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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타치는 권작가 Dec 20. 2019

노력하는 자에게 운이 따르나니

  

내일은 2019년 군무원 필기시험이 있는 날이다. 매년 군무원 시험이 있을 때마다 남일 같지가 않다. 시험을 치르던 그날의 기억이 생생히 떠오르기 때문이다. 

 

2017년 7월에 군무원 시험에 응시했다. 그날은 내 인생을 걸고 한 판 승부를 벌였던 중요한 날이었다. 이일 저일 다 해보다가 결국 여기까지 왔다. 더 이상 물러설 곳도 없었다. 이거 아니면 죽겠다는 각오로 공부했던 지난 8개월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게 할 순 없었다. 


결전의 날, 얼마나 떨리던지 안절부절못했다. 열심히 준비했으니 잘할 수 있을 거라며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긴장된 마음은 좀처럼 누그러들지 않았다. 심장이 요동쳤고 그 소리가 귓가에도 울렸다. 숨이 턱턱 막혀 물도 제대로 마실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었다. 견디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 


그렇게 미친듯이 떨리다가도 막상 시험지를 받고 나니 언제 그랬냐는 듯 마음이 잠잠해졌다. 차분하게 시험지를 전체적으로 한 번 훑어본 후 정신을 집중하며 한 문제씩 풀어나갔다. 시험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갔고 아슬하게 시험 종료시간에 맞춰 마무리를 지을 수 있었다. 


시험을 끝내고 집으로 가는데 '드디어 끝났구나'하는 후련함보다는 아쉬움이 더 컸다. 왠지 모를 공허함도 느껴졌다. 처음 며칠 동안은 떨어지진 않을까 하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그런데 이게 웬 걸? 한 달 뒤 합격자 발표자에 내 수험번호가 있었다. 합격이었다.


'말도 안 돼. 내가 합격이라니..'

 믿을 수 없었지만 현실이었다. 



이상하리만치 운이 좋았다 

합격자 발표가 있었던 그날은 지금도 잊히지가 않는다. 합격의 기쁨때문이기도 했지만 그것보다 이상하리만치 운이 좋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시험쳤던 4과목 중 전공과목 1과목이 굉장히 어려웠다. 손 댈 수 없을 정도로 어려웠는데 '지금 이런 문제를 우리보고 풀어라고 하는 건가?'하고 출제자를 원망했을 정도로 문제는 난해했다. 역대급이었다. 결국 다 찍었다. 25문제 중 6~7문제는 나름 고민을 했지만 나머지 18~19문제는 문제도 안 보고 OMR카드에 다 마킹을 했다. 25문제 중 맞힌 과목이 9개 이하는 과락이고 10개부터가 과락을 넘기는 거였다. 거의 다 찍었으니 가망이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고는 깜짝 놀랐다. 딱 10개를 맞았던 것이다. 완전 소름이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내가 쳤던 직렬의 커트라인 점수는 54점이었고 내가 받은 평균점수는 53점이었다. 점수만 보면 1점 차이로 떨어지는 게 맞았지만 합격이었다. 왜? 자격증 가산점 점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가지고 있던 자격증 때문에 3점을 얻을 수 있었고 그 자격증 덕분에 56점으로 합격할 수 있었던 것이다. 


내 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16명의 합격생 중 동기들 대부분은 경기도와 강원도로 발령을 받았는데 나는 운이 좋게 대구로 발령을 받게 되었다. 내가 임용을 기다리던 차례에 대구 지역에 자리가 생겼기 때문이었다. 동기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다. 


너무나도 운이 좋았다. 운도 실력이라고는 하지만 그런 말로는 도저히 설명이 되지 않을 정도로 운이 좋았다. 지금까지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누가 조작을 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 신기하다. 


노력하는 사람에게 운이 찾아올 '확률'이 높다

군무원 시험 합격생 중 운이 좋아 합격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공무원 시험과 달리 군무원 시험은 과락만 넘으면 합격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 말만 믿고 쉽게 생각하고 도전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명색이 국가직 시험인데 결코 운으로만 붙을 수 있는 시험이 아니다. 갈수록 지원자가 많아지고 있고 경쟁률 또한 높아지고 있다보니 이제는 과락을 넘는다해도 합격을 장담하지 못한다. 


내가 운이 좋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생각해보면 거저 주어진 운은 아니었던 것 같다. 열심히 한 대가로 하늘이 내려준 운이 아니었나 싶다. 공부하는 동안은 최선을 다했다. 아침 7시에 도서관에 가서 공부를 시작해 밤 10~11시까지 공부했다. 주말에도 쉬지 않았다. 매일같이 도서관에서 살았다. 죽기살기로 한 것이 아니라 아예 죽는다고 작정하고 공부했다. 그런 노력이 있었기에 기적같은 운을 불러올 수 있었던 거라 생각한다. 


그동안 스스로 얼마나 열심히 공부를 했느냐에 따라 합격과 불합격이 좌우되는 것이 시험이다. 예외적인 경우도 있지만 열심히 하면 붙고 열심히 안 하면 떨어진다는 그 본질에는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시험뿐만이 아니라 모든 세상일이 그렇다고 생각한다. 


오해는 마시라. 노력 안 해서 운이 없고 노력했다고 해서 다 운이 따른다는 말은 아니다. 성공에는 운 외에도 많은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얽혀있다. 내가 하는 말은 노력을 안 하는 사람보다는 남들보다 더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이 운이 거머쥘 수 있는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내일은 2019년 2차 군무원 필기시험을 치르는 날이다. 많은 수험생들이 노심초사하면 가슴을 졸이고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다 합격하면 좋겠지만 모집정원이 정해져 있으니 떨어지는 사람이 더 많을 수밖에 없다. 결국엔 누가 더 공부를 많이 했느냐로 운명이 결정될 것이다. 


군무원 시험을 앞두고 있는 한 지인이 내게 말했다.

"땀은 배신하지 않는다." 


맞는 말이지만 전적으로 동의하진 않는다. 모든 사람이 다 땀흘리며 배우고 익혔다고 해서 다 좋은 결과가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 말을 이렇게 바꿔서 사용하곤 한다.


'간절함은 배신하지 않는다.'


흘린 땀보다는 얼마나 간절함을 가지고 임했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지금까지 간절함을 가지고 열심히 공부했다면 내일 있을 시험에서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싶다. 신들린 찍기 신공을 발휘할 수 있도록 운이 따라주지 않을까 싶다. 반드시 합격하고야 말겠다는 의지로 공부했다면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시험을 앞둔 수많은 수험생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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