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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타치는 권작가 Dec 07. 2019

힘들 땐 힘들다고 말하기로 했다

살다보면 마음이 힘든 순간이 있다.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해 좌절할 때도 있고 사람에게 상처받아 괴로울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사람들은 그 힘든 마음을 자꾸 어떻게 하려고 한다. 괴로운 마음을 지금 당장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언을 해주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울적할수록 즐거운 음악을 듣고 사람들도 많이 만나야 한다고 말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 때문에 괴로운 마음이 들 때도 자꾸 잊으라고만 말한다. 말처럼 그렇게 되면 좋겠지만 현실은 쉽지가 않다. 머리로는 이해가 되는데 가슴이 따라주지를 않는다. 힘들 땐 아무 것도 하기 싫은 게 사람 마음이다. 자꾸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라고 말해봐야 큰 위로가 되진 않는다.


어릴 적 나는 예민하고 신경질적인 아이였다. 그런 나 자신을 바꾸고 싶었다. 오랜 시간 동안 나를 바꾸기 위한 시도를 해왔다. 울면서까지 나의 단점을 바꾸려고 했던 노력 덕분에 나는 몰라볼 정도로 다른 사람이 되어있었다. 지금은 심적으로 많이 평온해졌고 긍정적인 생각을 더 많이 하는 사람으로 변했지만 이렇게 되기까지의 과정은 혹독했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무조건 나를 바꿔야한다는 강박때문이었다.


화가 보통 많은 게 아니었던 터라 가족을 비롯해 많은 친구들이 나를 피곤해했다. 그렇다 보니 항상 내가 문제라는 생각이 많았고 피해의식도 있었던 것 같다. 때문에 모든 원인이 나에게 있다고 느꼈고 나의 모든 성향을 하나부터 열까지 다 고쳐야한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연습해도 안 되면 내려놓을 줄도 알아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다. 어떻게든 바꿔야한다는 생각뿐이었다.


부정적인 성격보다 그 성격을 바꿔야만 한다는 생각과 시도 자체가 나를 더 스트레스 받게 만들었다. 나라는 사람을 부정하고 무조건 다 바꾸려고 했으니 힘이 안 드는 게 이상했다.


견디기 힘들 정도로 힘에 부치다보니 타고난 성격을 모두다 긍정적으로 바꿀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가진 본래의 성격도 있고 뿌리 뽑을 수 없는 성격도 있다. 노력해도 변하지 않는 부분은 그냥 그대로 두기로 했다. 어쩔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하며 받아들였다. ‘난 이런 사람이구나.’하고 인정하기로 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게 차라리 스트레스를 덜 받았다.


나 자신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노력과 의지는 분명 필요하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걸 어쩌겠는가? 바뀌지 않는다며 탓하고만 있을 순 없었다. 고칠 수 있는 것은 고치되 노력해도 안 되는 것은 그대로 두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느꼈다. 공중에 날아다니는 먼지를 잠재우기 위해서는 손으로 휘젓기보다는 그저 묵묵히 바라보는 것이 더 나은 것처럼 당장 극복이 안 되는 괴로운 마음도 때로는 사그라질 때까지 가만히 지켜보는 게 나을 수 있다.


참는 것이 미덕이라고 배워왔다. 힘들어도 참아야 한다고 했다. 울면 약해진다고 했다. 어떻게든 극복해내는 것이 잘하는 것이라 사람들은 말했다. 하지만 극복하려는 노력만이 능사는 아니다. 살다보면 누구나 힘에 부칠 때가 있다. 그럴 땐 그냥 힘들어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


내가 부딪히고 깨질 때마다 당장 직면해 있는 문제보다는 무슨 일이든 다 참고 이겨내야 한다는 생각이 나를 더 괴롭혔다. 나는 힘든데 힘들다고 말하면 안 된다는 게 내 마음을 더 힘들게 했다. 힘든 건 힘든 거다. 힘든데 왜 안 힘들다고 말해야 하는가? 그게 싫었다. 힘든 건 그냥 힘들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힘들다고 솔직히 말하고 인정할 때 마음속에 있는 어두운 것들을 털어낼 수 있었다. 마음에 새로운 기운으로 가득 채우기 위해서는 우선 속에 꽉 차 있는 것부터 비워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문득 나에게 말하고 싶은 메시지가 떠올랐다. 볼펜과 메모지를 꺼내 이렇게 적고는 벽에 붙였다.


