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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타치는 권작가 Dec 23. 2019

쓰는 돈맛 말고 모으는 돈맛을 느끼고 싶어

"당장 내일 죽을지도 모르는 게 인생이다. 그러니 오늘을 즐기며 살자."


먼 미래보다 오늘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미래를 위해 돈을 아끼기보다는 지금 돈을 쓰면서 많은 걸 배우고 경험하려 했다. '욜로'라는 신조어가 나오기 전부터 현재를 즐기자는 마음가짐으로 살아왔다. 하루 아침에 고인이 된 사람들을 보며 "돈을 모아서 무엇하랴.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데."라는 생각을 하며 오늘만 생각하며 살았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지금까지 안 죽고 계속 살고 있다. 앞으로도 이대로 쭉 살 것 같다. 그렇다면 오늘만 즐겨서는 안 되었다. 미래를 위해 돈을 모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평생 저축을 해본 적이 거의 없었다. 여태껏 돈을 모아야 할 이유를 못 느꼈기 때문이다. 20대에 처음으로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벌었을 때도 내 힘으로 돈을 벌었다는 생각에 마냥 신나서 돈을 어떻게 쓸 것인가만 생각했다. 모을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을뿐더러 부모님에게 용돈을 줄 생각도 안 했다. 놀고 먹는 데 다 썼다.


딱 한 번 제대로 된 저축을 해본 경험이 기는 하다. 유럽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27살 때 과일가게에서 일하며 부지런히 돈을 모았다. 1년 동안 매달 100만 원씩 적금을 넣어 1,200만 원을 모았다. 그 돈으로 45일 동안 혼자 유럽여행도 다녀오고 여행 전후로 백수생활도 즐길 수 있었다. 이것이 처음이자 마지막 저축이었다.



현 직장에 들어온 지 1년 7개월이 지났다. 임용 당시만해도 이제는 저축을 해야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그래도 모으는 돈보다 쓰는 돈에 관심이 더 많았다. 그래서 저축보다는 우선 좀더 쓰기로 했다. 허나 최소한의 저축은 해야 할 것 같아 10만 원만 적금을 넣고 나머지는 다 써왔는데 몇 달 전부터 마음이 바뀌었다. 더 큰 금액으로 제대로 된 저축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게 됐다.


어떤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저 1년 넘게 돈을 쓰기만 하면서 '쓰는 돈맛'은 알았으니 이제 '모으는 돈맛'을 느끼고 싶었다. 또래의 지인들이 몇천 만 원씩 모은 걸 보니 부럽기도 했나이가 이제 30대 중반을 향해 가는데 수중에 단 돈 몇 백 만 원도 없으면 서글플 것도 같았다. 이제는 진짜로 돈을 모아야 할 때였다.


급여의 몇 퍼센트를 저축할 것인가

쓰고 남은 돈을 모으려 하면 모을 수 없다. 저축 먼저 하고 남은 돈을 써야하는 것이 저축의 기본이라고 했다. 재테크 책을 읽어보니 어떤 책에서는 급여의 25%를, 또 다른 책에서는 급여의 50%를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3개월 전부터 추가적금을 넣기 시작했는데 우선은 급여의 약 30%를 저축하고 있다.


사치를 하는 건 없어서 지출이 많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급여의 절반을 저축하기란 쉽지 않을 것 같다. 기본적으로 보험료, 폰요금, 자동차 유지비가 들고 혼자 살다보니 식비에 아파트관리비까지 더하면 결코 적지않은 금액이 고정지출로 나간다.


저축을 시작하긴 했지만 앞으로 얼마만큼 허리띠를 졸라매고 살아야 할지가 고민이다. 마냥 짠돌이처럼 아껴가며 모으는 것이 정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저축도 중요하지만 지금 이 순간을 누리는 것도 중요하다. 돈을 아낀답시고 버스만 타고 다닐 수는 없다. 때로는 택시도 타면서 안락함을 누리며 사는 것도 필요하다. 매일 저렴한 금액의 식사를 하기보다는 가끔은 비싸더라도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먹는 즐거움을 누리는 것도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저축과 소비의 비율을 어느 정도로 해야 할지 더더욱 고민이 된다.


우선은 단계적으로 저축액을 늘려나갈 예정이다. 급여의 30%에서 점점 늘려 50%까지 저축을 해본 뒤 생각해봐야겠다. 생각보다 살 만하다 싶으면 그대로 쭉 가면 될 것 같고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라고 생각이 들면 다시 저축액을 낮춰야겠다.


저축과 지출의 밸런스

저축과 지출 사이에 균형이 필요하다. 어쩌면 저축만 그런 것은 아니라 생각된다. 무엇이든 균형이 중요하다. 워라밸이라는 신조어도 일과 삶의 균형을 잘 유지할 때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뜻에서 생겼으리라. 마찬가지로 돈을 쓰는 즐거움도 느끼면서 모으는 재미도 함께 느끼려면 적절한 밸런스가 있어야 하겠다. 이제는 내 통장에서도 적절한 균형을 찾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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