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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태인 May 28. 2023

내 집 마련, 요동치는 마음 붙잡겠습니다

#내집을찾고있습니다

Unsplash의 Alexander Andrews

이전화 참고→ep.6 '무주택자라는 '조롱'의 두려움'


막상 집을 사려니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이 요동칩니다. 그때 그 중개업자가 말해준 (급)급매가 '내 마지막 기회는 아닐까'라는 불안감과, 무리해서라도 잡으면, 즉 영끌을 하면 '이 집은 반드시 올라줄 것'이라는 기대감과, '꼭 월세를 살아야 하느냐(관련 에피소드)'는 부모님 우려에 대한 반발심과, 대한민국에 '내가 살 집이 없겠느냐'는 안도감이 주기적으로 교차합니다.


이런 근원적 고민이 스쳐간 뒤엔 조금 더 구체적인 현실과 마주합니다. 서울 어디를 살아야 할까, 아이를 낳을 것을 대비해 부모님 곁으로 가야 할까, 몇 평을 살아야 할까, 구축과 신축 중 어디가 좋을까, 돈은 어떻게 마련해야 할까. 전세를 살 땐 너무나 평온했던 마음이, 먹고 집을 사려마구마구 요동칩니다. 저축을 늘리니 예민해졌고, 아내와 이야기할 때 '돈'이야기도 많아졌습니다. 자연스레 갈등도 더 늘었고요. 도대체 집이 뭐길래, 저는 전세를 살 때보다 아주 조금은 덜 행복해졌습니다.


 이리 마음이 요동칠까요. 아마 명확한 기준을 세우지 못해 그런 것 같습니다. 집으로 돈을 벌려는 건지 (그래서 뒤늦은 계급 상승을 꿈꾸는 건지), 아니면 내 가족과 행복하고 안정적인 삶을 보낼 장소를 찾는 건지, 남들이 보기에 그럴싸한 동네에 살고 싶은 건지, 나와 내 가족만 편안하고 좋으면 되는 아파트를 찾는 건지, 그런 기준이 없다보니 고민이 드는 것 같습니다. 조금 더 현실적으로 따져보면 얼마짜리 집까지 살 수 있는지도 사실 정하지 못했습니다. 제 지갑 사정은 제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지만 욕심이 나나 봅니다. 이 모든 것을 아내와 상의해야 하는데, 두 사람의 생각이 꽤 다른 편이기도 합니다.


미래에셋 출신 애널리스트 이광수 씨는 저서 '집이 온다'에서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집을 사거나 팔아야 할 땐 "우선 집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나, 자신이 아직까지 무주택자라는 사실을 잊어야 한다"라고 말이죠. 그래서 "고정관념과 자신의 위치에 사로잡히지 않은 시선으로 사물과 현상을 바라보고,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앞으로 약 한 달가량은 아내와 상의하며 내 집 구매의 기준을 다시 세워가려 합니다. 주변의 조언은 기꺼이 듣되, 본질이 아닌 말에 대해선 크게 신경 쓰지 않을 예정입니다. 막연히 말고, 구체적 대화로, 이 과정에서 갈등이 있다면 기꺼이 조율해 가겠습니다. 그렇게 기준을 세워가며 이 요동치는 마음을 달래보겠습니다. 어찌 보면 지금의 과정이 내 집 마련에 있어 가장 중요한 순간이 되진 않을까 생각합니다. 마음아! 가만히 있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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