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타치는 권작가 Jan 01. 2020

새해 첫날도 평소처럼

12월 31일이었던 어제, 2019년의 마지막 날을 어떻게 보낼지 고민이 됐다. 2020년으로 해가 바뀌는 그 시간에 집에 혼자 있는 건 싫고 그렇다고 부산에 있는 본가에 가자니 휴일이 하루인데 굳이 갔다오기가 애매했다. 부산에 간다해도 약속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어떻게 보면 집에서 하루 푹 쉬는 게 더 나을 것도 같아 더 망설여졌다. 그러다 마지막 날을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날은 역시 가족과 함께보내야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 어제 퇴근 후 바로 부산에 내려왔다.


먼저 누나집에 들러 누나와 매형과 조카 도윤이 그리고 골든 리트리버인 마늘이와 함께 놀다가 밤에 부모님 댁으로 갔다. 엄마와 아빠랑 같이 티브이를 보며 얘기를 나눴다. 그러다 11시 55분쯤에 먼저 잠자리에 들었다. 5분만 더 있다가 타종식을 보고 잘까 생각도 했지만 그냥 보지 않고 잤다. 피곤해서이기도 했지만 타종식을 보면 괜스레 울적한 기분이 드는 게 싫어서였다. 


새해가 될 때 하는 생각

새해를 맞이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한다.


'벌써 한 해가 갔네. 시간 참 빠르다.'

'올 한 해는 내가 무얼 했지?'

'또 이렇게 나이를 먹는 구나.'


이런 생각을 하고 나면 새해라는 반가움보다는 뭔가 아쉽고 서운하고 허전한 마음이 더 많이 들기 마련이다. 나 역시도 그렇다. 한 해를 보내고 나면 벌써 이렇게 한 해가 갔다는 생각에 공허한 기분을 많이 느끼곤 한다. 아직 많은 나이가 아니기에 한 살 더 먹는 것에 대한 씁쓸함은 적지만 그래도 쏜살같이 흘러간 세월이 야속하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그래서 새해라는 것을 알리는 타종식을 이번만큼은 보지 않기로 한 것이다. 집 뒷산에 올라 일출이라도 볼까 생각했지만 날씨는 춥고 사람도 복잡할 것 같아 그냥 늦잠을 자기로 했다. 그래서 오늘 아침 아주 푹 잤다.



새해인듯 새해가 아닌 것처럼

새해 첫날이라 해도 어차피 다 똑같은 하루이다. 너무 감정이 메마른 말처럼 들릴진 모르겠지만 어쨌든 새해라고 해서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진 않았다. 의미를 부여할수록 괜히 더 우울해질 수 있다.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낼 연인이 없어서 아쉽다고 생각하면 외롭게 느껴지지만 그냥 평소와 다름 없는 똑같은 하루라고, 출근 안 하고 하루 푹 쉴 수 있는 날이라고 생각하면 기분 좋은 날이 되는 것이다. 새해도 그렇게 보내고 싶었다. 그냥 해가 바뀌는 것 뿐이라고, 나이가 한 살 더 먹는 것 뿐이지 평소에 다름 없는 똑같은 하루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서 평소와 마찬가지로 아침 일찍 스타벅스에 왔다. 늘 그렇듯 글을 쓰고 있다. 창 밖 풍경과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감상하며 달짝지근한 허니자몽블랙티를 마시고 있다.


물론 새해를 특별하게 보내고 싶은 마음이 없는 건 아니다. 솔직히 말하면 의미있는 날이라 생각하며 새해를 보내고 싶다. 핫팩으로 시린 손을 녹여가며 밖에서 함께 타종식을 볼 사람들이 있으면 좋겠고 아니면 호프집에서 자정 시간에 맞춰 다 같이 건배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으면 좋겠다. 춥고 피곤하고 귀찮아도 아침 일찍 산에 올라 떠오르는 해를 보며 새로운 다짐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으면 좋겠고 몸을 녹일 수 있는 뜨끈한 떡국을 함께 먹을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 그래서 어제와 오늘이 조금 아쉽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괜찮다. 혼자 노는 걸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내가 아니던가. 함께 즐기며 새해를 맞이할 사람은 없지만 차선책으로 혼자 여유롭게 새해를 맞기로 했다. 특별한 날이라고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그저 똑같은 일상이라 생각하며 오늘을 보내기로 했다. 그래도 나에겐 가족이 있지 않은가. 어느 때보다도 가족의 소중함을 많이 느낄 수 있는 날이 어제와 오늘이다. 


오늘도 종일 글을 쓸 것이고 쓰다가 막혀서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올 것이다. 카페 근처에 있는 국밥집에서 점심을 먹을 것이고 해가 지고 나면 고속도로를 신나게 달리며 대구집으로 올라갈 것이다. 평소처럼 그렇게 하루를 보낼 것이다. 일상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평소처럼 평범하게 보내는 것,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무난하게 잘 사는 방법인지도 모른다. 남과 비교하지 않고 오늘을 살아가는 좋은 방법이 될지도 모른다.


매거진의 이전글 글쓰기에서 중요한 건 재능이 아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