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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태인 May 21. 2023

무주택자라는 '조롱'의 두려움

#내집을찾고있습니다

 Unsplash Harmen Jelle van Mourik



이전화 참고→ep.5 '월세라는 두려움, 특올리수리의 함정'


집을 사는 건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아직 집을 사지도 않았지만, 전세를 월세로 전환한 뒤 시드 머니를 최대화하려 소비를 줄이고 있습니다. 먹고 싶은 것, 사고 싶은 것 못 사는 스트레스가 상당합니다. 아마 집을 사면 지금보다 소비를 더 줄여야겠죠. 서울 10억 아파트를 기준으로 LTV 50%를 받으면 20년간 한 달에 원리금과 이자로 약 300만 원을 갚아야 합니다. 조금 더 비싼 아파트를 산다면 한 달 기준 400 이상 나갈 수 있습니다. 거기에 취득세와 중개비, 인테리어 비용까지 더하니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올라가더군요.


전 이제야 알았는데 주변에 많은 K직장인이 그렇게 살고 있었습니다. 지난해 경실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평균 임금 노동자(3600만 원)가 서울의 평균 30평형대 아파트(12억 8000만 원)를 살려면 36년을 한 푼도 안 쓰고 모아야 합니다.


서울 평균 전세 가격(5억 9천)을 기준으로 서울 평균 30평형대 아파트(약 12억 5000만원)을 매수할 때 대출 현황.


그래서 계속 자신에게 묻는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나는 이런 고통을 감수하며 집을 사야 하는 걸까. 양가 부모님은 집을 사라고 할까. 집을 안 사도 되지 않을까. 전세로 교통도 학군도 좋은 곳에서 살면 너무나 편안하고 좋은데, 집을 사야 하는 걸까. 그런 생각들 말입니다. 틈만 나면 집을 사자고 하던 아내도 "그냥 전세 살면 안 될까"라며 두려움을 토로하더군요.


왜 집을 사야 할까요? 개인적으론 두 가지 심정이 교차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첫째는 "집은 사면 무조건 오른다"는 한국 사회의 지배적 패러다임에 올라타자는 자산 증식의 욕망입니다. 사이클을 잘 타서 2~3번 정도 아파트를 잘 사고팔면 월급으론 상상할 수 없는 돈을 만질 수 있다는 얘기를 너무 많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부동산을 공부해 보니 1 주택자가 집을 사고팔며 돈을 버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물론 전세를 살며 갭을 끼고 산 집을 사고팔 수는 있겠죠.) 그래서 이 마음은 생각보다 크진 않습니다.


자산 증식의 욕망보다 조금 더 큰 건 두려움 같습니다. '무주택자'라 조롱받는 두려움 말이죠. 코로나19 시기에 집을 기회를 놓친 사람들에겐 '벼락 거지'란 딱지가 붙었습니다. 박탈감을 느낀 이들이 스스로에게 자책하듯 붙인 호칭이 시작이겠지만, 결국 언론을 통해 수차례 재생산되며 무주택자를 조롱하는 멸칭이 되었습니다. 여기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큰 것 같습니다. 18년도에 결혼하며 집을 사지 못한 (사실 그땐 돈이 없기도 했지만요) 그 끔찍한 실수를 다시는 경험하고 싶진 않습니다.


그 조롱이란 두려움에 아파트가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올랐어도 조금만 떨어지면 수많은 2030 세대들이 추격 매수에 나서는 것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지난 3월 서울 아파트의 2030 세대 매수 비중은 35.9%에 달합니다. 또한 그 두려움이 지금의 집값을 버텨주게 하는 것은 원동력일지 모릅니다. 수억 원의 대출을 내서 내가 살 집을 사는 것이 정말 맞는 일일지. 아직도 확신이 서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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