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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타치는 권작가 Dec 21. 2019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치열하게 살고 있겠지

올해 7월에 1차 군무원 시험 필기시험이 있던 날 나는 지인을 깜짝 놀래켜주기 위해 지인이 시험치는 학교로 몰래 가기로 했다. 시험이 끝날 시간에 맞춰 학교로 이동했다. 운전을 하며 가는 내내 콧노래를 불렀다. 현직자의 여유를 만끽하며 신나게 자동차 엑셀을 밟았다. 


학교 근처 사거리에서 신호를 받고 있을 때였다. 날씨가 좋아 창문을 열고 바깥풍경을 감상했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평범한 풍경이었지만 그날따라 일상적인 풍경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여유롭게 각자의 일상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치열하게 시험을 치르고 있을 수험생들의 모습과 겹쳐보였기 때문이다. 


필기시험을 쳐봤고 또 시험감독도 해봤던 터라 시험장에서의 그 긴장된 분위기를 누구보다도 잘 안다. 심장이 터질 것만 같은 떨림, 시험을 잘 칠 수 있을까 하는 부담감, 실수해서는 안된다는 조바심 등등 수험생들의 마음 속에는 오로지 시험 생각뿐일 것이다.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이든 적게 한 사람이든 관계없이 시험을 치르는 수험생의 마음은 다 똑같을 거라 생각된다. 


학교 시험장은 총성 없는 전쟁터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급박한 분위기인데 그와 달리 차 안에서 바라본 창밖 풍경은 너무나도 고요했다. 따스한 햇살, 매캐한 자동차 매연 냄새, 노상에서 물건을 팔고 있는 사람들과 종종걸음으로 서둘러 걷는 사람들,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달리고 있는 자동차, 옆차선으로 끼어들기 위해 깜빡이를 넣는 사람과 양보하지 않으려는 버스와의 신경전 등등 조그만 창으로 바라본 세상 풍경은 평소에 다를 바 없었다. 학교 시험장의 긴장된 분위기는 손톱만큼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평화로웠다. 


길거리 풍경과 시험장의 모습이 오버랩이 되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무 일 없는 듯이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도 누군가는 치열하게 뭔가를 하고 있구나."


학창시절에 학교선생님이 말했다.

"공부를 잘하고 싶으면 남 놀 때도 공부하고 남 잘 때도 공부해야지."

그땐 그저 고리타분한 말이라 생각했다. 공부를 할 땐 하더라도 놀 때는 놀고 잘 때는 자야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선생님의 말씀이 무슨 뜻에서 한 말인지 알 것 같다. 


남들과 똑같이 하면 똑같은 결과밖에 나지 않는다는 뜻일 게다. 남들보다 좀 더 앞서고 싶다면, 과거의 나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면 남들이 무심코 흘려보낸 그 순간에도 나는 치열하게 갈고 닦아야 한다는 뜻으로 한 말이었을 것이다. 


가끔 새벽 일찍 집을 나설 때면 새벽부터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곤 한다. 해가 뜨지도 않은 새벽시간, 누군가는 잠에 취해 있을 그 시간에 그들은 출근길에 올랐고 가게오픈을 했으며 판매할 물건을 트럭에 가득 싣고 있었다. 그렇게 새벽부터 하루를 시작했다. 

주말은 또 어떤가. 직장인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을 시간에 누군가는 회사에 출근해 업무를 하고 가게문을 열어 장사를 시작한다. 그런 풍경을 볼 때마다 먹고살기 위해 또는 더 멋진 삶을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해 박수를 보내게 된다. 더 나아가 스스로에게 이러한 질문을 던지게 된다.


'나는 과연 얼마만큼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을까?'

생각에 꼬리를 물다보면 내가 헛되이 보낸 시간은 없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평생 살 것처럼 시간을 허비하며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 반성하게 된다.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치열하게 살아야만 한다는 말도 아니다. 단지 매일 똑같이 흘러가는 것처럼 보이는 평범한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열심히 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느꼈다고 말하고 있는 것뿐이다. 나아가 세상을 한 번 둘러보는 여유를 가지고 또 내 삶에도 관심을 가져보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이제 2시간 뒤면 2차 군무원 필기시험이 시작된다. 그 시간에도 나는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여유롭게 글을 쓰고 있을 것이다.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을 나와 달리 전국에 있는 수많은 수험생들은 운명을 가를 시험에 온 힘을 다 쏟아낼 것이다. 누군가는 티브이를 보고 낮잠을 즐기고 있을 그 시간에 수험생들은 최선을 다해 시험을 치를 것이다. 그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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