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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타치는 권작가 Nov 01. 2019

혼자 카페에서 먹고 자고 놉니다

평범한 직장인이다. 남들처럼 집과 직장을 오간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제2의 직장이 있다. 바로 카페이다. 퇴근하고 나면 어김없이 카페에 들른다.

오후 5시 30분에 퇴근 후 집으로 가서 씻고 밥을 먹는다. 식사 후 청소기를 돌리고 설거지를 한 후 차를 타고 5분 거리에 있는 카페로 간다. 도착하면 보통 7시30분이나 8시쯤 된다. 그때부터 카페 마감시간인 밤 11시까지 약 3시간 동안 이것저것 하며 논다. 무엇을 하느냐고? 노트북을 가지고 글을 쓴다. 


원래 글쓰기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몇 년 전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조금씩 글을 쓰기 시작했다가 지난 2018년 6월에 책을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글쓰기에 몰입했다. 집에서도 쓸 수는 있었지만 집중이 잘 안 됐다. 아무래도 집은 환경 자체가 편안하다보니 쉽게 몸과 마음이 늘어져 글쓰기에 집중할 수 없었다. 조금만 잠이 와도 그냥 바닥에 벌러덩 드러누워서 잠이 들곤 했다. 눈 뜨고 나면 아침이었다. 천장에 붙어있는 형광등은 곤히 잠든 나를 깨워보려는 듯 더 환하게 방을 비추고 있었다. 게을러지는 나에게 채찍이 필요했다. 적당히 긴장감을 주는 곳을 찾았고 그곳이 카페였다.


본격적으로 혼자 카페에서 먹고 자고 놀 때는 바로 주말이다. 토, 일요일에는 온종일 카페에서 시간을 보낸다. 주말 아침 9시면 카페에 도착한다. 항상 가는 스타벅스 카페가 있다. 공간이 넓어서 좋다. 또 2층에는 다른 스타벅스에서는 보기 힘든 넓은 나무테이블과 소파가 있는데 얼마나 안락한지 종일 머물기에 딱 좋은 자리이다. 소파테이블 중에서 항상 앉는 자리가 있다. 창가를 볼 수 있는 자리이다. 푹신한 소파에 앉아 창밖을 보면 초록잎으로 옷을 입은 나무가 보이고 뭉게구름이 가득한 맑고 깨끗한 파란하늘이 보인다. 아파트가 보이는 게 약간 흠이지만 그마저도 풍경 일부분이 된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마치 한 폭의 그림같다.


주로 주문하는 음료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또는 시그니처 초콜릿이다.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배경음악 삼아 창밖 풍경을 즐기면서 음료를 마신다. 커피는 여유라고 했거늘 나는 자비가 없다. 언제나 원샷이다. 시원하게 속을 식히고 나면 그제야 노트북을 꺼낸다.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다. 오늘도 파이팅이라는 응원과 함께.


간식을 먹는 나만의 은밀한(?) 장소

글을 쓰다보면 점심시간 전에 한 번 배꼽시계가 꼬르륵 하고 울린다. 배가 고프면 집중이 안 되니 뭐라도 먹어야 한다. 주로 먹는 스타벅스 간식 메뉴는 초코 롤링 크로와상!!

무려 4,700원인 이 빵은 내가 누리는 최고의 사치다. 먹을 때마다 부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이다.


또 다른 간식으로는 삶은 달걀이 있다. 집에서 삶아온 달걀을 카페에서 먹는다. 문제는 카페 안에서 냄새를 풀풀 풍기며 달걀을 먹을 수 없다는 것. 그래서 내가 간식 먹는 장소가 따로 있다. 바로 화장실이다. ㅋㅋ

눈치보지 않고 나만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곳으로서 화장실 만한 곳이 없다. 변기통에 앉아 문을 닫은 후 가방에서 삶은 달걀을 꺼내 먹는다. 새하얀 달걀 흰자 위에 가지고 온 하얀 소금을 흩뿌려 한 입 베어물면 영양만점 간식이 완성된다. 냄새가 나도 걱정없다. 달걀냄새는 변기통의 주식인 갈색 덩어리와 냄새가 흡사하기 때문에 화장실 안에서는 굉장히 자연스러운 냄새다.