힘들 땐 힘들어하고 괴로울 땐 괴로워해라.
눈물이 날 때는 참지 말고 그냥 울어라.
하지만 절대 포기하지 마라.
끝까지 버텨라.
마지막까지 버티는 사람이 최후의 승자가 될 수 있다.
참고 버티는 수밖에 없다.
죽을 만큼 괴로워도 끝까지 버텨라.
나는 너를 믿는다.
넌 할 수 있다.



울면 더 약해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때부터는 울고 싶으면 그냥 울었다. 울고 나면 속이 시원해졌다. 괴로운 마음이 눈물로 다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마음이 정화되는 듯했다.


우는 것이 바보 같은 일은 아니다. 우는 것은 자신의 감정을 쌓아두지 않고 표출하는 긍정적인 감정이다. 울면 더 슬퍼질 것 같지만 사실은 마음속에 있는 묵은 감정을 눈물과 함께 배출함으로써 기분이 나아지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실제로 사람이 울면 망간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배출되어 슬픔을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잘 우는 사람이 더 건강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렇듯 운다는 것은 우리가 알던 것과 달리 사람들에게 주는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 마음을 정화시키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을 준다. 웃어야만 복이 오는 것이 아니다. 이제는 잘 울어야 한다.


자신감 넘치는 모습도 나고 번번이 깨지기만 하는 나약한 모습도 나다. 해맑게 웃는 모습도 나고 서럽게 우는 모습도 나다. 그런 내 모습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여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마음을 바꾸고 극복하려는 노력도 분명 필요하지만 그전에 있는 그대로의 내 감정을 먼저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게 먼저이지 않을까?


이제는 내가 나를 위로해주자 

예전에 나는 힘들 때면 누군가 내 등을 토닥여주길 바랐다. 괜찮다고, 잘 할 수 있다고 말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 모든 걸 다 이해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타인의 마음까지 헤아리며 살기엔 다들 너무나 바빴다. 결국 내가 나를 위로해주기로 했다. 혼잣말을 하기도 했고 거울을 보며 말하기도 했다. 마음 한 구석에 숨어있는 나 자신을 계속해서 만나려 했다.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못한 것도 나 자신에게는 다 말할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틀렸다고 말해도 나 자신만큼은 그렇게 해도 괜찮다고 말하며 다독일 수 있었다. 그렇게 스스로를 위로하고 격려함으로써 괴로운 마음을 이겨내곤 했다.


타인의 위로를 받으며 어려움을 극복할 수도 있겠지만 나의 모든 것을 온전히 다 이해해줄 수 있는 것은 결국 나 자신뿐이다.


모든 것은 다 지나간다.

힘들 때 자주 떠올리는 문장이다. 어떻게 생각해도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없는 상황에서 특히 더 많이 생각하곤 한다. 지금 겪고 있는 상황이 힘들고 괴로울 때면 모든 것은 다 지나간다는 생각을 일부러라도 해보곤 한다. 그렇게 생각하며 견디다보면 힘들었던 순간이 어느새 다 지나가 있다. 그순간 다시 생각해본다. 아무리 죽을 것 같은 힘든 일도 결국은 다 지나가기 마련이라고 말이다. 그런 마음가짐을 가지고 견디다보니 앞이 보이지 않는 깜깜한 순간에도 그렇게 두렵지만은 않았다. 언젠간 다 지나간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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