것을 뜻하는데 쉽게 말해 텐트를 치고 먹고 자는 것을 말한다. 캠핑과 차이가 있다면 백패킹은 장소가 산이라는 점이다. 주로 야간산행을 하여 데크에 텐트를 쳐놓고 가지고 온 음식들을 먹으며 야경을 즐긴다. 가방 안에 짐을 다 넣어야하기 때문에 텐트를 포함한 각종 장비들이 작고 가벼워 휴대가 간편하다는 점에서도 캠핑과 차이가 있다. 더군다나 백패킹은 혼자 떠나도 좋다.  


지인의 백패킹 경험담은 내 마음을 설레게 만들었다. 뭔가 특별한 걸 하고 오진 않는다고 했다. 텐트 쳐놓고 그 안에서 라면 끓여먹고 스마트폰으로 영화 한 편 보고 오는 게 다였다. 별 것 아니었지만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새로운 놀이라는 점에서 상당히 끌렸다. 혼자서 이것저것 많이 해본 나였지만 백패킹은 정말 신세계였다.


나도 한 번 해봐야겠다 싶어 필요한 장비부터 구입했다. 사놓고 안 쓸 수도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많은 장비를 사진 않았다. 잠 잘 때 필요한 텐트와 매트만 구매를 했고 랜턴과 소형 테이블은 집에 있는 것을 챙겼다.


백패킹의 매력은 산에서 텐트를 쳐놓고 야경을 즐기며 나를 되돌아보는 데 있지만 처음부터 혼자 산에서 자는 건 무리수였다. 텐트를 칠 데크 위치도 모르면서 무작정 산을 오를수는 없었다. 혼자라 무섭기도 했다. 쉬운 곳부터 가보기로 했다. 차를 끌고 갈 수 있는 사람 많은 캠핑장을 검색했다. 부산 영도 부산항대교 아래에 공터가 있는데 거기서 캠핑을 많이 한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내비게이션으로 목적지를 찍은 후 출발했다.


밤 8시경에 도착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맛있는 걸 먹고 있었다. 원래는 낚시하러 많이 오는 곳이라 하는데 어느새 이렇게 캠핑하는 사람들까지 자리하게 됐다고 한다.


적당한 자리에 가지고 온 텐트를 펼쳤다. 막상 펼치긴 했는데 어떻게 설치하는 건지 몰랐다. 이때가 텐트를 쳐본 게 처음이었다. 날이 어두워 잘 보이지 않아 더 헤맬 수밖에 없었다. '집에서 연습삼아 한 번 해봤어야 했는데..'하는 후회가 몰려왔다. 설명서를 보고 하다가 도저히 안 돼 유튜브에 '텐트 치는 법'을 검색한 후 영상을 보고 따라해서 겨우 설치할 수 있었다. 땀을 뻘뻘 흘렸다.


대충 정리하고 테이블을 편 후 가지고 온 먹거리를 하나 둘 꺼냈다. '캠핑은 역시 먹으러 오는 맛이지.'하며 룰루랄라 콧노래를 불렀다. 메인 메뉴는 치킨이었다. 혼자 먹기에 닭 한 마리는 많은 것 같아 닭강정을 사왔다. 텐트치는 데 시간을 허비한 사이 강정이 식어있었다. 식어도 맛있는 게 치킨이라지만 이 강정은 미리 튀겨놓은 걸 다시 튀겨서 그런지 식고 나니 살짝 딱딱했다. 아쉽긴했지만 분위기에 취해있으니 뭘 먹어도 맛있었다. 집에서 싸온 밥이랑 반찬, 삶은 달걀, 백도 등도 꺼내서 같이 먹었는데 꿀맛 중에 꿀맛이었다.

"캬~ 역시 이맛이지."


이건 두 번째 영도 캠핑을 갔을 때였는데 이때는 죽과 충무김밥을 싸갔다. 잘 밤에 치킨이 부담스럽기도 했고 또 '여행지에서 먹거리가 꼭 치킨일 필요가 있을까?'하는 생각에서였기도 했다. 캠핑에서 죽과 충무김밥, 꽤나 신선한 조합이었다. 평범한 걸 거부하는 나에게 딱 어울리는 먹거리였다.


배불리 먹었다. 그 다음은? 할 게 없었다. 혼자 왔으니 말할 상대도 없다. 심심하긴 했지만 외롭진 않았다. 함께 왔어도 좋았겠다 싶었지만 혼자라고 울적하진 않았다. 오히려 혼자라 조용히 휴식할 수 있었다.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뭔가를 해야 하는 것도 없이 가만히 있어도 되는 시간, 오롯이 나 혼자만의 시간이었다.


의자에 앉아 부산항대교를 한참 바라보다가 가지고 온 블루투스 스피커를 꺼내 노래를 틀었다. 밤 분위기에 어울리는 잔잔한 발라드 곡들 위주로 감상했다. 가만히 듣다가 따라부르고 다시 듣다가 따라부르고. 그런 나를 앞에 있던 다른 캠핑족이 쳐다본다. '점마 저거 혼자서 뭐하노?'라고 말하는 듯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지만 개의치않았다. 혼자서 이것저것 많이 하다보니 그런 시선도 이제는 익숙해졌다. 


