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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타치는 권작가 Dec 12. 2019

지금의 나를 긍정하는 방법

비록 이런 나라도 괜찮아 

흔히 좋게 생각하는 것이 긍정적인 줄 안다. 좋은 게 좋은 거라며 안 좋은 것을 억지로라도 좋게 바라보는 것이 긍정적인 사고를 하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억지로 참고 이해하려는 것은 인내이지 긍정이 아니다. 긍정은 사물이나 현상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고 이해할 줄 아는 능력이라 생각한다. 



나는 왜 이렇게 몸이 아픈 걸까

어려서부터 몸이 안 좋았다. 큰 병이 있는 건 아니지만 위장이 약해 먹고 싶은 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 없었다. 기름진 음식을 먹거나 밤 늦게 먹고 자면 다음 날 하루종일 속이 더부룩하고 안 좋았다. 치킨을 먹은 날에는 자다가도 새벽에 일어나 구토를 하기도 했고 평소에도 토 할 것 같은 느낌을 달고 살았다. 식습관을 조절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래도 20대 때는 먹고 싶은 음식을 어느 정도는 먹을 수 있었지만 30대가 되고나서부터는 그마저도 힘들어져버렸다. 2년 전쯤 회를 먹다가 심하게 체한 적이 있었다. 갑자기 속이 쓰리기 시작했고 며칠만 지나면 나을 줄 알았던 속쓰림은 한 달이 넘도록 지속되었다. 처음 느껴보는 속쓰림이었다. 음식 조절을 하다보면 나을 줄 알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나를 괴롭히고 있다. 위 내시경을 받아도 별 이상이 없다고 하고 약을 지어먹어도 효과가 없었다. 


결국 속쓰림에 두 손, 두 발 다 들어버렸다. 속이 너무 안 좋아 식단조절을 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엔 기름진 밀가루 음식들을 보면서 '이 맛있는 걸 어떻게 안 먹고 사나'하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이 매일 자연식단으로 식사를 한다. 또 소식을 하고 밤 늦은 시간에는 일체 금식한다. 과자, 아이스크림과 같은 것들은 조금만 먹어도 속이 쓰려 먹을 수가 없고 치킨과 피자는 꿈도 못 꾼다. 술도 끊었다. 상황이 이쯤 되다보니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들곤 한다. 


'나는 왜 이렇게 몸이 안 좋은 걸까?'

'왜 나는 남들처럼 먹고 싶은 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 없을까?'


다른 사람은 다 먹는데 나는 먹지 못한다는 생각에 화가 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속이 쓰릴 때면 왜 나는 이렇게 약하게 태어난 거냐며 우울하던 때도 많았다. 먹고 싶은 음식을 마음껏 먹지 못한다는 것은 정말 괴로운 일이다. 인간의 3대 욕구 중 하나인 식욕을 포기해야 했으니까 말이다. 사람들에게 "너는 도대체 뭘 먹고 사냐?"라는 말을 자주 들을 정도로 음식을 가려먹어야 했으니 내 심정은 오죽했겠는가. 안 겪어본 사람은 모른다. 


그렇다고 이렇게 자책만 하고 있을 순 없었다. 한탄하고 원망해봤자 나에게 도움되는 건 없었다. 어떻게든 부정적인 생각에서 벗어나 긍정적으로 나를 바꿔야 할 것 같았다.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런 나를 어떻게 긍정할 수 있을까?'


생각을 바꿔보기로 했다.


'몸이 아파서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병원에서 매일 누워만 있는 사람도 있는데 나는 그래도 밥을 먹을 수는 있구나.'


생각해보면 그랬다. 맛있는 음식을 마음껏 먹지는 못해도 그래도 밥이라도 맛있게 먹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건강한 사람들만 바라보며 나를 비교했기 때문에 내가 괴로웠던 것이다. 비록 속쓰림은 달고 살지만 이보다 더 아프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는 마음을 가졌을 때 내 삶에 감사할 수 있었고 지금의 나를 긍정할 수 있었다. 


아이고, 무릎이야

이뿐만이 아니다. 속만 안 좋은 게 아니라 겉도 안 좋다. 1년 전 운동을 하다가 어깨와 무릎을 다쳤다. 다친 몸은 지금까지도 낫지를 않는다. 아마 어릴 때부터 웨이트 트레이닝을 너무 무리하게 한 것이 지금의 통증으로 나타난 것이 아닌가 싶다. 어깨와 무릎이 안 좋다보니 하고 싶은 운동이 있어도 할 수가 없다. 남들 다 하는 헬스장도 못가고 무릎이 아파 뛰는 것도 자제해야 한다. 특히 계단을 오르내릴 때 무릎이 아파 걷기가 힘들고 최근에는 가만히 있어도 무릎에 통증이 온다. 병원에 가서 침을 맞아도 낫지를 않는다. 속도 안 좋은데 무릎까지 안 좋으니 미칠 지경이다. 


아픈 무릎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하지만 살려면 어떻게든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했다. 생각을 바꿔보기로 했다. 


'다리가 없어서 걷지도 못하는 사람도 있는데 나는 걸을 수는 있구나.'

'비록 무릎이 아프긴 해도 내 두 다리로 가고 싶은 곳을 마음껏 갈 수는 있구나.'


이렇게 생각을 바꿨을 때 오히려 지금의 나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었다.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다보니 자연스레 긍정적으로 생각이 바뀔 수 있었다. 


물론 이렇게 생각을 바꾸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가끔은 예전처럼 짜증이 나기도 한다. 속이 쓰리거나 무릎이 아플 때면 화가 치밀어 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게 나인 걸.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좋아서 하는 것이 아니다. 그냥 다 때려치우고 싶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기분 좋게 또 행복하게 살아가려면 나를 바꾸지 않으면 안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긍정적인 생각을 하려는 노력이 있었기에 그나마 지금처럼 밝게 살아가는 것이 아닌가 싶다. 비록 남들처럼 마음껏 먹지도 못하고 하고 싶은 운동을 다 할 수는 없어도 이만하길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려 한다. 이보다 상황이 더 악화되지 않은 것에 대해 감사함을 느끼는 것, 그것이 곧 긍정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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