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난 고난들에 감사하는 이유

나를 키운 건 8할이 고난이었다

by 기타치는 권작가

슬픔이 있어야 기쁨도 있다. 어두울수록 별이 더 밝게 빛나는 법이다. 인생에서 괴로움을 느껴봐야 즐거운 게 즐거운 줄 안다. 그냥 마시는 물보다 땀 흘려 일한 뒤에 마시는 물이 더 꿀맛이다. 그냥 자는 잠보다 고된 노동을 하다가 중간에 자는 쪽잠이 더 달콤하다. 주말이 즐거운 이유도 출근을 해야 하는 평일이 있기 때문이다. 먹고 싶은 것을 마음껏 먹고 하고 싶은 것을 다 하며 사는 것이 행복이 아니다. 적절한 힘듦과 어려움이 있어야만 오늘의 일상이 좋은 줄 안다. 사소한 것에서도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사람들은 흔히 꽃길만 걸으라는 얘기를 많이 한다. 나는 이상하게 그 말이 조금 불편하다. 과연 꽃길만 걸으면 행복할까?


매일 꽃길만 걸으면 그 길이 좋은 줄 모른다. 울퉁불퉁한 길도 걸어보고 먼지 날리는 길도 걸어봐야 꽃길이 좋은 길이란 걸 알게 된다. 그럼 점에서 좋은 일만 가득하라는 말도 하지 않는 편이다. 나 자신에게도 말이다.


유럽 사람들이 햇볕을 좋아하는 이유

독일 뮌헨에 있는 한 카페에서 일광욕을 하는 사람들
오스트리아 빈 호프부르크 왕궁에서 햇볕을 즐기는 사람들

유럽 사람들은 해가 뜬 날씨를 굉장히 좋아한다. 평소에는 해가 잘 나오지 않는 우중충한 날씨일 때가 더 많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햇볕이 쨍쨍한 날에는 길거리나 야외 카페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길거리 돌담에 앉아 있기도 하고 벤치에 드러누워 잠을 자기도 한다. 매일 햇볕이 잘 든다면 지금처럼 햇볕이 쨍쨍한 날씨에 감사함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새터민 이모가 알려준 작은 행복


공장에서 일할 때 탈북을 하여 한국에 정착한 새터민 이모가 있었는데 어느 날 그 이모가 내게 이렇게 말했다.


“한국은 진짜 살기 좋은 나라야.”


평소 나는 우리나라가 살기 좋은 나라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서비스가 좋고 뭐든지 빠른 최첨단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그만큼 각박해지고 인정이 메말라가는 세상이 썩 좋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그 이모는 한국이 좋다고 말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배불리 먹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북한에 있을 때는 밥은커녕 먹을 게 하나도 없어 너무 배가 고팠는데 한국에는 먹을 것이 풍족해서 좋다고 했다. 타인으로부터 억압받지 않고 자유롭게 살 수 있는 것 또한 큰 행복이라 말했다. 만약 북한 부유층에서 태어나 뭐든지 다 누리고 살았다면 우리나라가 그렇게 좋다고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최소한의 삶도 보장받지 못하는 어려운 삶을 살았기 때문에 마음껏 먹고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그런 평범한 일상이 새터민 이모에게는 행복으로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지난 고난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


삶에 굴곡없는 사람없듯이 나 역시도 살아오는 데 있어 많은 고난이 있었다. 그 당시에는 힘들었던 순간도 많았지만 지나고 보니 그 고난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여태껏 내가 순탄하게 살아왔다면 지금과 같은 도전과 노력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남들처럼 대학을 나오고 회사에 취직을 했다면 이처럼 다양한 일을 해보지도 못했을 것이고 성공을 꿈꾸며 책을 읽지도 않았을 것이다. 신경질적이고 부정적인 성격이 아니었다면 나를 바꾸기 위한 노력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면 사람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았을 것이고 공감하는 능력도 키울 수 없었을 것이다. 부족함 없이 자랐다면 뭔가를 얻기 위한 불같은 열정은 가지지 못했을 것이다. 마냥 행복하게만 살았다면 진정한 행복을 찾으려 하지 않았을 것이고 지금과 같은 행복의 기준도 세우지 못했을 것이다.



