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감독'의 조언을 내 직장생활에 적용한다면

#기자는 이렇게 살고 또 이렇게 취재합니다

by 박태인
키움 손혁 감독이 SK투수코치 시절 쓴 저서 '투수멘탈코칭' [교보문고]

최근 읽은 자기계발서 중 가장 인상깊은 책이 있어 소개합니다.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 손혁 감독의 '투수멘탈코칭'이란 책입니다. 손혁 감독이 SK투수코치를 하던 2017년에 쓴 책입니다. 전 자기 계발서를 자주 읽는 편은 아닙니다. 하지만 야구를 좋아하고, 또 야구를 보다보면 투수들이 무척 잘 던지다가도 순간 흔들리며 대량 실점을 하는 모습을 이해하기가 어려워, 관련 책을 찾다 발견했습니다.


평생 야구를 해왔던 투수들이 왜 경기 중 가장 중요한 시점에는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는 것일까. 이 의문을 풀고 싶었습니다. 이 책을 통해 그 해답은 물론, 제 기자 생활과 독자분들의 직장생활에도 도움이 될 여러 조언을 얻게 됐습니다. 야구를 잘 모르시거나 좋아하지 않는 분들에게도 이 책을 추천합니다. 스포츠 전문기자인 고유라 기자가 정리를 해서 글이 깔끔하고 이해하기 쉽습니다.


야구는 '투수놀음'이란 말이 있습니다. (과거 호평을 받았던 손혁 감독의 네이버 칼럼명도 '손혁의 투수놀음'이었습니다) 그만큼 야구에서 투수의 비중이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본인이 투수 출신인 손혁 감독은 책을 쓴 이유로 "야구에는 투구 동작만큼이나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바로 경기 중에 선수의 생각을 읽는 것,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멘탈적인 부분, 경기를 준비하는 방법이나 경기 후 준비하는 것들, 그 외에도 여러 상황에 대처하는 법 등 끝이 없었다. 그때마다 조금씩 정리를 했는데 그 내용을 함께 공유하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저도 매일 기사를 쓰며, 제가 잘못 판단한 부분, 기사를 잘못 쓴 부분, 잘못 전망한 부분에 대해선 메모를 합니다. 이런 기록들은 제 시각을 보다 날카롭게 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손혁의 51가지 조언

이 책엔 손혁 감독의 51가지 조언이 들어있습니다. 책의 부제가 '이기는 투수의 마음가짐은 무엇인가'인 것처럼, 모두가 이기는 방법에 관한 것입니다. 그중 몇가지만 추려보자면 01. 꾸준함이 최고의 무기다 03. 컨디션은 하루아침에 좋아지지 않는다. 05.자신만의 루틴을 만들자 20. 미리 5회를 바라보지 마라 26. 맞아봐야 느낀다 27. 공격하는 투수가 되자 28. 나의 강점을 먼저 생각하라 34. 자기 전 10분만 내일 상대를 생각하자 등입니다. 일반 자기계발서와 다르지 않은 조언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프로 선수들의 생생한 경험과 팁을 적은 손혁 감독의 메모 덕에 훨씬 더 와닿습니다.


손 감독은 '01 꾸준함이 최고의 무기다'에서 한국 최고의 투수였던 이상훈 선수(현 야구 해설위원)와 LG트윈스 선수 룸메이트 생활을 하며 들었던 조언을 전합니다. 이상훈 해설위원(당시 선수)은 당시 후배 투수였던 손혁 감독에게 "네가 매일 할 수 있는 양을 정해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해보는 것이 어떠냐"고 조언하며 매일 섀도우 피칭(수건을 갖고 투수하듯 연습한 동작) 20개를 조언했습니다. 저 같은 아마추어도 할 수 있는 운동량 같지만, 이상훈 해설위원은 손 감독에게 "네가 일년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20개를 매일 할 수 있다면 넌 우리나라 최고의 투수 중 한명이 되어있을 것"이라 말합니다. 이 내용은 제가 가장 공감하는 부분 중 하나입니다.


전 기자 생활에서도 꾸준함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종을 하진 않더라도 매일 써야 할 기사를 피하지 않고 쓰는 것, 다 아는 것 같더라도 매일 취재원에게 전화를 해 물어보는 것이 '좋은 기자'의 기본 조건입니다. 매일 새로운 기사거리를 찾아야 하는 이 업계에서 기자들은 '오늘은 조금 쉬운 기사를 쓰고 싶다'는 유혹에 빠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명 정치인들의 페이스북 발언을 긁어 쓰거나, 가까운 취재원 몇몇의 말을 빌려 팩트와 논리가 부족함에도 익명의 코멘트로 기사를 쓰는 것입니다. (물론 저도 이런 기사를 여러번 썼습니다) 기자가 '쉬운 기사'의 유혹에 빠지면, 그 기자는 실력이 늘지도, 또 독자와 취재원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해주지도 못합니다.