밤 12시쯤 되니 잠이 왔다. 주위를 둘러보니 남아 있는 캠핑족들이 몇 팀 없었다. 다들 캠핑하러 오는 줄 알았는데 잠은 자지 않고 텐트 쳐놓고 고기 구워 먹으면서 그렇게 분위기만 즐기다가 철수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사람들도 없어 조용했다. 썰렁하긴 했어도 오히려 잠자기엔 좋았다. 누워서 잠을 청했다. 낯선 곳인 데다가 밖이라 그런지 잠이 잘 오지 않았다. 겨우 잠들었지만 새벽에 작은 소리에도 쉽게 깼다.


일어나보니 해가 막 떠오르려던 참이었다. 세상 모든 어둠을 밀어내겠다는 것마냥 태양은 붉은 빛을 뿜으며 떠올랐다.


주위엔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캠핑족이 나 포함 한 3팀 정도 있었고 근처엔 아침 일찍 운동하러 나온 사람들도 몇 있었다. 낯설긴 했지만 새로운 곳에서 맞이하는 아침이라 기분은 상쾌했다.


아침식사는 가볍게 복숭아 두 개였다. 복숭아를 한 입 베어먹는 순간 향수가 공기 중으로 퍼지듯 복숭아향이 입 안구석구석으로 퍼져나갔다.





혼자한 캠핑은 이번이 처음이었지만 나의 첫 캠핑은 몇 년 전이었다. 부산삼락공원 오토캠핑장에서 캠핑을 해본 적 있었는데 그곳에는 장비자랑을 하는, 소위 장비빨로 무장한 사람들이 많았다. 신경 안 썼다가도 내가 가지고 간 텐트를 펼치는 순간 부끄럽기 짝이 없었다. 두 사람의 잠만 잘 수 있을 정도로 작은 '원터치 텐트'였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의 텐트가 25평 아파트였다면 내 텐트는 반지하나 다름없었다.


거기까진 괜찮았다. 텐트만큼이나 작은 불판을 펼쳐 고기도 구워먹고 나름 재밌게 놀다 잤는데 문제는 다음 날 아침이었다.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빨리 철수해야겠다 싶었다. 내리는 비를 그대로 다 맞으며 짐을 하나둘씩 주섬주섬 챙겼다. 그러다 옆에 있던 다른 캠핑팀과 눈이 마주쳤다. 그들은 텐트보다 더 큰 천막 아래서 비 오는 풍경을 즐기며 라면을 끓여먹고 있었다. 그들에게는 비 내리는 풍경이 한 폭의 그림이었지만 나에게는 빗방울이 장비의 초라함을 더욱 부추길 뿐이었다. 짱났다. 제길...그래도 나름 추억이라면 추억이다.


혼자 캠핑 중이라고 지인들에게 사진을 찍어보내면 반응은 대부분 비슷했다.


"혼자서 뭐하냐? 지지리도 궁상이다."

"별 희한한 놈 다 보겠네."

"또라이가? ㅋㅋㅋㅋㅋㅋ" 


뭐 이런 식이다. 그들의 반응 충분히 이해한다. 나라도 그랬을지도 모른다. 혼자 캠핑을 하러 간 건 일상을 여행으로 만들기 위함이었다. 보통 여행하면 해외여행을 떠올리기 쉽다. 국내여행을 떠올리더라도 차타고 2~3시간 이동해서 타지역으로 가야만 여행이라고 느끼기 쉽다. 허나 꼭 시간을 내서 멀리가는 것만이 여행은 아니다. 일상도 얼마든지 여행이 될 수 있다. 내가 어떻게 즐기느냐에 따라 일상이 좀 더 특별해질 수 있다. 매일 집에서 밥 먹고 잠을 자다가 밖에 나와 새로운 환경에서 먹고 자고 즐겼던 그날만큼은 나에게 특별한 1박2일 여행이 되었다.


혼자서 해도 되는 게 있고 함께 해야 더 재밌고 신나는 것이 있다. 캠핑은 후자에 가깝다. 함께하는 누군가가 있어야 재밌다. 재미를 떠나 함께 해야 창피하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느끼지만 나는 다르다. 혼자서도 얼마든지 즐길 자신이 있었다. 물론 조금 창피하기도 하다. 남을 의식하기도 하고 혼자 있으면 심심하기도 하다. 알면서도 혼자 캠핑을 한 건 즐기기 위해서였다. 함께 할 사람이 없어서 못하겠다고 안 하고 계속 미루다 보면 즐길 수 있는 날은 오지 않을 것이다. 때문에 나는 바로 떠났다. 필요한 최소한의 장비만 챙겨 캠핑을 했다.


갈수록 사람들이 개인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사회가 고립되고 있다. 혼자라서 못하겠다고 집에만 있을 바에는 혼자지만 뭐라도 해보겠다는 용기를 가지고 밖으로 뛰쳐나가는 게 더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혼자서 많은 경험을 해볼수록 세상을 살아갈 힘도 더 많이 생길 수 있다.


이제 또 무엇을 해볼까? 고민 중이다.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재미난 것들이 뭐가 있는지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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