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확진기
한국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나온지 2년 2개월여만에, 저도 코로나19에 확진됐습니다. 오미크론 증상이 별 게 없다는 보도가 많았는데, 결코 그렇지 않더군요. 꽤 심하게 앓았고, 자가격리 해제를 하루 앞둔 오늘도 가슴 속에서부터 기침이 올라옵니다. 선배가 건강 회복에만 집중하라며 온전히 일주일을 빼주셔서 많이 좋아진 상태입니다.
사실 전 코로나에 걸리기 전 주변 사람들에게 "나는 슈퍼 면역자인가 봐"라는 말을 하곤 했습니다. 코로나가 발생하고 2년 2개월간 다른 회사원처럼 재택 근무를 한 적도 있지만, 대부분 코로나와 상관없이 취재원을 만나며 기사를 써왔기 때문입니다. 특히 작년 방송 기자를 할 때와 올해 대선 취재 기간에 대면 접촉은 일상이었습니다. 현장에 가지 않고, 사람을 만나지 않으면 보도 자체가 불가능했으니까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유세를 따라다닐 때는 수백, 수천여명의 사람들에 둘러싸여 윤 당선인의 말을 노트북에 담기도 했습니다. (네 어퍼컷도 실컷 봤습니다) 코로나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을 접촉한거죠. 그런데도 걸리지 않았으니 정말슈퍼면역자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어느순간 찾아온 오미크론에 쩔쩔매버렸네요.
이렇게 글을 쓰는 건, 직접 역병에 걸려보니 코로나19 시대의 기자의 취재에 관해 여러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현장에서 고생하시는 의료진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기자 역시도 감염 고위험군, 혹은 감염에 노출되지 않고서는 일을 하기 어려운 직업 아닌가 싶어서입니다. 사람을 만나지 않으면, 같이 만나 얼굴을 맞대고 밥을 먹지 않으면 취재가 되지 않는 영역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정치부는 취재원과의 친밀함이 그 어떤 출입처보다 중요하더군요) 특종을 하려면 만나야 하고, 특종을 하려면 코로나19의 위험에 뛰어들어야 하는 거지요. 회사에선 일부 재택 근무를 권장하지만, 현실적으론 실현되긴 어렵습니다. 특히 출입처가 2년 마다 바뀌는 현재의 시스템에선, 새로운 사람을 2년마다 새로 사귀어야 하기 때문에, 만남은 더욱 필수적입니다. 전화 취재도 그 사람을 안다는 전제 하에 가능한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주변에 잠시 눈에 띄지 않는 기자들을 보면, 모두 저처럼 코로나19에 걸렸다 온 경우가 많습니다. 델타와 오미크론에 모두 걸린 후배도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두 명 중 한명은 걸렸다 왔다고 보면 될 정도로 비율이 상당히 높습니다. 오미크론의 치명률이 낮아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모두 어느정도의 후유증을 가지고 다시 복귀해 사람들을 만나고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코로나19의 새로운 변이가 계속 나타나고 역병이 일상이 되는 사회에서 기자란 직업의 취약성이 드러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기자들에게도 새로운 취재 방식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은데 비대면 취재가 대면 취재를 대체할 수 있을까요. 당장은 그만큼의 효과적인 수단이 보이진 않아서요. 기자에 대한 회사의 보호 대책 마련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역병의 시대에 좋은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선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