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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타치는 권작가 Jan 04. 2020

새해 첫 날부터 교통사고라니

신호대기 중이었다. 신호등이 초록불로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쿵인지 퍽인지 모를 소리가 났다. 차는 흔들렸고 덩달아 내 몸도 함께 앞으로 쏠렸다. 뒤에서 오던 차가 내 차를 들이받은 것이었다.

"하.."

나도 모르게 짜증섞인 한숨이 나왔다. 차에서 내 후 사고부위를 확인했다. 상대 운전자는 곧바로 보험회사에 전화를 했고 보험사 직원이 올 때까지 우리는 20분 가량 기다려야 했다.


이게 다 붕어빵 때문이었다

사고 당일 날, 집으로 들어가는 길에 갑자기 붕어빵이 먹고 싶어 붕어빵이 팔 만한 곳을 여기저기 찾아다니고 있었다. 평소 안 가던 길까지 다니면서 열심히 붕어빵 파는 아주머니를 찾았는데 그렇게 아다니던 길에 교통사고가 났던 것이다. 굳이 붕어빵을 사먹겠다며 찾아나서다가 낯선 동네에서 사고가 나니 '그 놈의 붕어빵이 뭐라고..'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고 '내가 왜 여길 왔을까'하는 자책도 밀려왔다.


상대편 보험회사 직원이 왔다. 상대편 운전자는 상황 설명을 하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해 사건은 금방 처리가 될 수 있었다. 보험사 직원은 사고부위 사진을 여러 장 찍었고 사고접수 후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새해 첫 날부터 이게 뭔 일이래..하..'

운전을 하며 집으로 가는데 '참 재수가 없구나'싶었다. 연초에, 그것도 2020년 1월 1일부터 사고가 나서 그런지 찜찜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었다.


하지만 무슨 일이든 생각하기 나름인 법!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관계없이 세상 모든 일에는 다 배울 점이 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내가 당한 교통사고 역시 마냥 재수가 없다고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며 긍정적으로 생각해보기로 했다. 그러자 교통사고를 당한 것이 무조건 나쁜 일인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이만한 게 참 다행이구나.'

'교통사고 당해서 죽는 사람도 많은데 나는 그래도 멀하게 살아 있구나.'

'차에 손상은 갔지만 폐차할 정도로 완전히 부서진 게 아니니까 괜찮아.'


일반적으로 봤을 때 교통사고가 좋은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한 상황을 생각해보니 이 만한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지금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었다. 안 가던 길로 가다가 사고가 나면 보통은 '왜 하필 이쪽 길로 왔을까'하고 자책하는 경우가 많지만 나는 그런 생각마저도 이렇게 바꿨다.


'가던 길로 갔으면 더 큰 사고가 났을수도 있는데 그래도 여기서 사고가 났기 때문에 이 정도로 가볍게 마무리 될 수 있었던 거구나.'


긍정의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결국 그날의 사고를 마지막 이 한 문장으로 정리하기로 했다.


'그래, 이 사고로 올해 있을 액운을 미리 다 퇴치해버린 거야!'



새해가 되면 사람들과 서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인사를 주고 받는다. 흔한 인사라 나는 잘 안 하는 편이지만 그렇다고 안 하기엔 너무 인간미가 없는 것 같아 형식적으로라도 새해 인사를 하곤 한다. 그런데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인사를 나누다보니 문득 심오한 생각에 잠기게 되었는데, 그러니까 '복이란 대체 뭘까?', '어떻게 하면 복을 많이 받을 수 있는 걸까?' 따위의 생각이었다. 사람들이 말하는 그 복이라는 녀석의 정체가 궁금했다. 그러다 문득 새해 첫 날에 당했던 교통사고가 떠올랐고 교통사고를 긍정하는 나 자신을 보면서 어떻게 하면 복을 많이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나름의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새해 복을 많이 받기 위해 필요한 마음가짐


세상에는 무조건 좋은 일도 무조건 나쁜 일도 없다. 똑같은 일도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느끼기 마련이다. 마찬가지로 복이라는 것도 따로 있지 않다. 제 아무리 복인 것처럼 보여도 누군가에게는 기쁜 일이 될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별 볼 일 없는 일이 될 수도 있다. 결국 내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복이 되기도 하고 불행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내가 내린 결론은, 어떤 일을 복으로 느낄 수 있으려면 일어난 일은 다 잘 된 일이라고 생각하는 긍정적인 마음, 안 좋은 일에서도 배울 점이 있는지 찾을 수 있는 다양한 시선, 사소한 일도 큰 기쁨으로 생각하며 웃을 수 있는 관점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교통사고를 당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재수없다고 생각하며 액운이라고 여기지만 액땜한 거라고, 더 크게 다치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생각한 나에게는 복이었다. 그렇듯 2020년에 다가올 일도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받아들이냐에 따라 복이 넘치는 해가 될 수도 있고 불행으로 가득 찬 해가 될 수도 있다.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는 말이 있다. 바다에 빠진 김에 조개 줍는다는 말도 있다. 새해 복을 많이 받을지 적게 받을지는 내 마음에 달려있다.


복은 처음부터 복이라는 모습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내가 복이라는 이름의 옷을 입혀주고 보살펴줄 때 그제야 복의 모습으로 변하게 된다. 그러니 막연히 "복 많이 받게 해주세요."라는 생각보다는 내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이번 한 해를 보낼지 계획하고 실천하는 것이 더 중요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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