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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태인 Nov 25. 2019

아프거나 곧 아플 기자들에 관하여

#기자는 이렇게 살고 또 이렇게 취재합니다

@upsplash

기자는 머리로 일하는 직업 같지만, 사실 몸으로 일하는 직업입니다. 찾아가고 전화하고 묻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 기자의 일상입니다. 모두 몸으로 하는 것이죠. 목만 쉬어도 취재력이 절반 이하로 떨어집니다. 취재원에게 물을 수 없으니까요. 그래서 기자는 건강해야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자들그렇지 못합니다. 많이 아픕니다.


매 순간이 경쟁인만큼 노동 강도가 세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으며 술자리가 많습니다. 이런 악조건에선 기자들 스스로 건강 관리에 철저해야 할 텐데 그렇지도 않습니다. 아마 이 역시도 바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그런 것 같습니다. 시간은 없고 스트레스는 풀어야 하고, 그 시간에 운동하기는 싫은저를 포함한 많은 기자들의 현주소입니다.


아픈 동료들이 늘어나는 시기

갑자기 건강 이야기를 하게 된 것은 주변에 아픈 동료들이 조금씩 늘고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주말엔 허리가 아픈 동료의 병문안을 다녀왔습니다. 아직 30대인데 허리에 무리가 와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글은 앉아서 써야하는데 현재 상태에선 앉으면 부담이 온다고 합니다. 누워서 글을 쓰려 했지만 막상 누우니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는다"하더군요.


그 동료는 인생의 책이라며 '백년 허리'를 추천해줬습니다. 서울대 의대 재활의학과 정선근 교수가 쓴 책인데 정말 큰 도움이 됐다고 합니다. 많이 좋아지고 있다니 다행이지만 그 동료를 보며 제 허리가 생각나고 남일 같지 않았습니다. 저도 한번 허리가 아퍼 누워만 있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그 다음날 멀쩡해졌지만 허리가 아프니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와 비슷한 경험으로 우울증을 겪은 뒤 자살 시도까지 했던 임세원 교수가 쓴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란 책 있습니다. 임 교수는 이 어려움 잘 이겨냈지만 정신병 환자에게 안타까운 일을 당해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백년허리 팸플릿

건강검진을 받은 뒤 의사에게 경고를 받은 동료 기자들은 정말 많습니다. 젊은 나이에 용종을 제거한 선배, 금주를 하지 않으면 큰 병이 올 수 있다는 후배, 통풍의 고통을 호소하는 상사도 여럿 있습니다. 큰 병에 걸려 40대 후반에 직장을 떠난 분도 짧은 기자생활 동안 여러번 봤습니다. 몸뚱아리 하나로 일하는 직업인데 아픈 기자들이 참 많습니다. 땅콩집 열풍을 일으켰던 한겨레 구본준 건축전문기자는 2014년 해외 출장 중 급사했습니다. 2017년 서울신문 화제의 연재 '누가 김부장을 죽였나'를 보면 한국인 직장인 10명 중 7명이 '과로사'를 걱정한다고 합니다. 기자들에게 물어보면 그 숫자가 더 높아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예측하기 어려운 일상

건강 관리에 또다른 난관은 기자들이 예측하기 어려운 삶을 산다는 것입니다. 특히 제가 속한 사회부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매일 통제하기 어려운, 예측하기 어려운 사건들이 터집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다른 신문사에서 쓴 특종 기사들이 엄청난 압박으로 다가오죠. 전 두 번 해외 급파 취재를 했습니다. 첫번째가 김정남 말레이시아 암살이었고 두번째가 헝가리 다뉴브 유람선 참사였습니다. 모두 그날 아침에 출장 명령이 떨어져 짐을 쌌고 가장 빠른 비행기를 타고 떠났습니다. 이런 불확실성이 기자의 재미일 때도 있지만 정신적으로 엄청난 스트레스일 때가 많습니다. 휴가 기간이 아닌 이상 긴장한 상태로 항상 고강도의 업무를 해내야 하기 때문이죠.


매일 발제해야 하는 '오늘의 기사'와 업무 보고량도 상당한 압박입니다. 기자는 새로운 뉴스거리를 취재해 아침마다 '발제'를 해야합니다. (매일 할 필요가 없다지만 오늘 못했다면 그 다음날은 꼭 해야하는 것이 디지털 저널리즘의 일상입니다). 그래서 퇴근이란 개념이 명확지 않습니다. 뉴스거리를 찾아야 그날 일을 그만할 수 있으니까요. 발제가 별로라 킬(kill)면 또다른 아이템을 찾아야 합니다. 이른바 '단톡방의 압박'역시 대단합니다. 하루만 쉬어도 수백개의 카톡이 단톡방에 쌓여있습니다. 기자는 보고가 생명입니다. 소설가 김훈이 한겨레 신문에서 부국장 대우 사회부 기자를 할 때, 문화일보 기자로 활동하겠다는 친구 도올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기자는 보고를 잘해야 하네"


@upslash

저는 이제 4년차 기자에 불과하지만 입사 대비 살이 12kg나 쪘습니다. 모두 자기 관리에 소홀한 탓입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많아 헬스클럽도 등록하고 비타민도 챙겨먹지만 딱 거기까지입니다. (등록만 하고 잘 가지 않습니다) 살이 잘 빠지지 않습니다. 이젠 운동을 좀 해야지 하면서도 취재원과 저녁 약속이 없으면 불안하고, 불안하면 바로 약속을 잡습니다. 그렇게 저녁에 술을 마시고 들어와 그 다음날 운동을 나가지 못하면 한주의 리듬이 무너져 내립니다. 그런데도 왜 약속을 잡고 사람을 만냐구요? 기자는 시간과 노동을 투입한만큼 그 결과가 정직하게 나오는 직업이라 이성과의 유혹을 벗어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해야 할 일은 많은데 몸이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상황을 거의 매순간 경험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매일의 루틴(30분 홈트레이닝, 수영, 근력운동 20분, 비타민, 하루야채, 보이차 마시기)를 만들어 실천하려 합니다. 주변에 아픈 동료들이 많아지니 더이상 미뤄선 안될 것 같습니다. 사실 지금도 제 몸 곳곳에서 이상 신호가 온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글을 마친 뒤에는 내일 취재 거리를 또 찾아봐야 합니다. 기자라면, 이런 것보단 건강 유지 비법 같은 것을 말씀드려야 하는데 송구합니다. 내일부턴 조금 더 나아지겠죠. 건강에 관한 다음 글에선 제가 직접 배우고 깨달은 노하우와 비법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오늘부터 다시 건강 잘 챙겨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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