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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태인 Jan 23. 2021

언론사가 바뀌니 독자가 달라졌다

중앙일보에서 JTBC로 인사이동

인천 8살 아이 살해사건 방송 인터뷰 中


"아니 두 회사는 완전히 다른 곳 아닌가요?"


최근 한 취재원이 놀란듯 저에게 물은 말입니다. 작년까지 중앙일보 기자였던 저는 사내 인사이동으로 올해부터 JTBC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같은 그룹의 계열사이고 월급을 주는 곳도 똑같습니다. 하지만 취재 중 "작년엔 중앙일보 기자였다"고 하자 이런 답이 돌아왔습니다. 실제 회사를 옮긴 뒤 독자들이 제 기사를 바라보는 태도가 달라졌습니다. 저는 똑같은 박태인 기자인데 저를 모르는 독자들은 제가 속한 언론사를 바라봅니다.


중앙일보에서 쓴 기사가 여권 성향 독자가 많다는 포털 다음에 실리면, 댓글엔 기사 내용과 상관없는 "조중동 쓰레기""기레기"란 댓글이 먼저 달렸습니다. 하지만 JTBC기자로 기사를 쓰니, 그런 내용은 사라지고 기사 내용 관련 댓글만 달립니다. 물론 네이버에 실린 똑같은 중앙일보 기사는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과거 법조 출입을 했기에 독자들의 호불호가 갈리는 기사가 많았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럼에도 이런 경험은 기자는 무엇이고, 기사란 무엇인지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하게 합니다.


최근엔 이런 경험도 했습니다. 저는 '인천 8살 아이 살해사건'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엄마가 딸을 죽였고, 사실혼 별거 관계였던 아빠가 "딸 없인 살 수 없다"며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입니다. 아이는 출생신고가 돼있지 않았습니다. 양천 아동학대 사건(일명 '정인이 사건') 만큼이나 충격적이고 안타까운 사건입니다. 저는 21일 아침, 이 사건의 유가족을 취재하란 지시를 받았습니다. 아무 단서도 없었지만 그날 밤 뉴스에 기사를 꽂아 넣어야 했습니다. 백방으로 전화를 돌리니 아이의 이름과 아이, 아빠의 장례식장, 화장장을 확인했습니다. (이미 장례식과 화장은 마친 상황)


급하니 인천 화장장으로 갔습니다. 확인해보니 두 사람은 화장장 근처에 마련된 제례실에 안치되지 않았습니다. 아빠 이름이라도 확인하려 간 것이었는데 절망했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직원분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두 사람의 화장을 접수한 가족에게 연락을 부탁할 수 있냐구요. JTBC기자라 밝히며 억울함을 밝히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점심시간을 앞두고 한 직원분께서 가족에게 동의를 구해볼 수 있는지 물어보겠다고 하셨습니다. 전화를 대신 해주셨고, 가족분이 "기자를 만나고 싶다"고 말씀해 유가족과의 통화가 이뤄졌습니다. 이를 통해 아래 두 기사를 쓸 수 있었죠.


숨진 아빠 메신저 대화엔.."돈 보냈어, 출생신고 해"

이름도 남기지 못한 채..8살 아이 '무명녀' 사망진단

유가족을 만나 입수한 생전 고 최모씨의 카톡. 아이를 죽인 엄마에게 출생신고를 부탁했던 내용이 담겨있다.

저는 그 마음 따뜻한 직원분을 '귀인'이라 생각합니다. JTBC힘내란 말씀도 해주셨습니다. 그 자리에서 저는 정말 90도로 "감사드린다"고 인사했습니다. 다만 취재를 마친 뒤 문득, 과연 '내가 중앙일보 소속이라 밝혔어도 이런 도움을 받을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앙일보를 즐겨읽는 독자와 JTBC를 즐겨 보는 시청자가 조금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때와 반대 상황이 적용될 수도 있습니다. 제가 중앙일보 기자로 도움을 받았던 분들에게, JTBC기자라 밝히며 도움을 받을지도 확실치 않습니다.


물론 저를 아는 취재원, 저의 기사를 좋아하는 독자들은 제가 어느 곳에 있던 격려와 응원을 보내주십니다. 저는 어느 회사에 있던지 부끄럽지 않은 기사를 쓰기위해 노력했습니다. JTBC기자로 취재하다 언젠가는 "JTBC 안봅니다"라며 매몰찬 거절을 당할 가능성도 있겠죠. 신문사에서 방송사로 옮겨 일하며 느끼는 여러 경험들이 참 새롭습니다. 지금처럼 계속 기록을 남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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