점심식사는 도시락 또는 돼지국밥

낮 12시가 되면 점심식사한다. 처음엔 돼지국밥을 자주 먹었다. 카페 근처에 있는 식당이라곤 돼지국밥집밖에 없기 때문이다. 3군데가 있다. 그것도 20m 반경에 다 붙어있다. 3군데 중 유독 맛있는 국밥집이 있다. 그곳에서 점심식사를 해결한다. 국밥이 제일 만만하고 맛도 있어 좋아한다. 하지만 토, 일요일 점심을 둘 다 국밥을 먹으려니 조금 물리는 것도 사실이다. 안되겠다 싶어 언젠가부터는 집에서 도시락을 싸온다. 밥에다가 반찬 몇 개면 한 끼 식사가 뚝딱이다. 먹는 장소는? 차 안이다. 차 트렁크에 캠핑용 테이블이 있다. 그 테이블을 차 뒷좌석에 펼친 후 도시락을 꺼내 밥을 먹는다. 완전 맛있다. 배도 든든하다. 지나가는 사람이 그 광경을 보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저놈 저기서 뭐하는 거여?' 걱정할 필요는 없다. 얼마 전에 40만 원 주고 한 썬팅 덕분에 밖에서는 차 안이 잘 안 보인다. ㅋ


차 안에서 달달한 낮잠을

밥을 먹고 다시 카페에 들어온다. 오후 시간도 열심히 글을 쓰겠노라고 다짐하며 노트북을 연다. 하지만 식후에 항상 찾아오는 불청객이 있다. 바로 졸음이다. 나의 다짐은 졸음 앞에 쉽게 굴복하고 만다. 문제는 장소이다. 테이블에 엎드려 자기엔 민망하다. 앞에 사람이 마주앉아 있을 땐 더 그렇다. 결국 내가 선택하는 취침장소 역시 차 안이다.

평소 차에서 자는 걸 좋아한다. 졸음이 쏟아질 때 차에서 자는 것만큼 달달한 잠이 없다. 앞좌석에 앉아 의자를 뒤로 완전히 젖힌 후 일자로 만든 다음 그대로 눕는다. 그렇게 한 15분에서 30분정도 자고 일어나면 그렇게 개운할 수가 없다. 재충전을 하고 나면 다시 카페로 돌아와 글을 쓴다.


낮잠을 즐긴 후 글을 쓰고 나면 어느덧 시간은 5시쯤 된다. 이때부터 몸이 배배 꼬이기 시작한다. 8시간을 앉아있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오래 앉아있으면 허리가 아플 것 같지만 의외로 등이 더 아프다. 아프다기보다 당긴다. 누가 등근육을 잡아 당기고 있는 느낌이다. 이때쯤 되면 카페에서 보내는 시간을 슬슬 마무리 한다. 몸도 아프고 머리는 지끈거리고, 집중력은 바닥이 난 마당에 더 앉아있는다고 될 일이 아니다. 약속이 있으면 약속을 가고 아니면 시내에 나가 구경하거나 서점에 들러 책을 산다. 이것이 내가 1년 넘게 보내고 있는, 혼자 카페에서 먹고 자고 노는 주말 일상이다. 지금도 책을 쓰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쓸 터이니 이 생활은 계속 될 거 같다.




스타벅스에 가면 유독 혼자 오는 사람이 많다. 혼자서 노트북으로 영화를 보는 사람도 있고 업무를 하는 사람도 있다. 학교 교재를 가져와 공부하는 사람도 있고 간간이 책을 읽는 사람들도 보인다. 주말마다 가다보니 카페 직원뿐만 아니라 카페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도 제법 눈에 익는다. 저마다의 시간을 보내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지만 나처럼 이른 아침부터 초저녁까지 온종일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은 거의 못본 듯하다.


혼자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는 이유

혼자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마냥 좋아서 하는 것은 아니다. 우선 첫 번째 목표는 글을 쓰기 위해서다. 카페만큼 집중이 잘 되고 글이 잘 써지는 공간이 없다. 두 번째로는 뭐라도 하기 위함이다. 시간을 무료하게 보내는 걸 싫어한다. 특히 주말에 집에서 티브이를 보거나 낮잠을 보며 시간을 보내는 것을 싫어한다. 뭔가를 해야 한다. 나를 발전시킬 수 있는 일을 해야 직성이 풀린다. 그래서 매일 카페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카페에서 노는 일상은 자기계발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내 나름 외로운 나를 외롭지 않게 만들려는 나름의 노력이기도 하다. 만나는 사람이 거의 없다. 주말에도 혼자 보낸다. 그렇다보니 약속 없이 혼자 있을 때면 우울함을 느낄 때가 많았다. 그게 싫었다. 뭔가를 바쁘게 보내며 우울함을 떨치고 싶었다. 카페에 있으면 외로움이 덜하다. 나처럼 혼자와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묘하게 위로가 된다. 나처럼 혼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을 보며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카페는 자기계발의 장이자 내 마음을 위로하는 치유의 장소라 할 수 있다. 때문에 카페를 좋아한다.


어제도 밤에도 카페에 있었다. 오늘 밤도 카페에 있을 것이다. 혼자라고 집에 박혀 있으면 무얼 하겠는가? 카페에 가서 뭐라도 하는 게 나를 위해 이익이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그런 거창한 것이 아니라도 좋다. 낯선 곳에 있어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경험이 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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