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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타치는 권작가 Oct 23. 2019

기타매고 버스킹에 도전하다

나의 장기 중 하나는 기타이다. 기타동호회에서 기타를 배웠다. 집에서 혼자 치고 놀려고 배운 게 아니었다. 써먹으려고 배웠다. 악기 하나 정도는 배워야겠다고 생각한 것도 있지만 워낙에 노래를 좋아해 다른 사람들 앞에서 기타치고 노래를 부르고 싶어 배운 게 기타이다.


언젠가부터 길거리에서 공연을 하는 버스킹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대부분이었고 간혹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사람도 있었다. 버스킹 하는 사람들을 볼 때면 어떻게 혼자 나와서 저렇게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부를 수 있는지 그 용기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감탄하면서도 나도 꼭 한 번은 버스킹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강하게 들었다.


준비된 자만이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했던가? 꾸준히 기타연습을 해오던 나는 올여름 처음으로 혼자 버스킹을 하게 되었다. 계기가 있었다. 현재 내가 부산에서 활동하고 있는 독서모임이 있다. 그곳에서 모임 10주년 기념 행사가 있었는데 운영진이 나보고 행사 때 기타치고 노래를 부르며 축하공연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무대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흔쾌히 수락했다. 하지만 앰프(스피커)가 없었다. 앰프없이 기타치며 노래를 해도 되긴 하지만 그렇게 하면 잘 들리지도 않고 되게 어설퍼보인다. 이도저도 아닌 걸 싫어하는 나였기에 이왕 할 거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으로 앰프와 마이크를 구매하게 되었고 기타와 각종 장비 그리고 그동안 연습한 노래와 함께 무대에 올랐다.



그 당시 했던 공연모습이다. 만족스러운 무대였다. 공연은 성공적으로 마쳤지만 이후에 앰프를 쓸 일이 없었다. 몇 십 만 원 주고 산 앰프를 그대로 두자니 아까웠다. 그러다 문득 버스킹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이 참에 나도 버스킹을 해보자. 계속 미뤄왔던 꿈을 지금 한 번 펼쳐보자.'

 

먼저 어디에서 할지 장소부터 물색해봤다. 서면 한 복판에서 버스킹 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지만 그렇게 시끄러운 곳은 싫었다. 너무 복잡하지 않고 적당히 조용하면서 10~20대보다는 30대 이상의 나이대의 사람들이 많은 곳을 원했다. 알아보다가 내가 선택한 곳은 다대포 해변공원이었다. 다대포 해수욕장에 가면 모래사장에 들어가기 전에 산책할 수 있는 공원이 하나 있는데 그곳이 시끄럽지도 않고 사람도 적당히 있었으며 장소도 널널해 버스킹하기에 딱 좋았다.


차 안에 기타와 앰프를 포함한 각종 장비들을 잔뜩 싣고는 강변도로를 따라 운전해서 다대포에 도착했다. 해는 저물어가고 있었고 동시에 조금씩 어두워지고 있었다. 서둘러 기타와 장비들을 꺼냈고 공연할 만한 자리가 있는지 주위를 둘러보았다. 넓은 공터가 있었다. 이 자리가 좋겠다 싶어 장비를 다 내려놓고 설치작업에 들어갔다. 만반의 준비를 마친 후 공원에서 산책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아니 어쩌면 나 자신을 위한 작은 공연을 시작했다.



다대포 해변공원에서 버스킹 할 때의 모습이다. 7~8곡 정도해서 한 40분 정도 있었다. 기타치며 노래를 부르고 있으니 산책하던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힐끗힐끗 쳐다봤다. 의식하지 않은 척했지만 의식이 될 수밖에. 내 노래를 어떻게 듣고 있을지 궁금해 사람들의 표정을 살피기 바빴다. 오가는 사람들 중 한 가족이 벤치에 앉아서 나의 공연을 감상하기 시작했다. 곡이 끝날 때마다 박수를 쳐줬다. 내가 진짜 가수가 된 기분이었다. 다른 사람들도 가던 길을 멈추고 내 노래를 들었다. 사람들의 이목을 확 끌어당길 정도로 뛰어난 기타실력도 뛰어난 가창력도 아니었지만 단 몇 명의 사람에게라도 나의 노래를 들려줄 수 있어 기뻤고 가슴이 벅찼다.


기타 스승님을 따라 덕천에서도 버스킹을 해봤고 7080 라이브카페에 가서 무대에서 기타치고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버스킹이 내게 줬던 의미

다른 사람이 버스킹하는 모습을 보며 부러워만 하던 내가 버스킹을 했다. 그리 거창하게 한 것도 아니었다. 할 줄 아는 곳도 몇 곡 없었고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공연을 한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해야지, 해야지.'하면서 오랫동안 미뤄왔던 꿈인 버스킹을 해봤다는 것이 내겐 유의미한 실천이었다. 어려서부터 무대를 좋아했다. 중, 고등학교 축제 때 무대에 올라 마술 공연을 하기도 했고 4번의 슈퍼스타k 오디션과 지역에서 열리는 각종 노래자랑에도 여러 번 참가하면서 무대를 즐겼다. 사람들 앞에 서서 주목받는 것이 좋았다. 그런 점에서 소수의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했지만 나만의 무대에서 기타치고 노래부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버스킹을 하고 라이브카페에서 노래를 부른 것이 내 속에 있는 우울함을 털어내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토요일 밤만 되면 우울했다. 아무 약속도 없이 집에 있는 게 너무 싫었다. 다들 예쁘게 차려입고 네온사인으로 반짝거리는 시내에서 친구들을 만나 함께 술마시고 노는데 나만 외롭게 동떨어져 있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버스킹을 할 때만큼은 달랐다. 길거리에서 공연을 할 생각을 하니 우울증은 온데간데없고 가슴 속에는 두근거림과 설렘으로 가득 차게 되었다.


나는 혼자서 잘 노는 30대 남자이다.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재미난 게 뭐가 있을까 하고 생각한 것 중 하나가 바로 버스킹이었다. 외롭고 심심해 기타와 장비를 가지고 무작정 길거리로 나갔다. 그러곤 나만의 콘서트를 열었다. 사실 엉성하기 짝이 없었다. 연습을 많이 안 하고 나가다보니 실수도 잦았다. 그래도 괜찮았다. 외롭고 우울해하는 나를 방치하지 않고 어떻게든 몸을 일으켜 새로운 재미를 찾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만나는 사람의 거의 없다. 혼자다 보니 쓸쓸할 때가 종종 있다. 하지만 함께 있다고 해서 반드시 즐거운 건 아니다. '군중 속의 고독'이라는 말이 있듯이 사람들 사이에 있어도 외롭고 쓸쓸함을 느낄 수 있다. 중요한 건 주도적으로 뭔가를 해나가는 거라 생각한다. 남을 의식하기보다 나를 보며 하나씩 시도해보고 도전해나가는 것이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마음가짐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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