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정한 태쁘 Dec 19. 2024

노잼 영호

자기다움으로 빛날 23기 영호를 응원합니다.

우리는 누구나 재미있고 유머러스한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특히 대화 속에서 상대방을 웃길 수 있다면 그 자체가 하나의 매력처럼 여겨진다. 나 또한 글을 쓸 때마다 재미를 더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독자들이 읽으며 미소 짓거나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을 상상하며 말이다.

하지만 나는 내 글이 재미없다는 사실을 잘 안다. 한때는 이 문제로 한참 고민했던 적도 있다. “재미없으면 사람들이 읽어줄까?“라는 걱정이 떠나질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억지로 웃기는 글을 쓰지 않기로 했다. 왜냐하면 나는 유머에 소질이 없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억지로 웃기려고 애쓸수록 내 글의 진정성만 잃게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대신 내 방식대로 나의 글의 매력을 찾아가기로 했다.


영호도 아마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그는 재미없다는 자기 인식에 갇혀 스스로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정말로 재미와 유머가 그렇게 중요한 걸까?

출처 나는솔로

나는 솔로에 등장하는 영호를 보면 그가 유독 자신의 재미없음을 의식하는 듯 보인다. 그는 대화할 때도 행동할 때도 상대방의 반응에 신경 쓰며 점점 더 움츠러드는 모습을 보인다. 그렇다면 영호는 정말 재미없는 사람일까? 아니면 그의 다른 매력이 가려지고 있는 걸까?


영호는 단순히 재미없는 사람이 아니다. 그는 사려 깊고, 예리한 상황 판단력을 가지고 있으며 상대방의 감정을 세심하게 배려하려는 태도를 보인다. 이런 성격은 관계에서 매우 중요한 장점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이러한 장점이 때로는 부정적인 결과를 낳는다.


영호의 사려 깊음은 그를 지나치게 조심스러운 사람으로 만들기도 한다. 상대방이 자신의 말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지나치게 고민하며 오히려 자신을 억누르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는 자기 효능감 부족과 연결된다. 그는 “내가 말을 잘못하면 상대방이 실망할 거야”라며 스스로의 가능성을 제한하고 있다.


또한, 그의 사려 깊음은 과거의 부정적인 경험과 결합하면서 학습된 무기력으로 이어졌다. 영호는 과거에 상대방의 반응이 미지근했던 경험을 떠올리며 “나는 재미없는 사람이다”라는 잘못된 결론을 내렸다. 이로 인해 그는 자신감을 점점 잃고 대화에서 더욱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게 되었다.


재미있는 사람의 기준은 무엇인가


그렇다면, 현숙이 원하는 ‘재미있는 사람’이란 무엇일까? 정말 개그맨처럼 말 한마디에 빵빵 터지는 사람일까?


현숙이 원하는 사람은 단순히 유머를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대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공감과 즐거움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일 것이다. 즉, 현숙이 말하는 ‘티키타카’란 서로의 리듬을 맞추며 대화에서 소통의 즐거움을 느끼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영호가 이 부분을 ‘웃기는 능력’으로 오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영호는 현숙이 원하는 ‘재미있는 사람’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그는 사려 깊은 성격 덕분에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관계에서 안정감을 줄 수 있는 사람이다. 다만, 그는 자신의 장점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영호가 자신의 매력을 되찾으려면, 그는 자기 효능감 부족과 학습된 무기력을 극복해야 한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접근이 필요하다.


실패를 재해석하기

과거 실패를 단순히 “내 유머가 부족했다”는 결론으로 끝내지 말고 상황적 요인으로 재해석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예컨대, “그 당시 내가 한 농담은 그 분위기에서는 맞지 않았을 뿐”이라는 식으로 실패를 자기 가치와 분리하면 무력감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


사려 깊음을 강점으로 활용하기

영호의 사려 깊음은 단점이 아니라 강점이다. 그는 이를 활용해 대화 속에서 상대방을 배려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 관계의 진정성은 유머보다 더 깊은 매력을 발휘할 때가 많다. 영호가 자신의 장점을 인식하고 이를 자신감으로 연결할 수 있다면 그의 대화는 더욱 풍부해질 것이다.




자기다움으로 빛나는 영호를 응원하며


우리는 모두 ‘재미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재미의 기준은 상대적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유머러스한 농담이 재미있을 수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진지한 대화 속에서의 깊이가 더 큰 즐거움일 수 있다.


현숙이 진정 원했던 것은 영호가 자신의 매력을 잃지 않고 자연스럽게 대화를 즐기는 모습이었을 것이다. 재미와 유머는 단순히 타고나는 능력이 아니다. 그것은 자신을 사랑하고 상대방과의 관계에서 편안함을 찾으려는 태도에서 시작된다.


영호는 이미 사려 깊고 매력적인 사람이다. 그는 단지 자신의 장점을 인정하고 재미의 본질을 재발견하는 과정을 거치면 된다. 영호가 이 사실을 깨닫는 날 그는 더 이상 ‘노잼 인간’이 아닌 관계 속에서 빛나는 사람이 될 것이다.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를 고민하지 말고, 그냥 너 자신이 돼라.”

– 프리드리히 니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