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한 전통시장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는 뉴스를 봤다. 피의자 A씨는 친동생의 목과 등을 흉기로 수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이 되었다. 10년 전에 당첨됐던 로또가 화근이었다. 로또 1등에 당첨되어 8억 원을 받은 형 A씨는 동생에게 집을 사는 데 보태라며 1억 8천 만원의 돈을 건넸다. 이후 형은 남은 당첨금으로 식당을 운영했으나 식당은 생각만큼 잘되지 못했다. 식당이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하자 동생의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4600만원을 대출했고 그 돈으로 재기를 모색했지만 식당 사정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매달 은행에 납부해야 하는 25만 원의 대출금 이자도 갚지 못할 정도였다. 그 이후 대출금 이자 문자로 형과 동생은 자주 다투게 되었고 어느 날 한바탕 고성이 오가다가 결국 형은 동생을 흉기로 찔러 살인을 저지르고 만다.
돈이 뭔지, 돈 때문에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는 세상이 되었다. 그냥 하는 말인 줄로만 생각했는데 실제로 돈 때문에 사람을, 그것도 가족을 죽였다는 뉴스를 보니 너무나 끔찍했다. 물론 돈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문제는 그 돈을 다루는 사람의 마음이다. 인간의 욕심이 화를 부른다. 과도한 욕망이 불행을 자초한다. 로또에 당첨되지 않았다면 가족 간의 살인사건은 생기지 않았을 일이다.
돈에는 힘이 있다. 강력한 에너지가 있다. 큰 돈을 만져본 적도 없고 써본 적도 없는 사람에게 상상할 수 없는 액수의 돈이 들어온다는 것은 감당할 수 없는 힘을 받게 되는 것과 같다. 10kg 아령밖에 들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50kg 아령을 들려고 하면 쉽게 들 수 없다. 설령 든다고 하더라도 근육이나 관절을 다치고 말 것이다.
돈도 마찬가지이다. 들어본 적 없는 무거운 아령을 들다가 몸을 다치는 것처럼 만져본 적도 없는 큰 돈을 갑자기 얻게 되면 돈의 힘 때문에 마음을 다치게 되는 것이다. 다룰 수 있는 정도의 돈이어야 필요한 곳에 요긴하게 쓸 수 있다. 돈도 써본 사람이 쓸 줄 안다는 말이 괜히 있는 말은 아닌 듯하다.
내가 만약 로또 1등에 당첨이 된다면?
내가 로또에 당첨된 상황을 상상해봤다. 과연 나라면 어떻게 할까? 그 돈을 어디에 어떻게 쓸까? 몇 십억의 돈은 쉽게 가늠이 되지 않으니 10억이 내 손에 들어왔다고 가정해봤다. 어떻게 하는 것이 불행을 자초하지 않는 길이 될까?
값비싼 외제차, 호화스러운 아파트, 명품 옷과 신발, 가방 등을 사는 것은 누구나 바라는 것이다. 돈이 들어오면 우선은 나 역시도 그런 데 돈을 쓰지 않을까 싶다. 어느 선에서 얼만큼 돈을 쓸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지금은 흥청망청 쓰지 않을 거라고 호언장담하지만 견물생심이라는 말이 있듯이 막상 수중에 돈이 들어오면 내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가족들에게는 절대 알리지 않겠다는 점이다.
이유가 있다. 돈을 나눠주기 아까워서가 아니다. 돈 때문에 가족을 망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돈이 화를 부르고 불행의 시작이 된다는 것을 주위에서 많이 봐왔다. 혹시라도 내가 준 돈 때문에 가족이 갑자기 변할까 무섭다. 뉴스에서 본 형과 동생의 사건만 봐도 그렇다. 형이 배당받은 로또 당첨액을 혼자 다 썼다가 망했으면 자신을 다치게 했으면 모를까, 남을 다치게 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우리 친누나는 몇 년 전 결혼을 했는데 아파트가 아닌 허름한 주택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했다. 초기에 아껴야 나중에 잘산다는 생각으로 버텼지만 그 생활이 결코 쉽지만은 않아보였다. 다행히 매형과 2~3년 돈을 바짝 벌어 얼마 전 새로운 주택으로 이사를 갔는데 집이 얼마나 좋은지 그 전 집과 비교하면 궁전이나 다름없었다. 겹경사로 며칠 전에는 아들까지 낳게되었다. 새로운 집에 예쁜 아이까지 생긴 누나는 누구보다도 행복하고 설레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허름한 집에서 시작했지만 하나하나 사서 들이는 재미가 있다며 작은 것에 감사하고 가진 것에 만족할 줄 아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런 누나에게 내가 갑자기 몇 억의 돈을 준다고 생각해보자. 누나가 그 돈으로 사고 싶은 걸 마음껏 산다면 지금처럼 작은 것에 감사하는 마음도 사라질 것이고 열심히 일하며 돈을 벌고 모으는 즐거움도 느끼지 못할 것이다. 그래도 이정도면 양반이다. 그 돈으로 무리하게 사업을 하거나 또는 주식과 같은 투자를 해서 쫄딱 망하게 될 수도 있다. 도박을 해서 빚을 지지 않을 거라는 보장도 없다.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내가 로또 2등에 당첨이 돼서 누나에게 몇 백을 주는 거라면 살림살이에 보탬이 되고 기쁠 수 있겠지만 지금까지 만져본 적도 없는 액수의 돈을 얻게 되면 누나와 매형은 다른 생각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런 이유 때문에 내가 돈이 많더라도 누나와 매형에게 줄 생각은 없다. 아버지도 마찬가지다. 돈이 생기면 사업을 하자니 투자를 하자니 할 지도 모른다.
단, 어머니한테는 알릴 생각이다. 어머니는 돈 욕심이 없다. 사치와는 거리가 먼 검소한 사람이다. 물론 막상 억 단위의 돈을 보게 된다면 사람이 또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지만 중요한 것은 내가 엄마를 콘트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엄마는 내 말을 잘 듣는다. 그 돈으로 뭔가를 하려고 해도 내가 옆에서 잘 조절하면 된다.
엄마한테 당첨 사실에 대해 말하기는 하겠지만 당장 필요한 최소한의 돈만 주고 나머지는 내가 관리할 것이기 때문에 엄마가 돈 때문에 잘못될 일은 없을 것 같다.
돈은 예쁜 칼과 같다
2006년에 개봉한 조승우 주연의 영화 타짜에서 조승우가 김혜수를 만나러 가려 할 때 평경장 역을 맡은 배우 백윤식은 조승우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여자 예쁜 칼이다. 조심해서 만지라."
칼은 잘 다루면 음식을 썰고 요리하는 데 요긴하게 쓰이는 도구가 되지만 나쁘게 쓰면 사람을 죽이는 흉기로 변한다. 돈도 마찬가지이다. 계획성 있게 절약해서 잘 쓰면 우리의 삶을 보다 윤택하게 만들어주지만 잘못 썼을 경우에는 파멸의 길에 다다르고 만다.
로또 1등만 걸리면 인생역전이라고 하지만 그 인생역전이 앞으로 나아갈지 뒤로 나아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돈은 분명 필요하지만 너무 많은 돈을 가지게 되면 사람이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어쩌면 일하며 번 월급을 꼬박꼬박 모으며 소박하게 살아가는 지금이 가장 행복한 것인지도 모른다. 지금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