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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태인 May 14. 2023

월세라는 두려움, 특올수리의 함정

#내집을찾고있습니다

ep.5) 월세? 그걸 왜

(이전 화 참고→ep.4 "무주택자는 급매를 잡을 수 없다.")

                  →ep.3 "누가 진짜 급매를 잡을 수 있나.")


서울의 월세 매물들

결혼하고 월세를 처음 살게 됐습니다. 곧 돌려받을 전세금 중 일부를 월세 보증금으로 처리하고 남은 금액의 은행 이자로 월세 일부를 충당할 예정입니다. 올해 하반기나 내년 상반기 중(만약 집값이 한번 더 떨어진다면!) 집을 사려는 준비 과정이라 스스로를 다독이지만, 막막한 것도 사실입니다. 당장 더 들어갈 돈에 아내와의 갈등도 있었고, 양가 부모님을 놀라게 하기도 했습니다. (저희 부부는 이번 이사로 양가 부모님이 평생 이사한 것만큼 이사를 하게 됐습니다. 무슨 말인지 아시겠죠?) 이 과정에서 저를 괴롭게 한 몇 가지 고민을 공유합니다.


"지금 전세를 빼는 게 맞는 것인가"

현재 집 값에 대한 다양한 시각이 있습니다. (사실 오르냐, 내리냐 뿐이긴 하지만요) ①이미 바닥을 찍었다. ②또 한 번 바닥을 찍는다. ③크게 반등한다. ④L자형 침체로 현재 가격이 지속된다. 전 ②이길 바라는 희망과 ①이 맞다면 서둘러 따라가야 한다는 불안감으로 월세 전환을 결정했습니다. 사람이란 게 참 간사한 건지, 아니면 어제 뉴스와 오늘 뉴스가 어찌 이리 다를 수 있는지(저도 언론계 종사자지만), 월세 전환을 하기 전엔 집값이 내릴 것 같고, 월세 전환을 하니 집값이 오를 것 같더군요. 아주 깔끔한 전세 집에 살고 있어, 이사에 대한 스트레스도 상당했습니다. 아내도 "왜 이리 서둘렀느냐"는 답답함을 표했습니다.


동네 친분 있는 부동산 사장님을 찾아가 "아, 제가 맞을까요"라고 ("그럼요"라는 답을 듣고 싶어) 물어보니, "박 기자, 어차피 시장은 당신 생각대로 안 움직이여. 큰 그림을 보라"고 하시더군요. 후회는 없습니다. 다만 답을 내리고 움직인 제 경험을 토대로 간단한 팁이라도 몇 가지 드리려 합니다.


'특올수리' 정말? 특 맞어?

우선 '네이버부동산'에 매물이 많더라도 월세로 살만한 집은 꼭 미리 보셔야 합니다. 전 이번 결정을 통해 남녀 간 "살만하겠다"는 기준이 매우 다르다는 걸 느꼈습니다. '네이버부동산' 매물 옆에 표시된 '특올수리'도 이제 믿지 않습니다. 여기서 '특'이 빠진 '올수리'의 집상태를 보면 정말 심각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저의 야심 찬 계획은 재건축을 목전에 둔 구축 아파트 중 가장 싼 집을 골라 '1억/1XX'을 내고 몸테크를 하며 매물을 알아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손에 쥔 현금을 늘려 (얼마 안되는) 이자도 최대한 받고, 매수할 수 있는 매물의 범위도 넓히려는 야수의 심장과도 같은 부린이의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내가 구축 '특올수리'라 적힌 매물을 몇 개 보더니 "이곳에선 도저히 살 수 없다"며 매서운 눈초리로 저를 쳐다보더군요. 구축 중 아내가 "살만하다"고 말한 곳은 '호텔 수준'이라 적혀있는 곳뿐이었는데 융자가 많거나 비쌌습니다. 구축의 범위를 조금 더 좁혀본 뒤 몇 군데를 더 둘러봤습니다. 역시 아내의 기준을 넘진 못했습니다.


차라리 매수 의사가 있는 지역으로 옮기자는 결론을 내렸고, 연식이 오래되지 아파트의 월세를 제 야심 찬 계획보다 더 많은 보증금과 더 많은 월세로 계약했습니다. 감당은 가능했지만, 제 예상과 실제 결과는 달랐습니다.


그래서, 월세 전환을 고심하는 분들이라면 부부가 함께 집을 둘러보시고 예산 범위를 협의하시는 게 좋습니다. (왜 당연한 말 같죠?) 아이의 유무와 두 사람 모두 몸테크를 각오할 수 있는지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두 번째는 월세를 찾아보니 신축 입주 시점에 맞춰 움직이시는 게 좋다는 것입니다  신축이니 잔금을 치러야 하는 집주인이 많고, 또 그 동네에 신축 물량이 쏟아지니 주변 구축 월세의 가격도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세입자 입장에서 협상의 여유가 생긴다는 뜻입니다. 제 시점과 맞진 않았지만 만약 5월 입주였다면 흑석동이 괜찮았습니다. 흑석자이 입주 잔금일이 5월 16일이라, 그 직전까지 전월세 매물이 쏟아졌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주변 아파트의 월세 가격도 조금 조정을 받기 마련입니다.


5월 직전까지 쏟아진 흑석자이 전월세 매물들.


저질렀지만, 제가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월세로 사는 동안 괜찮은 매물을 찾지 못할 가능성, 집값이 다시 튀어 오를 가능성도 배제 못합니다. 최대 2년 정도를 보고 있습니다. 그 안에 결판을 내지 못한다면 다시 전세로 돌아가야겠죠. 실패한다면 금전적 손해가 최대 2~3천만 원까지 될 것입니다. 그래도 후회는 안 하려 합니다. 예전처럼 시장이 어찌 흘러가든 제 머릿속 세상에서 사는 것보단, 직접 부딪쳐 얻는 게 더 많지 않을까요. 집을 사기 위해 스스로 내린 이 첫 번째 결정, 두렵지만 감당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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