손 감독의 조언 중 '05 자신만의 루틴을 만들자'도 좋았습니다. 이 루틴 만들기는 저도 매일 실천하려 노력하는 부분입니다. 손 감독은 삼성 박한이 선수의 '타격 루틴'을 언급하며 "루틴이 굉장히 구체적이고 다양해서 다른 타자들에 비해 타격 준비 시간이 길다. 박한이를 보면 어떨땐 재밌다는 생각도 들지만 자신이 가지고 있는 루틴을 항상 지키고 타격 자세를 취하는 점은 본받을 만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실제 박한이 선수의 '타격 루틴'은 유튜브에 '박한이 루틴'이란 자동 검색어도 있을만큼 유명합니다(아래 영상 참조).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기도 하는 루틴이지만, 이는 박한이를 오랜 기간 KBO의 최고 타자로 활동하게 한 원동력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ZpfAs52UIQk

쌓여가는 나의 아침 루틴, 만들지 못한 저녁 루틴

손 감독은 이 책에 5일마다 선발 출전을 하는 선발투수의 '5일 휴식 루틴'도 담았습니다. 러닝, 불펜(투구), 웨이트트레이닝(컨디셔닝) 등의 운동량이 구체적으로 적혀있습니다. 저 역시도 조금씩 저만의 루틴을 만들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루틴이 몸에 베면서 컨디션도 좋아졌고, 매일 일을 준비하는 여유도 생기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전 매일 06시~06시 20분 기상→타사 조간신문 체크→한강 산책(NPR 듣기)→샤워 후 간단한 아침 식사(CNN)→그날 발제 준비 및 팀원 업무분배 이렇게 진행합니다.


마지막으로 손혁 감독의 조언을 더 언급하자면, '26. 맞아봐야 느낀다 27. 공격하는 투수가 되자' 이 두가지를 꼽고 싶습니다. 손 감독은 투수들에게 자신감 있게 던지고, 안타를 맞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합니다. 실제 타자들에게 맞아봐야 그 타자의 강점과 약점,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깨달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손 감독은 "기본적으로는 타자를 속인다는 생각보다 타자가 치게 한다는 생각으로 투구하는 것이 좋다. 타자는 잘 쳐도 3할이라는 자신감을 갖고 던져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손혁 감독의 책 [알라딘]

이 조언에 공감을 느낀 것은 기자 역시도 타사의 단독(안타, 혹은 홈런)을 피할 수 없고, 그 단독을 당한 후에 느끼고 배우는 바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기자가 기사를 공격적으로 쓰는 것은 지양해야 합니다. 타사의 단독으로 물을 먹었을 때의 대처가 내 단독을 쓸 때보다 훨씬 더 중요합니다. 내가 단독을 할 때보다, 내가 물을 먹을 때가 훨씬 더 많기 때문입니다. 물은 먹은 후에는 같은 사안을 바라보며, 그 기자가 궁금해하고 물어봤던 것을 난 왜 물어보지 않았는지, 그 기자가 살펴본 포인트를 난 왜 놓쳤는지 곱씹어봐야 합니다. 그래야 단독을 할 수 있고, 더 좋은 기사를 쓸 수 있습니다


손혁 감독에 대해선 야구계에서 다양한 평가가 있는 것으로 압니다. 현재 키움의 성적은 3위로 높지만, 그의 스타일에 불만을 가진 팬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손 감독이 꾸준히 공부하는 야구 지도자인 점, 어제보다 더 나은 야구를 하려는 프로인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손 감독은 에필로그에서 "한번에 다 모든 것을 이루지 않아도 좋다. 천천히 하나씩, 그리고 매일 조금씩 실천하자...운동 역시 마찬가지다. 조금이라도 좋으니 매일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꾸준히 하자"고 조언합니다. 동감합니다.


언론계에서 제가 가장 존경하는 선배들은 오늘도 수습처럼 매일 노력하는 기자들입니다. 내가 모든 걸 다 안다는 듯이, 자신의 프레임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한 진영에 속만 시원히 풀어주는 선배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오늘도 논문을 보고, 오늘도 취재원을 만나고, 오늘도 책을 꺼내드는 선배들을 존경합니다. 제가 기자를 얼마나 더 할 수 있을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기자를 하는 동안은 매일 조금씩 더 나아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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