내가 지금의 직장에 감사할 수 있는 이유


나는 공무원이다. 정시퇴근하고 빨간 날이면 다 쉰다. 거기에다 고용이 보장되는 평생 직장이라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직업이다. 지금의 직장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매일 출근을 한다. 지난 시간 동안 힘든 일을 많이 겪었기 때문이다. 비바람 맞으며 일을 많이 했던 터라 지금은 비 안 맞고 안에서 일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노가다 판에서 욕설과 막말을 들어가며 일해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지금의 직장에서 받고 있는 존중과 대우가 감사하게 느껴진다. 한 달에 한 번도 못 쉬고 매일 14시간씩 일했던 힘든 시간이 있었기에 정시퇴근하고 주말과 공휴일에 쉬는 지금의 직장이 좋은 줄 안다. 나에게 닥쳤던 고난들이 그 당시에는 고난이었지만 지나고 보니 지금의 내 인생에서 행복을 느끼게 만드는 귀중한 경험이 되었다.



우리 가족이 흔한 식사 한 끼에도 웃을 수 있는 이유

3년 전 누나 결혼식장에서 가족사진 한 컷
얼마 전 있었던 누나집 집들이, 가족과 함께하는 정겨운 한 끼 식사
하모니카를 연주하는 아버지와 웃고 즐기는 가족들

지금 우리 가족이 모두 다 행복하다고 느끼며 살고 있는 것도 지난 시간의 고난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릴 때 우리 집은 그렇게 화목한 가정은 아니었다. 돈이 많은 것도 아니었고 사랑이 넘치는 것도 아니었다. 밥을 굶으며 산 건 아니어서 가난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어머니는 알게 모르게 매달 돈 때문에 힘들어하셨다. 또 건강이 많이 안 좋았던 탓에 집에서 누워있는 날이 많았다. 아버지는 술을 많이 드셨고 어머니와 자주 다투곤 했다. 어머니를 닮아 나도 몸이 허약했다. 몸이 안 좋다보니 예민했고 짜증을 내는 날이 많았다. 학창시절 평범하지만은 않은 학생이었던 나는 방황을 많이 했고 사고도 많이 쳤다. 누나 또한 나 못지않게 많은 시간을 방황하며 힘든 학창 시절을 보내야 했다. 가족 중 안 힘든 사람이 없었다.


그런 어려운 시절이 있었기 때문일까? 지금은 우리 가족 모두가 그 어떤 가정보다도 행복하다고 느끼며 살고 있다. 현재 누나와 내가 독립을 했기 때문에 주말이 되어야 가족들이 다 같이 모일 수 있는데 어쩌다 주말에 모여 다 같이 밥이라도 먹을 때면 지난 얘기를 하곤 한다. 힘들었던 지난 시간도 이제는 웃으며 얘기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다들 즐거워한다. 예전엔 다들 힘들었는데 지금은 우리가 이렇게 모여서 밥 한 끼 같이 먹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며 웃고 떠든다. 누군가에게는 가족들이 모여 먹는 밥 한 끼가 평범한 일상이겠지만 우리 가족에게는 특별한 식사가 되는 것이다. 각자가 힘든 시기를 견뎌내고 여기까지 왔기 때문에 아무것도 아닌 따뜻한 밥 한 상에도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화목하고 행복하게 지냈다면 좋았겠지만 그렇게 살았으면 지금과 같은 소소한 행복은 느낄 수 없었을 것이다. 지금의 행복을 알게 해준 지난 고난들에게 감사할 뿐이다.




살다 보면 내 마음 같지 않을 때가 있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기게 됐는지 세상을 원망하게 될 때도 있다. 당장은 괴롭고 힘들겠지만 때로는 그 고난이 내 마음의 근육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경험이 되기도 한다. 그럼으로써 더 큰 어려움이 다가와도 굴하지 않고 끝까지 나아갈 수 있는 힘이 생길 수 있다. 지금의 고난이 지나서 보면 축복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볼 수 있어야 한다. 행복이라는 요리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재료가 여러 가지 있다면 그중 하나는 분명 고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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