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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타치는 권작가 Dec 26. 2019

글쓰기에서 중요한 건 재능이 아니다

첫 책을 출간했을 때 지인들의 반응은 이랬다.


"평소 글을 잘 쓰나보네."

"글 쓰는 데 소질이 있나 봐."

"대단하다. 나는 편지 한 장 쓰기도 힘든데 어떻게 책 한 권을 다 썼냐?"


이런 반응들 충분히 이해한다. 나도 내가 책을 쓰게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글쓰기는커녕 책읽기조차 하지 않았던 시절, 책을 쓴다는 것은 비범한 사람들이나 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글 쓰는 데 특별한 재능이 있는 사람들만이 글을 쓸 수 있다고 믿었다. 


그렇게 생각했던 보통 사람인 내가 책을 썼다. 한 번 책을 써보고 나니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글을 쓴다는 것이 얼마나 인내를 요하는 작업인지, 창작의 고통이 어떤 것인지도 느낄 수 있었다. 책 한 권이 나오기까지 수많은 험난한 여정이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고 그 때문에 책을 쓴 모든 작가들에게 존경심을 느끼기도 했다. 


초고를 완성하고 수십 번의 퇴고를 해보고 나니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는지와 같은 글쓰기 비법에 관한 것도 배우고 익힐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글을 대하는 마음가짐이나 글쓰기에 대한 편견과 같은 것들에 대해서도 깨닫게 된 것들이 많은데 글쓰기에 대해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많은 편견들 중 하나를 꼽으라면 바로 '글쓰기에는 재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기질을 가지고 태어난다. 타고난 모든 것이 다 재능이다. 노래를 잘하는 것도 재능이고 달리기를 잘하는 것도 재능이다. 키가 큰 것도, 출중한 외모를 가진 것도 넓은 의미에서 보면 다 타고난 것이다. 누군가는 타고난 재능이 아니라 환경의 영향 또는 노력의 결과로 일궈낸 것이라 말하기도 하지만 똑같은 시간을 투자했는데도 남들보다 월등한 차이를 보이는 사람이 있는 걸로 봐서는 사람마다 타고난 재능은 분명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때문에 어떤 일을 할 때 재능은 분명 중요한 요소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재능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영역이 있다. 바로 글쓰기다.


오직 쓸 뿐

재능보다 노력을 몇 배로 요구하는 분야가 바로 글쓰기다. 글쓰기는 정직하다. 글쓰기 실력을 향상시키는 데 있어서 오직 쓰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글은 머리로 쓰는 게 아니다. 손으로 쓴다. 그렇기 때문에 중요한 건 머리가 똑똑한 게 아니라 손이 얼마나 부지런하느냐이다. 쉬지 않고 매일 쓰는 사람만이 글을 잘 쓸 수 있다. 매일 씀으로써 갈수록 더 나은 글을 쓸 수 있다. 


처음 자전거를 탈 때 재능이 없어서 자전거를 못 타겠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처음 타보기 때문에 겁이 날 뿐 타다보면 누구나 자전거를 탈 수 있다. 넘어지기도 하고 무릎이 까져 피가 나기도 하면서 조금씩 요령이 생긴다. 꾸준히 연습을 하다보면 어느새 능숙하게 자전거를 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글도 이와 다르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글은 재능이 있는 사람만이 쓰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글쓰기를 너무 어렵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금껏 글쓰기에 대해 배워본 적이 없었으니 어렵게 생각이 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겁 먹을 필요는 없다. 만만하게 생각하며 일단 써보는 게 중요하다. 글을 잘쓰기 위한 기술적인 방법은 분명 있지만 그 어떤 방법보다도 제일 중요한 것은 역시 꾸준히 쓰는 것이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이유불문하고 오직 쓰는 사람이다.


작가인 나도 쓸 때마다 어렵다 

브런치에 매일 한 편의 글을 쓰려고 한다. 책을 출간해본 경험이 있는 나도 쓸 때마다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 바로 글이다. 노트북을 열 때마다 어떤 글을 어떻게 써야 할지 수없이 고민한다. 겨우 몇 글자 써보다가도 이내 마음에 들지 않아 쓰고 지우고를 반복하기 일쑤이다. 그럴 때마다 속이 답답하다. 글을 더 잘 쓰고 싶다는 욕심도 들고 글을 잘쓴 다른 브런치 작가들을 볼 때면 질투도 난다. 


하지만 나의 능력을 탓하고 있어봤자 달라지는 건 없었다. 글을 잘 쓰는 특별한 방법이 따로 있지 않았다. 그냥 쓰는 것이었다. 잘쓰든 못쓰든 상관없이 그냥 쓰면 되는 것이었다. 가끔은 다 쓰고 난 후 다시 읽어보면 엉망진창이라고 느껴지는 글도 많았지만 괜찮았다. 어떻게든 매일 쓴다는 게 중요했으니 말이다. 


글은 재능있는 사람이 쓰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면 지금만큼 브런치에서 이렇게 계속 글을 쓰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껏 그냥 썼다. 잘 쓰기 위해 쓴 게 아니라 그저 나의 이야기를 한다는 생각으로 썼다. 그렇게 가볍게 생각하고 썼을 때 하얀 백지위에 한 글자 한글자씩 써내려 갈 수 있었다. 


글쓰기에 있어 재능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자신이 글을 쓰지 못하는 이유는 재능이 없어서 라는 말은 핑계에 불과하다. 매일 써보라. 무엇이든 좋다. 오늘 있었던 일을 써봐도 좋고 현재의 기분을 낙서하듯 편하게 써보는 것도 좋다. 쓰는 것은 모두 다 글이 된다. 가볍게 생각하고 매일 쓰다보면 써진다. 글쓰기에 지름길은 없다. 재능이 있어서 쓰는 게 아니다. 멈추지 않고 꾸준히 쓸 때 내 안에 숨어있던 글을 쓰는 재능이 살아난다. 노력과 재능은 그렇게 만나 시너지 효과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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