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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태인 Jan 24. 2021

아이의 이름을 공개해야 할까요

인천 미출생신고 아이 취재 후기 

인천 아이 살해사건 취재기사 중 일부 

인천에서 엄마에게 살해된 8살 아이 최모양 사건(아래)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숨진 아빠 메신저 대화엔.."돈 보냈어, 출생신고 해" 

이름도 남기지 못한 채..8살 아이 '무명녀' 사망진단


사실혼 관계였던 엄마 백모씨와 별거 중인 아빠 최모씨는, 아이의 죽음을 안 뒤 죄책감에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이후 죽은 아이의 출생신고가 돼있지 않았던 사실이 확인된 비극적 사건입니다. 아이의 사망진단서엔 이름없는 사람이란 뜻의 '무명녀'가 적혀있었습니다. 주민등록번호와 생년월일, 주소지 모두 '불명'입니다. 말 그대로 '그림자 아이'였습니다. 


처음 이 기사를 내보낼 때는 아이의 이름을 공개하고 싶었습니다. 유가족의 동의도 구했습니다. 죽어서야 자신의 존재가 알려진, '무명녀'란 이름 대신 아이의 진짜 이름인 최00을 쓰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이 이 사건을 기억하길 바랐습니다. '인천 미출생신고 아동 살인사건'보단 '00이 사건'이란 제목이 공론화에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하지만 논의 끝에 기사에서 아이의 실명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언론 보도를 통해 피해자가 주목받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판단이 있었습니다. '나영이 사건'이 아니라 '조두순 사건'이 맞듯이 피해자에 초점을 맞춰서는 안되는 것이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입니다. 그래서 JTBC는 '정인이 사건'이 아니라 '양천아동학대 사건'이란 표현을 사용합니다.


하지만 인천 사건의 경우 실명을 공개하는 것이 어땠을까란 생각이 계속 듭니다. 더 많은 사람이 기억할 수 있게 말이죠. 무명녀로 숨진 아이였기에 이름을 불러주고 싶었습니다. 아직 한국엔 출생신고가 안된 '무명남''무명녀' 아이들이 많이 삽니다. 정확한 통계조차 없는 이 그림자 아이들을 계속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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