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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타치는 권작가 Dec 19. 2019

스타벅스가 있어서 다행이야

카페에서 느끼는 혼자라는 묘한 동질감

주말에는 항상 스타벅스 카페에서 시간을 보낸다. 토요일도 일요일도 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서 카페로 향한다. 이른 시간이라 카페에는 아무도 없을 때가 많다. 아무도 없는 넓은 공간이지만 전혀 비어 보이지 않는다. 따스한 아침 햇살이 내리쬐는 카페 안은 오히려 상쾌함으로 가득차 보인다. 남들보다 하루를 더 일찍 시작하게 된 것에 대한 뿌듯함은 덤이다.


푹신한 소파 의자에 앉아 잔잔하게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창 밖을 바라보고 있으면 기분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마음이 정화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힐링이 따로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스타벅스에서 있는 시간은 내게 위로이자 위안이다.


사람들이 하나 둘씩 들어오다가 오후쯤 되면 빈 테이블 없이 사람들이 가득 찬다. 다 차면 대략 60명 정도 된다. 사람이 그정도 되면 시끄러울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다. 되게 조용하다. 공부, 독서, 업무, 폰게임, 휴식 등등 각자 할 일을 하다보니 분위기는 항상 고요하다. 간혹 이야기를 나누며 떠드는 사람도 있지만 백색소음에 지나지 않는다.


스타벅스에는 혼자 오는 사람들이 많다. 친구, 연인, 가족 등 함께 오는 사람들도 많지만 대부분은 혼자 오는 사람들이다. 그렇다 보니 혼자 카페에 가도 뻘쭘하지 않다. 매번 나 혼자 앉아 있어도 심심하지도 쓸쓸하지도 않다.


참 희한하다. 옆사람이 누군지는 모르는데도 앉아 있다보면 혼자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왠지 모를 동질감이 느껴진다. 말 한 번 섞지 않은 사람들이지만 혼자라는 공통점 때문인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묘한 친근감이 느껴진다. 혼자 왔는데도 같이 앉아서 각자 할 일을 하다보면 어느새 함께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나는 글을 쓰면서 우울증을 이겨낼 수 있었다. 나의 부정적인 감정을 글로 써내려가면서 마음을 정화시킬 수 있었고 가슴 속에 묻어두었던 얘기를 글로 풀어내면서 진정한 나를 만날 수 있었다. 그럼으로써 내면의 치유를 경험할 수 있었다. 글이 가진 힘 덕분이었다.


하지만 우울증을 이겨냈던 건 순전히 글쓰기의 힘만은 아니었다. 스타벅스에서 옆에서 또는 앞에서 같이 앉아 있으면서 함께라는 기분을 느끼게 해준, 이름도 모르고 성도 모르는 수많은 사람들이 내게 준 위안 그만큼 컸던 것 같다. 글이 주는 치유의 힘도 컸지만 혼자 온 많은 사람들이 있었기에 혼자라는 외로움을 견뎌낼 있었다.


카페에 앉아있다가도 가끔 사람들로 가득찬 카페 안을 둘러볼 때가 있다. 다들 뭔가에 푹 빠진 채 자기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나도 사람들 사이에 끼어서 뭔가를 하고 있다는 생각에 소속감을 느끼게 된다. 이상하게 마음이 따뜻해진다. 스타벅스가 가진 매력이다.


스타벅스에서 혼자 책을 읽고 글을 쓴다. 혼자다보니 하루종일 한 마디도 안 한다. 그래도 괜찮다. 함께 있다보면 옆사람과 마음과 마음으로 대화를 나누는 것만 같기 때문이다. 일면식도 없는 혼자인 사람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 그 시간이 내게는 한 주 중 가장 행복한 때이다. 카페가 없었다면, 특히 스타벅스가 없었다면 느끼지 못했을 소소한 행복이다. 스타벅스가 있어서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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