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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태인 May 13. 2023

누가 진짜 급매를 잡을 수 있나

#내집을찾고있습니다

급매와 관련한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중앙일보 캡처

ep.3) 급매 거래의 순간


모두가 (급)급매를 잡고 싶어합니다. 어깨보단 허리에서, 허리보단 무릎에서, 사실 바닥에서 사길 바라는 것이 매수자의 심리입니다. 매도자의 경우 그 반대라 생각하면 되겠죠. 18년도에 집을 사지 못한 제 입장에선, 이 급급매만이 잃어버린 시간을 되돌려줄 수 있는 황금열쇠라 볼 수 있습니다. (인생은 한편의 부루마불과도 같지 않겠습니까.)


실제로 진짜 급매를 잡는 사람도 있습니다. 직거래 혹은 증여성 특수거래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지난 2월 화제가 된 '인덕원 푸르지오 엘센트로'가 대표적입니다. 국평(전용 84㎡) 기준 2021년 16억 3000만원의 최고가를 찍었는데, 지난 2월 8억 4000만원에 거래됐습니다. 18년도에 분양권이 6~7억원에 거래됐고, 지난 한달간 실거래가 평균이 11억 1500만원 정도이니 매수자는 진짜 급매를 잡은 것이 맞아보입니다.


인덕원 푸르지오 엘센트로 국평 평균 가격 호갱노노 캡처


저는 호갱노노란 앱으로 실거래가를 봅니다. 관심 단지로 지정해놓은 곳에서 엘센트로 사례와 같이 급매 거래가 됐다는 소식을 뒤늦게 접한 경우가 제법 있었습니다. 경험칙상 지난 6개월간 통상 한 단지마다 1건 정도의 진짜 급매 거래가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이런 거래 후기는 저같은 실수요자에겐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제가 잡지 못하는 급매가 무슨 소용인가요? 손에 잡히지 않은 신기루일 뿐입니다. 그렇다면 누가 급매를 잡는, 혹은 잡을 수 있는 것일까요.


우선 급매를 잡으려면 설령 전세를 끼고(갭) 살지라도 내 손에 (아주 빨리) 최소 계약금과 중도금까지도 치러낼 돈이 있어야 합니다. 임장을 다녀보니 이런 물건들 1~2시간이면 거래가 끝납니다. 예를 들어 10억짜리 전세 없는 급급매가 나왔다면, 당장 내 손에 1억원의 계약금이 있어야 합니다. 중도금과 잔금의 경우 대출을 통해 3개월 만에 9억원을 끌어낼 능력이 있어야죠. 두번째 예로 10억짜리 급급매인데, 5억 전세를 끼고 있다면, 역시 계약금 1억원, 그리고 3개월만에 남은 4억원을 메울 현금이 있어야 합니다. 전세를 낀 매물은 담보대출이 어려우니 현금이 더 절실합니다.


그래서, 현금 없고 전세 담보대출까지 받은 세입자들(제가 그랬습니다만)은 급매를 잡기 어렵습니다. 우선 계약금을 치러낼 돈이 없습니다. 당장 급급매가 떴는데 1시간만에 1억원을 어떻게 마련하나요? 운좋게 넉넉한 부모님으로부터 차용해 계약금을 마련했다 치죠. 한 달뒤 쯤 내야하는 중도금도 막막합니다.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아야 하는데 이것도 쉽지 않습니다.


현행법상 갱신청구권이 사용된 전세계약의 경우 세입자 요구시 집주인은 3개월안에 보증금을 돌려줘야합니다. 그런데, 이런 집주인 흔치 않습니다. 전세 가격이 폭락해 서울의 많은 단지들이 계약 때보다 2~3억원 이상 전세가가 떨어진 경우가 많습니다. 통보 후 운좋게 새 세입자를 구하더라도 남은 차액을 3개월만에 못돌려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소송을 할 수 있지만, 바로 돈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죠. 계약의 리스크가 너무 큽니다. 여유 자금이 없는 세입자는 급매를 잡기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급매는 여유자금이 넉넉한 사람들이 잡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부모님을 잘 만난 이들, 현금 부자, 다주택자 등이 그 대상이겠죠. 역설적입니다.


저는 수개월간 부동산 임장을 다니며 이 사실을 뼈저리 느꼈습니다. 결국 제가 최소 3~4억원 이상의 현금은 쥐고 있어야 급매를 잡을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겠다 싶더군요.


그래서 결심한 것이 전세의 월세 전환입니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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